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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쓰러진 벼를 세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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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상범 작성일2018.11.20 조회5,0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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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방면 교감 송상범 
 

  계절이 바뀌어 어느덧 눈 내리는 겨울이다. 춥고 힘들고 어려울수록 인정을 나누고 더욱 이해와 배려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대자연의 순리는 우리들에게 무언(無言)의 교훈을 주는 듯하다. 지난 늦여름, 제8호 태풍 곤파스로 인하여 농작물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9월 4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영농작업을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축회관 앞마당에 모였다. 종사원 일행은 작업복 차림으로 대순버스에 올라타 상처 입은 들판으로 향했다.

  

  해마다 모내기는 해봤지만, 벼를 세워 묶는 작업은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체험에 대한 기대와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염려도 조금 되었다. 현장에 도착하여 총무부 종사원의 시범을 보고 처음엔 논바닥에 누워 있는 벼 4다발 이상을 혼자서 일으켜 세워 지푸라기 두 세 개로 둘러 묶었다. 조금 하다가 2인 1조로 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고 하여 조를 짜서 했는데 정말 혼자서 하는 것보다 일의 속도가 빠르고 힘도 덜 들어 재미도 있었다. 순간 ‘화합의 힘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이 고여 있는 논바닥에 알곡이 쓰러져 물에 닿은 상태로 계속 있으면 썩기도 하고 싹이 터서 수확을 못한다고 들어서 더욱 힘을 다해 몸 사리지 않고 작업에 임했다. 물에 빠진 곡식을 보니 문득 상제님의 구제창생(救濟蒼生)이념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 왜냐하면 『전경』에 상제님께서 “…나는 서양 대법국 천계탑에 내려와 천하를 대순하다가 삼계대권을 갖고 삼계를 개벽하여 선경을 열고 사멸에 빠진 세계창생을 건지려고…” (권지 1장 22절)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예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글귀에서도 지금 하고 있는 영농작업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과거 포덕사업을 하면서 나의 실수로 인하여 선후각을 힘들게 한 일들이 많았으리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오래전 선사였을 때 갓 입도한 수반이 있었는데, 수도생활에 적응하는데 많이 힘들었을 때 알아주지 못하고 잘 교화하고 챙겨 주지 못한 것에 참으로 후회를 많이 했다. 그래서 이번 태풍에 쓰러진 벼를 세우는 작업을 계기로 양위상제님과 도전님께 또한 선각과 후각에게 용서와 이해를 구하는 마음으로 심고 드리고 참회를 했다. 어느덧 서쪽 산으로 해가 질 무렵 일에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다시 내일 아침 5시 50분에 회관 앞마당에 모여 대순진리회 복지재단 가까이 있는 논에 작업이 있다고 했다.
  이튿날, 어제 했던 경험과 노하우로 같이 일했던 종사원과 다시 한 조가 되어 일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손발이 척척 맞아서 모두가 우리 조처럼 일사불란하게 한다면 네다섯 시간 걸릴 일을 한두 시간에 일찍 마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일이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옛 말처럼 화합 · 단결의 힘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한 조가 되어 같이 작업을 한 종사원은 농촌에 태어나서 어릴 적부터 농사일의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다. 옛날의 이런 저런 경험담을 들어가면서 어렵고 힘들 때 품앗이를 통해 이웃끼리 서로 돕는 상부상조의 정신이 해원상생의 이념이 아닐까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였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아침 5시 50분에 또다시 작업이 있다고 들었다.
  3일 연이은 작업으로 인해 몸이 좀 고되기도 하였지만,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쌀의 소중함과 자연이 주는 고마움에 대해 다시 한 번 뜻 깊고 의미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되새겨본다. 참, 이번 영농작업으로 아주 인상이 깊었던 것은 벼에 농약을 거의 주지 않는 친환경적인 농사법이었다. 우렁이를 부화하여 논에 풀어두면 잡초만 먹기 때문에 벼는 잘 자라고 제초제가 필요 없는 것이다. 이러한 농사법 역시 상생의 농사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을 모두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빨래를 했는데 흙탕물이 잔뜩 배여 비누칠을 해서 몇 번이나 빨아도 때가 잘 지지 않았다. 이것을 보면서 행여나 난 수도를 하면서 때 묻은 게 없을까, 얼마나 수도를 해야 거울과 같이 깨끗하게 무욕청정(無慾淸淨)에 이를 수 있을까 하고 수도의 절박함을 반성해보기도 했다.
  세상 사람들이 서로서로 배려해서 상대를 인정하고 상호이해하고 용서하고 아껴주며 존중하여, 어렵고 힘이 들 때 부축하며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어, 화해하고 화합 · 단결하여 화목하고 화평하다면 그 얼마나 좋은 세상일까 하는 미래를 그려 본다.

 

<대순회보>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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