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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남거소통(疏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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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2.08 조회2,9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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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실 교감 김재현

 
  한 공중파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소통 부재로 우리 사회가 지불하는 비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 보도는 소통 부재로 인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 비용이 한 해 300조 원에 달했음을 지적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제8차 미래한국리포트 발표회에 참석해 세계중심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대한민국에 ‘소통’은 가장 절실한 과제라고 밝혔으며 우리나라의 연간 사회적 갈등 비용은 국민소득의 27%, 연간 3백조 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면서 ‘소통정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소통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시대이다.
   조직에서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역사와 현실을 통해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권력의 사다리를 오를 때는 주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하지만, 일단 정상에 서고 나면 소통의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인다. 소통을 아랫사람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경로로 보고, 소통이 권위를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을 방해하고 실행력을 약화시킨다고 생각하기 쉽다. 즉 권력을 가지면 소통을 외면하는 ‘소통의 역설’이 작용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소통의 역설’을 뛰어넘은 인물로는 당 태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당 태종이 신하 위징(魏徵)에게 우매한 군주와 현명한 군주의 차이를 물었다. 위징은 “고루 들으면 현명해지고, 한쪽 의견만 치우쳐 들으면 우매해진다.(兼聽則明 偏信則暗)”01고 답했으며 당 태종은 이를 마음에 명심하고 실천하려 노력했다. 당 태종이 ‘정관(貞觀)의 치(治)’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간언하는 충직한 신하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귀에 거슬리고 속 뒤집는 직언을 경청하고 존중한 당 태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리더가 ‘소통의 역설’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상의 자리를 스스로 위태롭게 한다. 귀에 거슬리고 불편한 비판의 소리를 기피하고, 듣기 좋은 소리에만 치우칠 경우 전체를 보는 눈을 잃고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은 당연한 결과다. 힘이 강할수록 소통의 유인(誘因)은 작고, 잘못된 결정을 선택할 위험은 커진다. 그 결과 정상에서 추락할 위험 또한 높아진다. 이것은 ‘소통의 역설’에 빠진 리더들의 대부분이 정보 편향의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정보 편향의 함정’이란 동일한 출처, 동일한 내용의 정보를 중복해서 받아들임으로써 발생하는 자기합리화 및 객관화를 말한다. ‘소통의 역설’에 빠지면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으로 치우쳐,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답이 이미 정해진 상태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確證偏向)에 빠진다. 이처럼 중복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에 대해 확신을 갖지만 특정 정보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갖는 것은 심각한 판단 착오와 함께 엄청난 비극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정보 편향의 덫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자신과는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도 기꺼이 수용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생각이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장을 지원하는 증거뿐만 아니라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증거도 모두 검토할 필요가 있다. 회의에서 대세에 편승하기보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 의견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시사하는 많은 과학적 연구가 있지만 다음과 같은 생물학적 관찰은 반대 의견이 없는 조직의 참혹한 운명을 잘 보여준다. 윌리엄 비브라는 미국 과학자는, 1921년 남미 기아나의 정글에서 희한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무리의 병정개미들이 큰 원을 그리며 맴돌고 있는데, 원의 둘레가 거의 400m에 달했고 개미 한 마리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두 시간 반이나 걸렸다. 개미들의 행진은 이틀 동안 쉼 없이 계속됐고 결국 대부분의 개미가 지쳐 죽고 말았다. 앞선 개미가 흘린 화학물질을 따라 이동하는 습성 탓에, 선두 개미가 경로 설정을 잘못하면 무리 전체가 대열에서 이탈하지 못하고 ‘죽음의 행진’을 계속할 수밖에 없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을 ‘원형선회(Circular Mill)’라고 한다.
   ‘앞선 자를 따르라’는 개미 사회의 진리는 평소에는 개미 사회를 지탱해 주지만 어긋나면 자칫 개미 사회 전체를 파멸로 이끄는 장송곡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사회는 다양한 움직임이 있는 사회보다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인간 세상에서도 그런 사례는 수없이 발견된다. 같은 속성의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는 남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에 따르려는 경향이 있고, 그 경향이 하나의 커다란 추세를 형성하면 거기에서 벗어나 사실을 사실로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이러한 경우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일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응집력이 강한 집단은 목소리가 큰 주장에 전체가 휩쓸려 반론을 묵살하는 ‘집단사고 함정’에 빠지기 쉽다. 다른 구성원이 제기하는 반론은 쉽게 묵살하고, 의혹을 가진 사람을 억눌러서 순응하게 하며, 집단의 시각에 위배되는 정보를 숨기기 때문에 언뜻 만장일치가 이뤄졌다는 착각이 빚어진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집단사고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자가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줄 아는 반대 의견자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치는 과정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의견이 채택되고 다른 의견이 기각되는 과정이 승리와 패배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논쟁이 이뤄지고 논쟁의 결과에 의해 가장 좋은 의견이 채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역(周易)은 ‘소통의 역설’에 빠진 리더를 용(龍)에 은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은 주역(周易) 건괘(乾卦)의 육효(六爻)의 뜻을 설명한 효사(爻辭)에 나오는 말이다. 주역의 건괘는 용이 승천하는 기세로 왕성한 기운이 넘치는 남성적인 기상을 표현하고 있다. 주역에서는 특히 이 기운을 다루는 데 신중을 기하여 이 운세를 단계별로 용에 비유하고 있다. 그 첫 단계가 잠룡(潛龍)으로, 연못 깊숙이 잠복해 있는 용은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으므로 덕을 쌓으며 때를 기다린다. 다음은 현룡(現龍)으로, 땅 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내어 덕을 만천하에 펴서 군주의 신임을 받게 되니, 곧 때를 얻어 정당한 지위에 있으면서 중용의 도와 선을 행하며 덕을 널리 펴서 백성을 감화시키는 것이다. 그 다음은 비룡(飛龍)으로, 하늘을 힘차게 나는 용은 본 괘의 극치로서 제왕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여 절정의 경지에 이른 용이 바로 항룡(亢龍)인 것이다.02 항룡은 가장 높이 올라간(亢) 용이다.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기에 자만과 교만이 넘치고, 모든 사람들의 환호에 습관이 되고, 지난날의 열정은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고, 대접받는 데 익숙하다. 최고로 높이 올라간 용이지만 옛날의 그 용이 아니다. 자리만 높고 힘은 소진된 무늬만 용인 것이다. 환호하던 사람들이 모두 떠난 뒤, 용은 눈물을 흘리며 뒤늦은 후회를 한다. 이른바 ‘용의 눈물’이다. 항룡유회(亢龍有悔), 높이 올라간 용(亢龍)이 후회를 한다는 뜻이다.
  ‘소통의 역설’에는 때때로 강자의 보상 심리가 작용한다. 자신이 고생해서 이만한 위치까지 왔는데 이 정도쯤이야 하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강자의 보상심리는 자리가 높을수록, 자신이 고생을 많이 했을수록 강해지는 경향이 있기에 지위가 높을수록 겸손을 더욱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도덕경은 이러한 교훈을 정확히 지적한다. “돈이 많아진데다, 지위가 높아져 교만하다면(富貴而驕), 그것은 스스로에게 허물이 될 것이다(自遺其咎), 공을 이루었다면 몸은 물러나야 한다(功遂身退). 이것이 하늘의 도이다(天之道).”03
  ‘소통의 역설’은 최근 정치의 화두이기도 하지만, 정작 ‘소통의 역설’에 빠질 위험은 정치 지도자들보다도 기업 CEO들이 더 크다. 정치 지도자는 힘이 표에서 나오며 언론이나 반대당 등의 견제 장치가 작동하기에 소통의 유인을 가지고 있지만 기업 CEO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 인사나 운영상의 결정은 대부분 CEO가 독단으로 행사한다. 물론 기업 내부에도 이사회와 노조라는 견제 장치가 있지만, 기업 내부에서  CEO의 실책을 거론하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오너 CEO’나 다른 이유로 제왕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CEO일수록 자신의 힘을 과신하여 ‘소통의 역설’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그 결과 스스로 위험 관리의 안전장치 없이 추락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소통의 본질은 정보와 논의의 개방성, 특히 비판적이고 불편한 소리를 듣고 존중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우리 종단도 포덕사업04을 펼치고 있는 입장에서, 기업과 추구하는 바는 다르지만 비슷한 면이 많이 있다. 세상 모든 곳에서 소통이 중요하지만 사업을 하는 수도인의 입장에서는 더욱 중요할 것이다. 『전경』에도 “상제께서 삼계가 착란하는 까닭은 명부의 착란에 있으므로 명부에서의 상극 도수를 뜯어고치셨도다. 이로써 비겁(否劫)에 쌓인 신명과 창생이 서로 상생하게 되었으니 대세가 돌려 잡히리라.(예시 10절)” 하셨다. 비겁(否劫)의 비(否) 자가 ‘막히다, 닫히다, 통하지 아니하다’의 뜻을 가지며 주역 64괘 중의 12번째 괘인 비괘 역시 천지불교(天地不交) 즉 천지가 서로 통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막히어 통하지 못한다는 의미인 것으로 볼 때 비겁은 소통하지 못하여 일어난 재난인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막히어 통하지 못하던 신명과 창생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시어 대세를 돌려 잡아 놓으셨다. 이에 우리는 다 같은 도문소자로서 수도인 상호 간에 원활한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도전님께서는 선각이 후각을 대할 때 아버지가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는 부족하다 하시고, 인자한 어머니의 정으로 대하고 거기에 상응하여 후각은 선각을 은혜로운 스승에 대한 은의(恩義)의 심정으로 대하여 통심정이 되게 힘쓰라 하셨다.
  수도하는 우리들이 통심정을 이루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상호이해가 필요하고, 상호이해를 위해서는 상호간의 인정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남과 다른 점을 인정받으려면 남이 나와 다른 점부터 인정하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개는 반가우면 꼬리를 세우고 흔들지만, 고양이는 꼬리를 아래로 내린다. 개는 화가 나면 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돌진태세를 취하지만, 고양이는 꼬리를 꼿꼿하게 세운다. 이렇듯 개와 고양이는 행동을 받아들이는 인식에 차이가 있다. 생각과 행동, 그리고 인식의 차이를 서로 인정할 때 서로 통심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힘이 대등하지 않은  경우는 어찌해야 하는가? 상제님께서는 머슴에게 존대를 하셨고, 여인에게 길을 먼저 내어 주셨다. 이처럼 강자가 먼저 약자를 존중해야 한다. 짓이겨 놓은 상대에게 받는 인정을 진정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신명과 창생의 소통을 열어놓으셨다. 이에 우리는 다 같이 상제님의 뜻을 받드는 마음으로 수도인 상호간의 소통에 힘써야 하겠다. 선후각 사이에도 소통하지 못한다면 어찌 신명과 통하여 신인조화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떤 일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서로 이해하고 먼저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 소통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__주__
01 『신당서(新唐書)』 참고.
02 엔싸이버, 『두산백과사전』 참고.
03 노자 『도덕경』 9장.
04 「계사전」에서는 ‘사업’에 대해 정의하기를, “하늘이 가르치시는 바에 따라서 천하의 백성들을 이끌어가는 것을 사업이라 한다.(擧而錯之天下之民謂之事業)” <『대순회보』 95호 p.98>
 
__참고자료__
•『조선일보』 「土日섹션 Weekly BIZ」, 2010년 11월 11-12일, 경영 칼럼 참고.

•『동아일보』, 2010년 11월 6일, DBR(Dong-A Business Review) 참고.  

 

대순회보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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