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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치성 참석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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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연우 작성일2018.07.12 조회5,2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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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사1방면 교정 신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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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아름다운 계절 5월. 겨우 20살 젊은 나이인 대학생 때 입도를 하였고, 포덕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친구들을 포덕소에 데리고 왔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치성은 지금처럼 참석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임원들만이 참석할 수 있는 자리였고, 방면별로 겨우 몇 명의 수반만이 허락되는 때였다. 임원들과 함께 치성을 모실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었다.

 

이런 때에 처음으로 도장 치성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평도인인 내가 치성을 모시면서 실수라도 할까 봐서 임원분들과 선각들은 나를 단단히 교육시켰다. 주된 내용은 “영대는 신명이 가득 찬 곳이기에 함부로 행동하면 안 되고, 치성의 자리는 엄숙한 자리이기에 경거망동하면 안 되고, 내수가 참석할 수 없는 치성이기 때문에 절대 흐트러지면 안 되고, 작은 소리도 내면 안 되고, 수반 티도 내면 안 되며 무조건 가만히 잘 버텨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겨우 몇 시간만 서 있으면 될 텐데 왜 이렇게 지레 겁을 주시나’하며 혼자 생각했었다.

 

그런데! 치성을 모시면서 엄청난 기운이 내려오는 순간 나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몇 시부터 시립을 하였는지, 시립한 곳이 본전 4층이었는지 3층이었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다. 그곳은 너무도 엄숙한 자리였다. 기침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치마 소리 등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숨을 쉬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그저 그 자세 그대로 시간은 멈춰버린 듯했다. 나에게 치성은 도저히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무게감에 쓰러질 정도로 힘들었던 자리였지만, 다른 한편으론 참으로 신기한 경험을 한 자리이기도 했다.

 

머리부터 어깨, 허리까지 커다란 돌이 올려져 있는 듯이 몸이 너무 무거워서 땅바닥으로 점점 떨구어지려고 하였다. 팔다리도 무거운 돌을 몇 개 들고 벌을 서고 있는 것처럼 덜덜덜 떨렸다. 수반 티 나지 않게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기에 온몸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 와중에도 정신은 어디론가 달아나려고 하고 있어서 온갖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당장에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머리끝까지 차올랐으나 부끄러운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버티기 시작했다.

근 한 시간을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으로 나를 둘러싼 무거운 공기의 압력과 싸우고 있었다. 정성을 잘 들여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이 공간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정신을 집중하며 부동자세로 버텨냈다. 모든 치성 행사를 마칠 때까지도 정신이 혼미했었던지 나중에 음복을 했는지를 떠올려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치성을 마치고 방면으로 내려오는 동안 ‘잘 견뎌내었다는 것만으로도 대견하고, 바닥에 주저앉지 않아서 다행이고, 다 함께 들이는 정성에 방해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였다.

 

이제는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의 치성은 지금까지 참석해온 많은 치성 중에서 가장 힘들었고 의미 있는 치성이었다. 시간이 흘러 직위도 바뀌고 나름대로 수도의 세월이 묻어서인지 이후로는 그때만큼 힘든 치성은 없었다.

 

요즘 치성을 모시면서 그 당시와 비교해보면 엄숙하지 않은 듯하여 조금 안타까운 면이 있다. 간혹 소곤거리는 사람들도 있고, 기운을 못 이겨 앉아 있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치성의 소중함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도전님께서 직접 주관하시는 치성 자리.

숨소리 한번 낼 수 없는 자리.

흐트러진 자세 한번 볼 수 없는 자리.

임원들 속에서 티 나지 않게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하는 자리.

시공간이 멈춰버린 듯한 엄숙함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

쓰러질 듯한 엄청난 기운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자리.

  

  

도전님 재세시라 더더욱 소중한 때였고, 그 엄숙한 치성의 시간에 내가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상을 받은 것처럼 감사한 날이었다. 처음 치성에 참석했던 그 힘들었던 추억은 내수시절에 상제님께서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 중 하나였다.

 

 

<대순회보 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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