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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만중마을과 배산

교무부    2017.03.27    읽음 : 2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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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만중마을과 배산

 

 

연구원 김영일

 

 

  만중(萬中)마을은 익산시(益山市) 오산면(五山面) 영만리(永萬里)에 속해있다. 영만리는 일제강점기인 1914년 만석리, 평영리 등 다수의 지역이 통합되어 구성되었다. 만중리(萬中里)도 그중 하나였는데, 이 일을 계기로 추후 현재와 같이 만중마을로 불리게 되었다. 이 마을이 이번 답사지역 중 한 곳이다.
  만중리는 상제님 재세 시 익산군에 속해있던 지역으로 『전경』에는 상제님께서 네 번 가셨던 기록이 남아 있다. 그곳에 종도 정성백의 아버지인 정춘심과 황사성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세한 행적이 기록되어 있는 경우는 두 번이다. 정춘심의 집에서 1904년 8월 삿갓 한 닢과 필목 한 필로 황사성의 부친 숙경의 채무문제를 해결해 주시고(행록 3장 23절 참조), 또 1905년 ‘진묵의 초혼’이라는 말이 있는 공사를 행하셨다(공사 1장 14절, 15절 참조). 나머지 두 번은 정춘심의 집에 가셨다는 서술만 있다. 최익현이 일으킨 의병을 거두고 민족의 활로를 연 공사를 1906년 4월 만경(萬頃)에서 보고 가셨고(공사 1장 24절 참조), 1906년 7월에는 군항(群港)[군산항]에서 한 달쯤 머물다가 그곳에 가셨다.(행록 3장 32절 참조)
  우리는 전주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만중마을로 출발하였다. 익산은 전주에서 보면 서북쪽에 위치해 있다. 새만금북로를 따라 김제시의 북쪽 지역을 지나 목천대교로 만경강을 건너면 오산면에 닿게 된다. 여기에서 북으로 7km 정도 가면 영만리가 나오고, 좀 더 가면 만중길에 이른다. 약 500m의 만중길 끝에 만중마을이 있다. 여덟 집이 세모 모양을 그리며 덩그러니 놓여 있다. 평야 속에서 만중길에 매달린 형상이다. 시계추 같다고나 할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대낮인데도 인적이 거의 없어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채권자의 대리인이 노기(怒氣)를 띠고 문을 세게 닫는 바람에 벽이 무너진 황사성의 집은 어디일까? 그 흔적을 찾을 길이 없었다.

 


▲ 익산의 인접 지역과 만중마을 위치(원), 출처: 구글지도


 
만중마을과 만중길 
  만중(萬中)마을 가까이에는 만상(萬上)·만하(萬下)·만신(萬新) 마을이 있다. 만중은 중뜸, 만상은 위뜸, 만하는 가운데뜸, 만신은 샛뜸이라는 순우리말 이름도 갖고 있다. 뜸은 큰 마을 가까이에 따로 몇 집씩으로 이루어진 작은 동네를 뜻한다. 즉 영만리는 너른 평야에 이와 같이 군데군데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춘심의 집에서 행해진, ‘진묵의 초혼’이라는 말이 있는 공사는 배의 출항으로 표현되고 있다. 선제(船祭)가 행해지고, 천둥과 같은 기적(汽笛)소리가 울려 퍼지고, 부엌에선 기선(汽船) 연통과 같이 연기가 일어나고, “닻줄을 풀었으니 이제 다시 닻을 거두리라”라는 상제님의 말씀이 계시고, 이후 방에 있던 종도들은 배멀미 증세를 보인다. ‘일심을 가진 자가 아니면 이 배를 타지 못하리라’(예시 50절)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배를 움직여 가는 것은 수도인들이 하나가 되어 지상천국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상징한다. 그러기 때문에 이 공사는 ‘남조선 뱃길’(예시 50절) 즉 도(道)의 행로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 만중마을과 만중길

 
  이 공사를 만중리에서 보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바로 만중마을에서 남서쪽으로  약 3km(직선거리) 지점에 배산이 있기 때문이다. 만중마을에서 20분 정도 차를 타고 익산시 모현동에 위치한 배산에 도착하였다. 해발 90m가 채 되지 않는 낮은 산이다. 과거에 바닷물이 산 밑까지 들어와 이곳에 배를 맸다고 하여 배산이기도 하고, 산 모양이 술잔 같다고 하여 잔을 뜻하는 배(盃) 자를 써 배산(盃山)이라고도 한다. 상제님께서는 전자(前者)의 의미에 따라 정춘심의 집에 배의 기운을 붙여 공사를 행하신 것이다.

 

 

  배산에 올라 아래를 바라보았다. 사각형으로 나누어진 평원이 한없이 펼쳐진다. 그 속에서 작지만 삼각형으로 도드라진 만중마을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상제님께서 출항시킨 배는 잘 가고 있겠지. 그런데 그 배를 탄 나는? 깊은 반성 속에서 발길을 옮겼다.

 《대순회보》 173호

 

 

참고문헌
『전경』
『한국지명총람 12(전북편하)』, 서울: 한글학회, 1981.
『동아 새국어사전』, 서울: 두산동아(주), 2010.

  

▼ 만중마을(원)과 배산, 출처: 구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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