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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과의 인연으로 얻은 값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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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다현 작성일2018.11.03 조회5,2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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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4 방면 평도인 강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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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소중한 추억 하나쯤은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대학 시절 우연히 만난 유기견을 보살펴 준 인연으로 나는 교직원에게 많은 영산홍을 받게 되었다. 이 영산홍은 값진 보은의 선물이 되어 내 인생에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듯하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내가 대순종학과 재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한다.
  2014년 4월 꽃향기가 가득한 어느 날 식당에서 샌드위치를 받아 기숙사로 가는 길에 대학 본관 주변을 돌아다니는 유기견을 처음 만났다. 그저 측은한 마음에 자꾸 눈길이 갔다. 모습을 보니 집에서 목줄을 끊고 도망쳐 온 듯했다. 샌드위치를 나눠주려고 다가가니 사람에게 학대받은 기억이 있었는지 두려운 눈빛으로 겁을 먹고 달아났다. 샌드위치를 바닥에 놓고 자리를 뜨니 그제야 다가와서 먹기 시작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유기견과의 첫 만남이 몇 달간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날부터 본관 앞을 지나가는 길에 매일 유기견을 만나게 되었고, 굶주려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먹을 것을 조금씩 챙겨주기 시작했다. 아침에 기숙사를 나설 때면 늘 유기견이 눈에 밟혀 비닐봉지를 챙겨 식당에서 밥과 짜지 않은 반찬을 봉지에 담아 물과 함께 매일 두 끼니를 챙겨주었다. 식당에서 배식받은 밥의 반은 내가 먹고 반은 비닐봉지에 담았다. 어느 순간부터 학과 동기들은 내가 밥을 적게 먹는 것을 보고 자신의 밥을 봉지에 담아 주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식당에서 남은 고기를 가져와 “개 생각이 나서 일부로 고기를 챙겨왔어”라고 말하며 건네주었다.
  나는 개 이름을 ‘견진’이라고 지어주었다. 학교의 상징 동물이 소인데 이름이 ‘우(牛)진’이다. 여기에서 착안하여 개 견(犬) 자를 써서 ‘견진’이라고 불렀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캠퍼스를 거닐고 있으면 저 멀리서 견진이가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달려왔다. 내가 좋은 듯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이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내가 키우는 개인 줄 오해하기도 했다. 어떤 날은 동기들과 본관을 지날 때 “견진아 놀자” 외치면 이 목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나타나 우리들의 학업으로 쌓인 피로를 웃음으로 바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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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여름 장마가 시작되었다. 기숙사 7층 유리창으로 본관 앞마당에 힘없이 비를 맞고 있는 견진이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나도 모르게 깊은 정이 들어 잠깐 내려가서 보고 다시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집으로 돌아왔다. 두 달 동안은 집에서 지내야 했기 때문에 견진이를 볼 수 없어 마음 한편으로 걱정되었다. 방학이 끝난 후, 견진이를 보기 위해 다시 본관으로 갔는데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꼬리를 치면서 달려왔다. 한결같이 변함없는 견진이의 마음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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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어느 날, 본관 앞에 ‘유기견 포획’이라고 써진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안내판이 걸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과 사무실 조교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본관에서 유기견 밥을 주는 학생을 찾기 위해 교직원이 다녀갔어요. 대순종학과 학생이 밥을 주는 것이 맞는지 물어보고, 유기견을 포획하여 보호소에 보낼 예정이니 밥을 주지 말라 하며 갔어요.” 이 말을 듣고 일정 기간 입양을 가지 못하면 안락사를 당해 죽을 것 같아 연신 마음이 쓰였다.
  그날 밤 모 방송국 동물 프로그램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연을 신청했다. 다음 날 아침에 방송국 피디(PD)로부터 유기견의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서 보내 줄 수 있는지 전화가 왔다. 촬영을 위해 본관 앞마당에 갔다가 우연히 견진이의 포획을 담당하는 교직원을 만났다. “매일 개에게 밥을 챙겨주는 학생이 맞나요? 학과와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그 물음에 교직원이 과사무실에 왔던 일이 생각나 학교생활에 불이익을 당할까 봐 겁이 나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분은 먼저 나에게 “저는 우리 종단의 임원입니다. ○○방면이고, 몇 년간 수도생활을 했습니다. 학생과 같은 수도인 입니다”라고 수도생활을 한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그제야 나도 마음을 열고 대화하기 시작했다. 교직원께서 “오랜 기간 밥을 챙겨준 학생이 궁금했습니다. 학생에게 표창장을 주고 싶은 마음이네요”라고 말했다. 포획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교직원과 교수님 한 분에게서 개를 입양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받았습니다. 새 주인을 찾아줄 예정입니다”라고 말해주었다. 견진이가 새 주인을 만나 따뜻한 가정으로 입양을 간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에 오해가 풀려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견진이는 사람들의 이 마음을 모른 채 자신에게 해가 미칠 것으로 생각한 것 같았다. 10월 말부터 한 달간 본관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에게 보호받지 못해 살려고 도망쳐 온 곳이 학교인데, 마음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상처를 입고 어디론가 도망쳐 버린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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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뒤 본관 앞마당에서 견진이를 다시 만났다. 너무 반가워 “견진아”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예전처럼 반가워하지도 않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힘없이 앉아 있었다. 사람들을 피해 힘겨운 떠돌이 생활을 하고 돌아온 것 같았다. 슬픈 눈으로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어디론가 가버렸다. ‘한 달 전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떠나버린 것이 마음에 걸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잠시 다녀간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천에 매섭게 차가운 바람이 불 때 한동안 견진이 생각이 많이 났다. 추위에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내가 보았다면 마음 아파할까 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멀리 떠난 것 같았다. 6개월간의 짧은 인연도 막을 내린 듯했다.
  시간이 흘러 다음 해 4월이 되었다. 대순종학과 학과장 교수님과 학생회와 자치회 학생들은 매일 아침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안건으로 대진교육관 7, 8층 화단에 무슨 꽃을 심을지를 의논하였다. 어느 날 동기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날은 교직원들이 영산홍을 화단에 심고 있었고, 마치 1년 전 견진이를 처음 만난 그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던 날 같았다. 우연히 작년에 견진이 덕분에 알게 된 교직원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교직원은 먼저 나를 알아보시고 “그때 매일 유기견에게 밥을 챙겨주던 학생 아닌가요? 잘 지냈나요?” 반갑게 인사를 건네셨다. 나도 인사를 건넨 후 “실례가 안 된다면 대진교육관 화단에 영산홍을 심고 싶은데 한 그루만 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을 드렸다. 그러자 교직원께서 “심고 싶은 만큼 영산홍을 줄 테니 가져가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듣고 너무 기뻐 한걸음에 달려가 학과장 교수님께 말씀을 드리고 학생들과 7, 8층 화단 전체에 영산홍을 한 그루 한 그루 정성 들여 심었다. 텅 빈 화단을 영산홍으로 가득 채운다는 생각에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영산홍을 주신 교직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일하는 동료분들과 나누어 드시라고 박카스를 드리면서 “그 유기견이 선생님을 통해 저에게 영산홍을 선물하고 은혜를 갚은 것 같습니다” 하니 그분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하시면서 웃으셨다. 그때 교직원에게서 받은 영산홍은 견진이가 나에게 준 특별한 선물 같이 느껴졌다. 나의 호의가 보은으로 돌아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나 혼자가 아닌 대순종학과 교수님과 학생들에게 보낸 선물 같기도 했다. 학생들은 7층 화단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8층 기도실에 갈 때 아름답게 활짝 핀 영산홍을 보고 행복해했다. 나는 영산홍을 보면 견진이와의 행복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비록 떠돌이 유기견이었지만, 측은하고 애틋한 마음에 챙겨준 것이 오히려 나에게 복이 되어 돌아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하고 따뜻해진다.
  나는 이 일로 보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살면서 은혜를 받고 있지는 않았나 매사에 살피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답하고자 한다. 또 내가 아무런 조건 없이 남에게 베푼 사랑이 다시 덕이 되어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내게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안겨준 견진이가 어디선가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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