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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세이문이졸진(文以拙進) 도이졸성(道以拙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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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6.08.02 조회3,2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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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졸진(文以拙進) 도이졸성(道以拙成)’은 홍자성(洪自誠)의 『채근담[菜根譚(萬曆本)]』 「후집(後集)」 93장에 나오는 글귀로 문장은 서툰 데서 나아감이 있고 도는 순박함으로써 이룬다는 의미다. “문이졸진(文以拙進)하며 도이졸성(道以拙成)하나니 일졸 자(一拙字)에 유무량의미(有無限意味)라.” 이 졸(拙) 자 한 자에 무한한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인데, 깊이 음미해 볼만한 구절이다.

 

  졸자를 파자해 보면 ‘拙 = 扌(手) + 出’로 出 자는 초목의 싹이 차츰 위로 뻗으며 자라는 모양을 상형한 문자이므로 졸(拙)은 손재주가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고 멋대로 비어져 나온다는 뜻에서 ‘서투르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졸은 서툴고 옹졸하다는 뜻으로 ‘졸렬(拙劣)’이나 ‘졸장부(拙丈夫)’ 같은 말에 쓰이지만 전(轉)하여 자기 또는 자기 사물의 겸칭(謙稱)으로도 쓰인다. 졸고(拙稿), 졸작(拙作), 졸필(拙筆), 졸처(拙妻: 자기 아내의 겸칭) 등이 그 예다.

 

  졸에는 또한 순박하다, 질박하다는 의미도 있다. ‘졸박(拙樸)’의 ‘樸’은 통나무를 뜻하는 글자다. 아직 손질하지 않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은 상태다. 그러니 ‘졸박’은 꾸밈이 없이 생긴 대로의 순박함을 이르는 말이다. 예스러우면서도 서툰 맛을 ‘고졸(古拙)’이라 하였고 ‘졸성(拙誠)’은 서툴지만 정성을 다한다는 뜻이며, ‘수졸(守拙)’은 시세에 영합하지 않고 지금 처해 있는 분복(分福)에 만족한다는 뜻이다. 바둑 초단의 별칭이 수졸(守拙)이다. 참된 기도(棋道)정신을 고수가 되어서도 잊지 말고 우직하게 지키라는 뜻이 아닌가 한다. 조선 초의 문신 권근(權近)은 「졸재기(拙齋記)」01에서 사람들은 이로움을 추구하여도 나는 의로움을 지키는 것, 사람들은 속임수를 즐겨도 나는 참됨을 지키는 것, 사람들은 버려도 자신은 취하는 ‘덕(德)’을 졸의 의미로 보았다.

 

노자의 『도덕경』 45장에도 “크게 곧은 것은 굽은 듯하고, 뛰어난 기교는 서투른 듯하며, 위대한 달변은 오히려 어눌한 듯하다(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라고 하여 ‘졸(拙)’이 나온다. ‘대교약졸(大巧若拙) 대변약눌(大辯若訥)’, 기억해 둘만한 명구다.

 

상제님께서 『전경』에 “인간세상에서 처세하는 데는 부드러운 것이 귀하다. 강하고 억센 것은 화의 기초니 말을 할 때는 항상 어눌하기를 바라고, 일에 임해서는 마땅히 어리석은 듯이 하라. 급한 곳에서는 오히려 완만함을 생각하고, 편할 때 위급함을 잊지 말라. 일생 이 가르침을 따르면 진실로 모두 호남아라 하리라(處世柔爲貴 剛强是禍基 發言常欲訥 臨事當如癡 急地尙思緩 安時不忘危 一生從此計 眞皆好男兒).”(행록 3장 49절)고 밝혀주신 처세훈도 졸의 의미와 상통한다.

 

  도주님께서도 「각도문(覺道文)」에서 “무릇 성인의 경전은 문장의 색채를 구하지 않고 그 진리를 구하며, 진인의 마음은 진실을 구하지 겉꾸밈을 구하지 않는다(夫聖人之經典不求文章之色彩而求其眞理 眞人之心求其實而不求外飾).”(교운 2장 33절)고 하셨다. 이 문장 또한 순박하여 겉꾸밈을 구하지 않는 졸의 의미와 일치한다.

 

졸은 자신의 순박한 본연의 양심을 지켜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무자기(無自欺)의 실천이므로 ‘도이졸성(道以拙成)’하는 것이다. 우리의 수도에서도 다른 무엇보다 무자기를 근본으로 수도하여 도통진경에 이르는 것이다. 도전님께서 “내 마음을 거울과 같이 닦아서 진실하고 정직한 인간의 본질을 회복했을 때 도통에 이른다.”(『대순지침』, p.38) 하심도 무자기가 도통에 이르는 길임을 밝혀주신 것이다. 

 

01 『대순회보』, 122호, pp.50~51 참조.

 

 

<대순회보 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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