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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액을 극복하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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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서영 작성일2018.06.07 조회4,8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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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30 방면 선무 김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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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교적인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별다른 이유 없이 낯가림이 심해지고, 누군가와 말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수도생활을 하면서도 이 증상은 쉽게 없어지지 않아 가깝게 지내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 열기가 어려웠습니다. 당시는 입도(入道)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방면 도인분들과도 친숙해지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때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흙탕물도 일다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듯 제 증상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차도를 보이는 듯했습니다. ‘때로는 시간이 약이 될 때도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할 때쯤 저는 방면 도인들과도 친숙해졌고 낯가림도 점차 없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에 좀 더 용기를 내어 포덕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과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든 처음 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가슴 떨리는 일일 것입니다. 더구나 포덕을 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마음을 열어야 하고 사람 만나기를 어려워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제가 포덕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저를 괴롭혔던 문제였습니다.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 용기 내어 시작한 포덕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고 또다시 내 안의 두려움이 고개를 쳐드는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예컨대 포덕을 하려고 친구들과 지인들을 만날 때면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언제나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사람에게 말을 걸기는커녕 마음조차 열기 어려워 벌벌 떨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과정 끝에 교무 임명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임명을 모신 후 내심 ‘임명을 모시면 좀 나아지겠지’라는 기대도 했지만,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저는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해보자는 심정으로 이유 없이 나를 괴롭히는 대인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49일 동안 정성을 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도와 심고(心告)를 드리는가 하면 노트에 『전경』을 한 글자씩 써내려가며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쉬지 않고 정성을 이어나가는 것이 힘겹고 의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전경』 쓰기는 평소에 눈으로만 보았던 『전경』 내용을 마음에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정성을 드리니 49일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신기하게도 심고(心告) 드리는 것과 『전경』 쓰기를 생활화하며 정성을 드리는 동안에는 마음이 안정되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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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음을 게을리하면 또다시 내 안의 두려움이 마음속에 자리해 저를 괴롭혔습니다. 반면 해태(懈怠)한 마음을 가지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성을 드릴 때면 때때로 기분 좋은 꿈을 꾸는 일도 있었습니다. 꿈에서는 여러 명의 신선이 저에게 잘하고 있다며 칭찬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경험들은 제가 1년 동안 쉬지 않고 정성을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여전히 사람이 무섭긴 했지만, 용기를 내 다가가게 되었고, 차츰 대인관계 및 상대와의 의사소통도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감사하게도 내 안에 존재하던 대인공포에 대한 몇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원인은 다름 아닌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할까 봐’라는 불안의 씨앗이었습니다. 아울러 평소에 자신을 닦달하고 불안해하며 생각과 행동을 옥죄여 끊임없이 자책하게 하는 완벽주의적인 생각의 틀도 두려움을 일으킨 또 다른 원인이었습니다. 이처럼 내 안에 존재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존재하는 비합리적인 강박관념은 나의 행동과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쳐 자신을 압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대인공포의 원인이 일련의 강박관념에 있었음을 인지한 후로는 신기하게도 그동안 저를 힘들게 하던 비합리적인 사고의 틀이 깨졌습니다. 남들이 뭐라 하지 않는데도 혼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불안해하던 마음도 많이 줄어들었고, 자신을 스스로 닦달하는 사고의 빈도도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의 원인을 알고 나니 그간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보이지 않았던 본심(本心)이 투명하게 보였습니다. 그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보니 불안에 떨며 제발 나를 미워하지 말아 달라며 울고 있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대인공포증이 저의 비합리적인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임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장에서 치성을 모시던 중 갑자기 두려움의 시발점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그 시발점은 중학교 3학년 때의 한 사건으로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저는 어떤 사건으로 왕따를 당해 곤욕을 치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당시 저는 학교폭력을 당한 친구를 감싸주었을 뿐인데 오히려 제가 뭇매를 맞고, 주동자로 몰려 많은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학교 선생님께서도 제 이야기는 듣지도 않으시고 저만 탓했고, 믿었던 가족마저 너에게 잘못이 있으니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라고 모든 잘못을 저에게 돌렸습니다. 그렇게 아무도 제 편이 되어주지 않는 억울한 상황들이 예기치 않게 일어났고, 그 일이 있은 후 저는 모든 사람이 나를 미워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가슴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 두고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내 모습을 갑자기 직면하니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선택적 기억상실처럼 전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 불현듯 뇌리를 스치니 힘든 것도 있었지만, 학창시절 억울한 누명을 써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를 어루만져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곧 내 안에 숨어있던 두려운 마음과 지난날의 아픈 상처를 찾아 고쳐나갈 수 있게 길을 열어주신 상제님께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문득 『전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상제께서 천원(川原)장에서 예수교 사람과 다투다가 큰 돌에 맞아 가슴뼈가 상하여 수십 일 동안 치료를 받으며 크게 고통하는 공우를 보시고 가라사대 너도 전에 남의 가슴을 쳐서 사경에 이르게 한 일이 있으니 그 일을 생각하여 뉘우치라. 또 네가 완쾌된 후에 가해자를 찾아가 죽이려고 생각하나 네가 전에 상해한 자가 이제 너에게 상해를 입힌 측에 붙어 갚는 것이니 오히려 그만하기 다행이라. 네 마음을 스스로 잘 풀어 가해자를 은인과 같이 생각하라. 그러면 곧 나으리라.”(교법 3장 12절).

 

하지만 내면의 아픔과 직면한 후로는 이 구절을 볼 때마다 지난날의 상처가 중첩돼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자기성찰을 통해 상처받은 내면의 나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노력을 계속 이어가자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 힘들지 않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과거에 저를 힘들게 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용서하고 이해하니 내 안에 존재하던 응어리가 없어지는 것을 체감하였습니다. 수도하면서 내면의 상처가 겁액으로 존재하여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을 알아차리고 극복하는 힘도 나에게 있음을 실감하니 더는 두렵고 힘들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누구보다도 열린 마음으로 밝고 긍정적인 자세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는 수도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순회보 1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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