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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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성미 작성일2019.04.22 조회5,429회 댓글0건본문
잠실31 방면 선사 양성미
‘화합을 모르겠습니다.’ 심고를 드리면 상제님께서 대답해 주실 줄 알았습니다.
“화합은 이런 것이다. 자 이제 잘해 보거라.”
분명하게 보여 주시기를 원한 저는 왜 저에게만 대답을 안 해 주시는지, 어째서 아무 말씀도 안 해 주시는 것인지 속상했습니다. 입도한 지 7일째 드렸던 심고여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엉뚱하고 억지스러운 것을 바랐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도를 차분차분 알아가는 초발심엔 연락소에 가는 것도 즐겁고 주문을 하나하나 외우는 것도 재미있고 선각분들께서 말씀해 주시는 눈을 번뜩이게 하는 후천에 대한 이야기들, 모든 게 신대륙 탐험을 하는 듯이 흥미진진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즐거울 수만 없는 것이겠지요. 매일 연락소에 와서 기도모시는 정성을 드리고 있던 중 맑고 청아하게 들리던 주문소리가 여러 명이 같이 기도를 모시는데 분명 같은 소리인데도 따로 분산이 되고 주성이 맞지 않아 화가 났습니다. 처음 기도를 모셨을 땐 주문 소리가 노랫소리처럼 즐겁고 15분이 순간에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처음 그 느낌과 상반되는 느낌이라 실망했습니다. 정성을 드리면 깨우칠 수 있다는 선각분들의 말씀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선각이 넌지시 “양내수 치성에 가면 상제님 전에 더 많은 심고도 드리고 정성을 드릴 수 있어” 하는 한마디가 귀에 솔깃했습니다.
‘그렇구나! 그럼 한번 가봐야겠다!’라고 마음먹고 치성을 모시러 갔습니다. 치성을 모시면서 심고 드리는 걸 벼르고 있던 저는 눈을 감고 끊임없이 심고를 드렸습니다.
‘상제님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화합도 모르겠고 지금 저 옆의 주문소리(공부반 주문 소리였습니다)도 모르겠고 신명이 계시는 것도 모르겠습니다. 정성을 드리면 깨우칠 수 있다는데 깨우친 것도 없습니다. 도를 닦는 사람이 이렇게 못 깨우치고 있는데 어찌할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처절한 심고를 반복해서 드리고 있던 중 “주문 봉송”이라는 구령에 법좌를 하고 주문을 하는 찰나,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조화로운 주문 소리가 들렸습니다.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전율을 느꼈습니다. 주성이 하나로 모아지고 근사하게 들리면서 구름 위에 붕 뜬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제 심고에 대답을 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자 들어봐라 이런 것이 화합이라는 거야, 그만 징징대’라고 알려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화합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 감동을 받아 도통주를 마치고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시 심고를 드렸습니다.
‘제가 너무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음이 저절로 숙연해지고 낮춰지고 꽉 막혀 있던 마음의 벽이 뻥 뚫린 기분이었습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 전율과 마음의 빛이 반짝였던 게 기억납니다. 도에서 화합은 사람과 사람의 화합뿐 아니라 사람과 신명과 조상님께서도 같이 화합할 수 있는 공부여서 다른 어디에서도 배우기 힘든 거구나. 차원이 다른 근사한 공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성을 드리면 자신이 고쳐야 할 부분을 신명께서 먼저 알려 주시는데 제가 화합하려고 노력은 하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투정만 부린 것 같아서 지금 돌이켜서 제 이야기를 하니 부끄럽고 쑥스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어집니다.
‘상제님, 투정만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화합의 힘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제 자신부터 노력하겠습니다.’
심고를 드리면서 오늘도 마음이 통하는 근사한 공부를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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