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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칠읍에 흉년을 없애리라(下)

교무부    2017.03.28    읽음 :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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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칠읍에 흉년을 없애리라(下)

 

 

종단역사연구팀

 

  

 

 

동진강유역의 수리시설
  다음 답사지는 동진강 상류 도원천(桃源川)에 위치한 운암방류구였다. 이 방류구는 운암취수구에서 보낸 물이 수로터널을 거쳐 흘러나오는 지점이다. 산 너머 반대편에 있어서 산을 10여 분 둘러가야 했다. 얼마 후 방류구로 올라가는 산 입구인 종산리의 팽나무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를 세워 두고 조금 가다보니 최근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건물 밑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도원천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 건물은 2011년에 세운 것으로 운암취수구에서 시작된 수로터널을 통해 들어오는 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소수력발전소였다. 발전소 앞 알림판에는 “이곳은 섬진강댐 운암취수구를 통한 관개용수 유출지역입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이곳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운암방류구가 있음을 짐작케 했다.

 

도원천을 따라서 10여 분 올라가니 운암방류구가 나왔다. 방류구 바로 아래에는 보(洑)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 보에 물이 가득 차 있어서 방류구 입구는 윗부분만 조금 보였다. 방류구 위에는 건축해서 만든 수문이라는 의미의 축성수문(築成水門)이라 보이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곳이 운암강의 물이 흘러나오는 방류구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방류구에서 위쪽으로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우물처럼 수직으로 뚫린 굴이 있었다. 이 굴은 수로터널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내려가서 점검하고 수리하기 위한 시설물로 수갱(垂坑: 수직갱)이라 한다. 이 수갱까지 들어온 물은 두 갈래의 터널로 흘러간다. 한 갈래는 이곳 방류구로 나오고, 다른 한 갈래는 운암발전소(雲岩發電所)로 이어져 있었다. 최근에는 팽나무교 옆에 소수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방류구 쪽으로 흐르던 물은 주로 그곳으로 흘러들어 간다.


 

▲ 운암발전소(전북 정읍시 산외면 종산리)

 

  다음으로 간 목적지는 운암발전소였다. 도원천을 따라 만들어진 도로로 3분 가령 달리니 좌측 편으로 하얀색 건물이 보였다. 건물 옆면에는 ‘운암발전소’라는 글씨가 한자로 새겨져 있었다. 1931년에 완공된 이 발전소는 운암취수구에서 수로터널을 통해서 들어온 물을 이용한다. 운암취수구에서 운암방류구 부근 수갱을 거쳐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물은 낙차를 이용하여 발전기를 돌린 후 도원천으로 흘러들어 간다. 생산된 전기는 당시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지방은 물론 경기도 일원까지 공급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5년 2월에 설비의 노후화로 폐쇄되었고, 지금은 이곳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섬진강 수력발전소(구 칠보발전소)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운암발전소 앞으로는 운암방류구에서 나온 물을 품은 도원천이 흐르고, 건물 옆으로는 발전에 사용되었던 물을 도원천으로 흘려보내는 수로가 남아 있다. 을씨년스럽게 남아 있는 건물과 발전소의 노후된 관들 그리고 이끼가 잔뜩 끼어 있는 수로만이 운암발전소의 당시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상제님 공사의 흔적이 깃들어 있어 보존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답사의 마지막 코스는 ‘낙양취입수문(洛陽取入水門)’이었다. 이 시설은 정읍시 태인면 낙양리에 있다. 운암방류구에서 나온 옥정호의 물은 무극도장과 가까운 거산평야를 지나 이곳까지 흘러온다. 낙양취입수문은 동진강의 물을 김제만경 들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김제간선과 정읍간선이 시작되는 곳이다. 김제간선과 정읍간선은 동진강의 물을 김제만경평야의 농경지로 공급하는 수로이며, 이 간선에서 다시 김제만경들판 곳곳으로 지선이 거미줄처럼 뻗어 나간다. 특히 정읍간선은 상제님의 강세 마을인 덕천면 기름들을 지나간다. 낙양취입수문에는 3개의 수문이 있다. 동진강 물을 막는 동진강방수문과 김제간선과 정읍간선의 입구에 있는 김제간선취입수문(金堤幹線取入水門), 정읍간선취입수문(井邑幹線取入水門)이 그것이다. 낙양취입수문에서는 매년 농사철인 4월에서 9월까지 동진강방수문을 내려 동진강 물을 막고 김제간선과 정읍간선의 수문은 열어서 두 수로를 통해 물을 흘려보낸다.

 



  낙양취입수문은 운암제를 건설 중이던 1926년 4월에 공사를 시작하였고, 김제간선과 정읍간선 완공 직후인 1927년 5월에 준공하였다. 그리고 두 간선으로 물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1928년 4월이었다. 그때부터 이곳에서는 농사가 시작되는 매년 4월이 되면 낙양취입수문 옆 언덕에 있는 낙양동산에서 ‘백파제(百派祭)’로 불리는 통수식을 갖고 전 해에 닫아 두었던 수문을 열어 두 간선으로 물을 내보낸다.

 


▲ 낙양동산의 기념비

 
  동산에 올라가 비문을 보니, ‘일원종시백파(一源従是百派)’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이 글은 한줄기의 물이 백 갈래로 퍼져 광활한 농경지를 골고루 적셔준다는 뜻으로 김제간선과 정읍간선이 갈라지는 낙양취입수문과 같은 큰 공사를 이룩한 것에 대해 기리는 내용이다. 비문의 내용처럼 동진강 유역의 드넓은 김제·만경 평야가 가뭄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곡창지대로 변모한 것이 상제님의 공사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니 구제창생 하시고자 했던 상제님의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상제님의 구세제민과 도주님의 진업단 창설
  동진강 일대의 수리사업이 시작된 1925년은 우리에게도 뜻깊은 해였다. 이해 음력 4월에 도주님께서 구태인 도창현(舊泰仁道昌峴)에 도장을 건립하고 무극도를 창도하셨기 때문이다. 당시 도장 건립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태인으로 도인들이 모여들었다. 도장이 건립된 후 도주님께서는 어려운 도인들에게 안정된 생활 속에서 안심 안신으로 수도에 정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고자 진업단을 창설하셨다. 이 진업단의 창설은 제민사업(어려운 생활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구제)의 일환이었다. 진업단에서는 소속 도인들에게 수리사업과 개간사업, 간척사업 등에 참여하도록 하고 직업을 소개해 주기도 하였다.
  상제님께서 행하신 운암강공사가 실현되는 시점인 1925년에 진업단이 창설되고, 동진수리조합이 결성되면서 본격적인 동진강 유역의 수리사업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시기적 동시성은 상제님의 공사로 이루어졌던 이 수리사업과 진업단의 활동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이러한 관련성은 동진강 일대에서 벌어진 수리사업에 진업단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음을 추정하게 한다. 진업단이 수리사업과 관련하여 어느 지역에서 활동하였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업단의 주요 활동 중 하나가 수리사업이었다는 사실은 무극도에 관한 여러 기록에 언급되고 있다. 또한 이 시기에 추진되었던 동진강 하류지역의 간척과 개간사업에 참여했다는 증언도 전해진다.

 

  이번 답사를 통해 상제님의 “전북 칠읍의 흉년을 없애리라” 말씀하신 공사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과거에 있었던 공사로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또한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구제하고자(구세제민) 하신 상제님의 뜻이 실현된 그곳에, 도주님께서 창설한 진업단의 활동이 이어져 있음도 알게 되었다. 이 공사를 하시며 “이 물줄기는 대한불갈(大旱不渴)이라. 능히 하늘을 겨루리라.” 하신 상제님의 말씀 속에서 그 덕화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대순회보》 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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