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님도주님의 봉천명(奉天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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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7.26 조회5,615회 댓글0건본문
도주께서 기유년(十五歲時) 四월 二十八일에 부친과 함께 고국을 떠나 이국땅인 만주에 가셨도다. (교운 2장 4절)
『전경』 교운 2장 4절은 기유(己酉)년이었던 1909년의 4월 28일, 도주님께서 15세의 나이에 만주로 가셨음을 간결하게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간결한 기술과는 달리 우리 종단은 이날을 진주(眞主)이신 도주님께서 봉천명(奉天命) 하신 날로 기념하며 매년 치성(致誠)을 드리고 있고, 수도인들 사이에는 이 구절과 관련된 일화와 그 의미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교화의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봉천명 치성일과 관련된 전승에 대해서 문헌을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기로 한다.
망명(亡命)
『전경』에서는 간결하게 기술되고 있는 기유년 4월 28일의 도주님 행적을 『대순진리회요람』은 다음과 같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一九○九년(기유년) 十五세시(歲時) 四월에 부조전래(父祖傳來)의 배일사상(排日思想)을 품으신 도주(道主) 조정산(趙鼎山)께서는 한일합방(韓日合邦)이 결정단계(決定段階)에 있음을 개탄(慨嘆)하시고 부친(父親) 숙부(叔父) 등(等)과 같이 만주(滿洲) 봉천지방(奉天地方)으로 망명(亡命)하시어 ….01
이에 따르면 도주님의 만주행은 다름 아닌 이국으로의 망명(亡命)이라는 것이다. 망명은 ‘혁명 또는 그 밖의 정치적인 이유로 자기 나라에서 박해를 받고 있거나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사람이 이를 피하기 위하여 외국으로 몸을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도주님의 당시 행적은 단순한 이주가 아니라, 일제로부터의 박해를 피하고 구국의 뜻을 펼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최근 『대순회보』 172호의 「도주님의 봉천명과 봉천지명 이야기」에서 그 자초지종을 다루고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02
기유년 4월 28일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여정이 된 도주님의 만주행은 기유(己酉)년 4월 28일에 이루어졌다. 망명을 결정한 도주님의 부친과 이를 따르는 도주님 가족들 입장에서, 그날은 일제의 탄압을 피하고자 서둘러 잡은 우연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상제님의 천지공사를 감안한다면, 이날은 천지도수에 박혀 있는 정해진 날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상제님의 종통을 이으실 도주님의 망명이 상제님께서 화천하시기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루어진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유(己酉)년인 1909년 6월 24일 상제님께서는 천지공사를 마치시고 화천하셨다. 상제님께서 인세(人世)에서의 천지공사를 완료하실 즈음, 도주님께서 고국을 떠나 망명하시며 50년 공부를 시작하심은 우연이 아닌 필연일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필연적으로 기유년 4월 28일에는 종통 계승의 첫 단계를 의미하는 상제님의 공사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주님의 봉천행이 이루어진 기유년 4월 28일에 종통 계승의 첫 단계 공사가 행해졌음을 우리는 다음의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종도들이 용두리 김보경의 집에 계속 머물고 계신 증산께 모였다. 그 어느 날(四월) 증산께서 백지에 二十七년이라 쓰시는 것을 보고 종도들이 그 뜻을 여쭈어 보았다. 대답하시기를 “홍성문이 회문산에서 二十七년 동안 공부한 것이 헛되이 되었다. 이로부터 二十七년 동안은 헛도수가 있을 것이라.”고. 二十八일에 김보경을 비롯한 몇 종도들을 앞세우고 들판에 나가서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시고 “남아 十五세이면 호패를 찬다하느니, 무슨 일을 못하리오.”라고 하셨다. 어떤 공사를 하시려는 것이었다.(『증산의 생애와 사상』(서울: 대순종교문화연구소, 1979), p.265)
상제님께서는 기유년 4월 28일 들판에 나가 어떤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시고 공사를 행하셨는데, 신비하게도 인세의 상제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당시 15세의 도주님께서 그날 기차를 타고 창원에서 신의주로 가시는 중이었다.03 상제님께서 들판에 나가 기차를 보시고 “남아 十五세이면 호패를 찬다하느니, 무슨 일을 못하리오.” 하신 것은 바로 도주님에게 하신 말씀인 것이다.
이 기록의 객관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전경』에는 없는 이 공사가 도주님의 종통을 부인하는 다른 종교 단체의 경전에 더 정확하게 자세히 실려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04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이것은 기유년 4월 28일에 이루어진 종통 계승의 첫 공사가 도주님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계시의 방식으로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당시 상제님을 수행하던 종도들이 종통 계승자인 도주님께서 그날 기차를 통해 망명하고 계신 것을 전혀 알 수 없어 그 공사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기에 오히려 이 공사가 매우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구전되었음을 뜻한다.
위 인용문보다 더 자세하다고 한 다른 종교 단체의 기록은, 상제님께서 기유년 4월 28일 대전역 철도주변에 가셔서 “올 때가 되었는데.” 하시며 기다리시다가 달려오는 기차를 보시고 반기면서 “이제 나의 일은 다 이루었도다. 남아 15세면 호패를 차나니 무슨 일을 못하리오.” 하시고 한참 동안 서 계시며 공사를 행하셨다는 것이다.05 “올 때가 되었는데”, “이제 나의 일은 다 이루었도다.”는 구전은 상제님께서 특정한 기차를 기다렸으며 이 기차에 탄 15세 남아에 대한 공사가 상제님의 천지공사의 대단원에 해당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사실은, 기유년 4월 28일에 행해진 이 공사가 있기 얼마 전에 27년간의 헛도수에 대한 공사가 있었다는 점이다. 4월 28일의 공사가 15세의 진주이신 도주님에 대한 공사라면, 27년간의 헛도수는 대부분의 수도인들이 익히 알고 있듯이, 1909년부터 1936년까지 이루어진 차경석을 두목으로 한 동학신명 해원공사의 일환으로, 마음껏 풀어두셨던 차경석과 보천교의 운명을 의미하는 것이다.06 상제님께서는 기유년 4월에 27년간의 헛도수 공사를 보시고 얼마 후인 28일에 진주(眞主)의 공사를 행하심으로써 허(虛)와 진(眞)을 명확히 대비(對比)하셨던 것이다. 즉, 27은 허(虛)이며 28은 진(眞)이니, 헛도수를 맡은 차경석은 27년간 천자로 행세하다 죽고 보천교는 해체되었지만, 28일 봉천에 가신 도주님은 9년 공부 끝에 감오득도(感悟得道)하여 종통을 세우시고 50년 공부 종필로 진법을 완성하셨다.
한편, 도전님께서는 4월 28일의 수리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도주님께서 만주로 가신 것이 기유년(1909년) 4월 28일인데, 4는 춘하추동 사계절, 28은 28수를 의미한다. (기사년 4월 4일[양1989.5.8] 훈시)
이전 호에서 도전님의 훈시를 통해 설명한 바 있듯이 4월의 4는 춘하추동의 사계절로 도(道)를 의미한다.07 28일의 28은 도전님께서는 28수라 하셨는데 28수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도전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해 주셨다.
하늘은 28수가 체(體)가 되며, 땅은 24절이 체가 되어 천지를 돌려나가므로,
천지 안의 모든 신장·일월성신·일시분초 등이 이 사이에 전부 포함되어 있다.
28수는 하늘, 24절은 땅으로 천지의 조화를 모두 돌려 나간다.
하늘은 28장이 체이고, 땅은 24장이 체가 되어 모든 천지신명이 그 속에 속한다.
(무진년 10월 26일[1988.12.4.] 훈시)
즉, 28수는 하늘의 체(體)로 하늘을 상징한다. 결국 도전님의 4월 28일에 대한 말씀은, 도(道)를 상징하는 4계절의 4월과 천(天)을 상징하는 28수의 28일이기에, 도의 주인이 되는 진주가 종통 계승의 첫 단계인 천명을 받드는 일[봉천명(奉天命)]을 이날 이루게 되는 것이 천지의 도수임을 밝혀주신 것이다.
十五歲時(15세시)
도전님께서는 『대순지침』을 통해 교운 2장 4절의 도주님 망명에 대해 ‘도주님께서 진주(眞主: 15세)로 봉천명(奉天命)하시고’라 훈시해 주셨다.08 이에 대해 더 자세하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상제님께서 화천하신 해에 도주님께서 만주 봉천(奉天)으로 가셨다. 그 해 도주님 천수(天壽) 15세셨다. 15는 진주(眞主)라 한다. 『전경』에도 진주노름이란 말이 있다.09 10을 무대라고 하고 무대는 양수(陽數)로 수 중에 제일 높은 수이다. 진주노름에서 무대를 잡으면 아무도 못 먹는다고 한다. 무대는 무극대도(無極大道)이다. 거기서 참 주인이심을 알 수 있다. 봉천(奉天)이니 천명(天命)과 신교(神敎)를 받든다. (기사년 4월 4일[양1989.5.8] 훈시)
이상의 훈시를 통해 우리는 15가 진주를 상징하고, 따라서 진주이신 도주님께서 15세시에 봉천명(奉天命) 봉신교(奉神敎)하시기 위해 봉천으로 가시게 됨이 천지의 도수로 필연적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15는 진주를 상징하는가? 진주의 수리인 15는 약 4000년 전 우임금이 홍수를 다스릴 때 낙수(洛水)에서 나온 거북[神龜]의 등에 그려진 낙서(洛書)의 마방진(魔方陣)을 말한다.10 즉 <그림 1>과 같이 낙서의 수리를 구궁(九宮)에 배치시키면 어느 방향으로 다 더해도 그 합은 15가 되니, 이를 마방진이라고 한다(A). 이 마방진은 『전경』의 교운 1장 44절에도 좌우가 대칭된 형태로 그려져 있다(B).
(B)에서 좌선(左旋)이라고 함은 천도좌선(天道左旋)을 의미한다. 즉 옛날부터 동양의 역학자들은 천도좌선이라고 하여, 하늘은 왼쪽(해가 도는 시계방향을 의미)으로, 땅은 오른쪽(지구가 도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한다고 규정하였으니, 좌선이란 천도(天道)의 운행 방향이 왼쪽이라는 뜻이다. 왼쪽, 그러니까 시계 방향이 의미하는 바는, 현재 독자가 보고 있는 이 책의 종이 면을 기준으로 해서 ‘입체적인 좌측’으로 돈다는 것이다.(<그림 2> 참조)
<그림 2> 상제님께서 쓰신 마방진을 좌선하면, 즉 대칭시키면 낙서의 마방진이 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먼저 상제님께서 쓰신 마방진 (B)에서 중앙의 ‘九-五-一’을 중심축으로 본다. 그리고 우측의 ‘四-三-八’을 왼쪽으로 돌린다. 이때 ‘四-三-八’이 ‘九-五-一’의 밑을 이용해서 평면적으로 왼쪽 방향으로 도는 게 아니라, ‘九-五-一’의 앞쪽을 이용해서 ‘四-三-八’이 독자 눈앞으로 종이 면에서 입체적으로 툭 튀어나와 왼쪽 방향으로 회전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B)의 우측 ‘四-三-八’은 ‘九-五-一’을 중심축으로 좌선하면 낙서와 같이 좌측에 위치하게 되고, 같은 원리로 좌측의 ‘二-七-六’은 ‘九-五-一’을 중심축 삼아 좌선하면 우측으로 위치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상제님께서 쓰신 (B)의 마방진은 좌선 마방진, 즉 대칭 마방진이라는 뜻이다.
상제님께서 낙서의 마방진을 그대로 쓰지 않으시고, 굳이 대칭된 모습으로 그리신 이유는 명확하게 알 수 없으나, 앞서 말한 대로 천도좌선이니 아마도 천도의 운행을 표시하시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상제님의 마방진(B)이 좌선, 즉 천도에 따라 운행하면 낙서의 마방진(A)[진법(陣法)]이 됨을 알려주신 것이기도 하다. 낙서 마방진(A)은 주역의 연원(淵源)으로 천지의 진법(陣法)을 의미하니11 진주(眞主)를 상징하고 상제님께서 펼치신 마방진(B)은 상제님의 공사를 상징하니, 결국 상제님께서 대칭된 마방진만을 펼치시고 좌선(左旋)이라 하신 것은 상제님의 진법(陣法)에 여합부절로 대응되는 낙서의 마방진, 즉 진주가 있으며 이 진주의 나타남은 천도의 운행[좌선(左旋)]에 의해 이루어짐을 암시하신 비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마방진 수리 15는 또한 10과 5의 합으로 상징되고, 10과 5는 만물 변화의 바탕이 되는 5·10土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잠시 15가 10과 5의 합으로 나뉘게 되는 원리를 살펴보자. 동양 상수철학에서는 모든 수의 기본을 십진수와 삼천양지(三天兩地)로 규정한다. 십진수란 현재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숫자 열 개의 수리 체계이다. 이 십진수는 우리 인간의 손가락 10개로 쉽게 이해된다. 그러니까 만물의 기본 수리가 십진법이기에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손가락은 10개이다. 그런데 인간의 손은 음양으로 2개이고, 한 개의 손가락은 5개이다. 이 5개의 손가락이 표현하는 기본 숫자인 1, 2, 3, 4, 5를 만물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삼으니, 이 5개의 숫자를 생수(生數)라고 부른다. 이 다섯 숫자를 다시 가르는데, 그 기준은 홀수와 짝수이다. 홀수는 짝이 없어 불안정하니 동적(動的)인 것이라 하여 양으로 규정하고, 짝수는 짝이 있으니 안정감이 있어 정적(靜的)인 것이라 하여 음으로 규정하니, 이것을 양기음우(陽奇陰偶)라고 한다. 생수 다섯 가운데 홀수 그러니까 양은 1, 3, 5로 세 개이고, 짝수 즉 음은 2, 4로서 두 개다. 양을 대표하는 것은 하늘이고, 음을 대표하는 것은 땅이기 때문에 만물의 기본 단위인 1부터 5까지의 숫자 다섯 개로부터 추출한 양(하늘) 3개, 음(땅) 2개를 삼천양지(三天兩地)라고 하고, 삼천양지 곧 하늘 3과 땅 2의 힘이 합해진 5로써 만물이 변화한다고 본다. 이것이 성수(成數)를 구성하게 되는 기본 원리이다.
설명이 좀 어려웠지만, 다시 정리하자면, 1부터 5까지의 숫자는 삼천양지를 구성하는 수이니, 만물의 시초가 된다. 이것을 생수(生數)라고 한다. 여기에 하늘(3)과 땅(2)의 변화, 즉 삼천양지인 5가 더해지면 1은 6이라는 성수(成數)가 된다. 성수가 된다는 것은 사물이 형체를 갖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1은 시초이고, 6은 삼천양지의 변화에 힘입어 1이 바뀐 것이나 원래 뿌리는 1이니 1과 6은 서로 같은 숫자다. 이런 방식으로 생수 2가 천지의 변화(5)를 받아들이면 성수 7이 되고, 생수 3이 천지의 변화(5)를 받아들이면 성수 8이 되고, 생수 4는 성수 9가 되고, 생수 5는 성수 10이 된다. 이렇게 해서 동양 상수철학은 1•6, 2•7, 3•8, 4•9, 5•10을 서로 같은 형제로 묶는다. 그리고 다시 여기에 오행을 배당하니, 그것이 다음의 <표 1>이다.12
<표 1> 생수와 성수의 오행 배속
지금까지 1부터 5까지의 생수가 6부터 10까지의 성수로 바뀌는 원리를 설명하였다. 10을 넘어선 11, 12, 13 …부터는 1에서 10까지 하나의 변화 패턴이 완료되었으므로 다시 변화가 시작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11은 이미 생수→성수의 10개 변화 패턴이 완료된 10 이후에 다시 1이 시작된 것이라는 말이고, 12는 10이 완료된 후에 2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13은 10 이후의 3, 14는 10 이후의 4, 15는 10 이후의 5가 된다. 또 21은 10의 변화 패턴이 두 번 완료된 후의 1이요, 22는 10이 두 번 변화한 이후의 2이다. 동양의 상수철학에서 생각하는 숫자의 기본 인식방식은 이런 것인데, 이 모든 변화의 바탕에는 십진법과 삼천양지의 5가 들어있고, 이 5를 오행 가운데 만물의 운행을 담당하는 토(土)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낙서(洛書)가 천지의 진법(陣法)이기에 진주(眞主)를 의미한다고 했지만 그 수리의 핵심인 15가 진주를 상징하게 되는 원리를 살펴보지는 못했다. 여기서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앞서 말했듯이 15는 삼천양지의 변화가 한 차례 일어난 10 이후의 5이다. 10은 토이고, 5 역시 토이다. 그러니까 15의 구성은 생수가 천지의 변화(삼천양지) 5를 받아들여 성수가 되는(이를 사물의 형성이라고 한다) 변화가 한 번 완료된 10 이후에 다시 천지의 변화(삼천양지) 5가 덧붙여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15는 만물의 생성이 완료된 이후(10)의 조화(5)를 지니고 있고 또한 생(生)과 성(成)의 조화수인 5와 10을 모두 가져 만물이 생장염장(生長斂藏)하는 변화의 장을 충분히 만들어 줄 수 있게 된다.
실제 그 장(場)은 24방위와 24절기로 구체화된다. 먼저 하늘 360주천(周天)을 15로 나누면 24가 되고, 이것은 곧 24방위로서 24방위는 매 15°마다 그 자리가 교체되며, 또한 땅의 24절기도 15일을 기준으로 서로 그 자리를 교체하고 있다. 그러니까 하늘과 땅은 15수리를 근본으로 하여 각각 24방위와 24절기를 운행시킴으로써 만물이 생장염장할 수 있도록 하는 시공간[場]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만물은 15라는 수리를 바탕으로 생성 변화 발전을 일으키고 있는데, 영대의 신위(神位)가 15신위(神位)인 것과 영대에서 모시는 배례 횟수가 총 15배인 것도 바로 이런 우주의 원리에 응함을 쉽게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15는 우주의 운행 그 자체를 의미하는 수리라는 점에서 곧 도(道)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의 주인이 되실 진주께서도 그러한 15수리의 이치와 부합되는 것이 당연한바, 도주님께서 봉천으로 가신 때가 15세이심은 이러한 이치인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진주의 수리를 “남아 十五세이면 호패를 찬다.”라는 말씀으로 표현하셨다. 실제로 조선시대의 신분증인 호패는 16세가 되어야 착용했으니 이 말은 현실과는 틀린 말이었다. 이것은 “사내아이 열다섯이면 호패를 찬다.”는 시속의 속담을 인용하신 것인데 ‘남자가 열다섯이 되면 어른이니 떳떳한 구실을 하라는 뜻’이다.13 틀린 말임에도 상제님께서 봉천명 공사에 이를 쓰신 것은 이 속담이 ‘있는 말’14, 즉 참된 말임을 알려주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이 속담이 생긴 것은 단순히 ‘15세가 되면 성인(成人)’이라는 시속의 인식 때문만이 아닌 것이다. 이 속담은 바로 진주가 도를 상징하는 수리 15에 부합하는 15세에 봉천명하여 종통계승자로서의 신분[호패(戶牌)]을 부여받는 도수가 숨겨져 있었던 비결(祕訣)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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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대순진리회요람』, (1969), pp.11-12.
02 「도주님의 봉천명과 봉천지명 이야기」, 《대순회보》 172호 (2015), pp.40-47.
03 《대순회보》 146호 (2013), pp.22-23.
04 이 내용이 실린 판본은 후에 전량 회수되어 파기되었다.
05 『증산도 도전』 2쇄 (증산도 도전편찬위원회, 1996), pp.505-506.
06 「27년간의 헛도수」, 《대순회보》 68호 (2007), pp.17-29.
07 「십이월초나흘」, 《대순회보》 169호 (2015), pp.28-29.
08 『대순지침』 2판 (2012), p.13.
09 『전경』 13판 (2010), 행록 3장 65절.
10 마방진(魔方陣)은 1에서 n²까지의 정수를 n행 n열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나열하여 가로·세로·대각선의 합이 전부 같아지도록 한 것으로 방진(方陣) · 마법진이라고도 한다. 정사각형의 1변에 나열된 수의 개수 n에 따라서 n방진, 즉 3방진, 4방진, … 등이라 한다. 합은 3방진에서 15, 4방진에서는 34, 5방진에서는 65가 되며, n방진에서는 n(n2+1)/2가 된다. 방(方)은 정사각형, 진(陣)은 나열한다는 뜻으로 중국에서는 3,000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우(禹)가 낙수(洛水)의 치수공사를 할 때 나타난 거북의 등껍데기에 신비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거북의 등에 새겨진 그림은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점의 개수로 나타낸 것이고 가로, 세로로 3개씩 9개의 숫자가 적혀 있었으며 이 수들의 배열이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더하여도 합이 항상 15로 같았다. 이것이 바로 마방진의 시초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마방진 [魔方陣, magic square] (초등수학 개념사전, 2010. 3. 25., (주)북이십일 아울북) ; [네이버 지식백과] 마방진 [magic square, 魔方陣] (두산백과) 참조.
11 『주역』의 탄생은 낙서에서 시작되었다. 대략 기원전 2200년경에 황하에서 홍수를 다스리던 우(禹)가 낙서(洛書)를 그렸고, 그로부터 천 년 뒤에 유리에 유폐된 주나라 문왕이 낙서를 발판으로 64괘 괘사를 써서 『주역』을 만들었던 것이다. 문왕의 아들인 주공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384효를 지었고, 그로부터 2,000년 뒤에 송나라의 소강절은 복희씨의 역을 선천역(先天易), 낙서에 기반한 주 문왕의 주역을 후천역(後天易)이라 이름 짓고 각각의 팔방 팔괘도를 그려 대비시켜 종합하였고, 그 뒤를 이은 주자가 우임금부터 소강절까지의 『주역』 이론들을 규합하여 『역학계몽』으로 총 정리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형태의 『주역』 모습이 완성되었다. 풍우란, 『중국철학사·하』, 박성규 옮김 (서울: 까치글방, 2007), pp.455-459; 전창선·어윤중, 『음양오행으로 가는 길』 (서울: 도서출판 세기, 2001), p.292, p.299, pp.306-307; 이창일, 『주역, 인간의 법칙』 (고양: 위즈덤하우스, 2011), p.170 참조.
12 차선근, 「조석(潮汐)의 이해」, 『상생의 길』 1 (2004), pp.151-161 참조.
13 박미희 엮음, 『어린이 속담풀이』 (서울: 고려출판문화공사, 1992), p.88; 네이버 국어사전 속담편, ‘ㅅ’편.
14 “모든 일을 있는 말로 만들면 아무리 천지가 부수려고 할지라도 부수지 못할 것이고 없는 말로 꾸미면 부서질 때 여지가 없나니라”고 말씀하셨도다。 『전경』 13판 (2010), 교운 1장 36절.
<대순회보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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