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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균 작성일2018.11.21 조회3,8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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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8 방면 정무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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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운명이란 정해져 있는 걸까? 정해져 있다면 그 운명대로 살아야 하는 걸까? 연극이나 드라마처럼 즉흥적 대사를 이용해 더 재미 있고 맛깔나게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생각들은 내가 고3 때 친구들과 한참 나누던 이야기 소재 중의 하나였다. “설령 정해져 있다고 해도, 내가 그 대본을 바꿔서 살아가면 되지.’ 하고 생각했는데, 도에 들어와 보니 그 또한 정해져 있는 일이라니….
  누나하고 방면회관에 처음으로 간 것은 1999년 8월 17일경이었다. ‘대순진리회’,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고 귀에서 맴도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내 성격이 조금 까칠해서 한번 아니라고 하면 쳐다도 안 보았던 때라 누나도 조심스러워 많이 망설였던 것 같았다.
  회관을 둘러보고 며칠 뒤 입도치성을 모셨다. 상제님 진영이 모셔진 곳과 성화(聖畵)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지금에서야 죄송해서 고개를 못 들 상황이지만, 그 당시 내가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하루는 방면 선감께서 “김 외수는 아침 수의에 참석해도 된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포덕사업 일선에 있는 일꾼들 틈에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참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다음 날 아침부터 회관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모든 환경이 낯설었지만 특히 앉아있는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몸이 힘드니 무슨 말인들 귀에 쏙 들어올 리 만무한 일이었다. 또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선무에게 “도는 나중에 닦고 우선 돈을 좀 벌어야겠습니다. 기반을 좀 잡고 다시 올 테니 그때까지는 회관에 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선무의 표정이 조금 굳어지는 것 같았다. 상제님 전에 정말 포덕사업할 수 있는 외수 일꾼 하나 포덕이 되게 해 달라고 심고에 심고를 드려서 입도한 사람이 나였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분에게 떠난다는 말을 했으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 말이 없던 선무는 그럼 며칠만 회관에 더 나오라고 하였다. 조금 망설이다 “예!”라는 대답과 함께 회관을 나섰다.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수의에 참석했는데, 영월5 방면 이 선감께서 교화를 해주셨다. 한참 말씀을 하시는데 들어봤던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 아닌가! 어제 오후에 선무가 방면 회의실에서 말해주었던 내용을 녹음이라도 한 듯 그대로 말씀해주시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현 세상에서 물질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도 사업에 더 매진해야 할 때라는 내용이었다. 수의가 끝나고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선무에게 달려가서 “혹시 김 외수가 도 사업할 수 있도록 교화해 달라고 선감께 말씀드렸습니까?”라고 물어보았다. 선무는 아니라고 하면서 역시나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이 선감께 확인을 해보니 원래 교화하려고 했던 내용은 다른 것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내용이 그렇게 흘러가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제야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선감께서 “김 외수의 조상 선령신께서 공덕이 많으신가 봅니다. 이렇게라도 김 외수를 도문에 있게 하려니 말입니다.”라고 말씀해주셨다.
  뭔지 모르는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것 같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하루였다. 지금은 선사가 되셨지만 그 당시 선무가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을까 하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든다.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백일기도를 드려야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김 외수, 백 일 정성도 좋지만, 처음부터 무리하면 힘이 드니 우선 일주일 동안 새벽 1시 기도를 해봅시다. 새벽 1시라 쉽지 않겠지만 한번 해봅시다.”라고 하셨다. 다음 날부터 밤 수련과 새벽 1시 기도를 시작하여 일주일간 별다른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 수련과 기도가 편하게 다가와 몸에 쫙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낮에도 자연스레 회관에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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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인가 낮에 책을 읽다가 잠시 잠이 들었는데, 시골에 계신 아버지께서 전화로 나의 이름을 부르며 양이 없어진다고 말씀하시는 꿈을 꾸었다. 아버지에게 지금까지 양을 키운 적이 없는데 무슨 양이냐고 말씀드리자, 얼마 전에 사놓았는데 도둑놈이 훔쳐간다며 빨리 오라는 거였다. 누나와 여동생 식구들과 함께 한달음에 부산에 내려갔다. 양을 키운다는 집 앞의 야산에 가보니 양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냥 땅바닥이 아니라 황금 갈대 위에 그물이 놓여 있었다. 내가 아버지께 “울타리가 없으니 도둑이 훔쳐 가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씀드리자, 도둑이 그물 밑에서 올라오는 것이라며 그물을 흔들어 보이니 방울 소리가 나면서 체격이 건장하고 얼굴 형체도 없는 시커먼 한 사내가 그물 밑에서 불쑥 올라오는 것이었다. “도둑이다!” 하면서 저하고 매형, 매제 셋이서 달려들어 잡았는데, 힘이 어찌나 세었던지 붙잡기에 역부족이었다. “도둑 잡아라” 하면서 잠에서 깼다.
  머리도 멍하고 꿈 이야기를 누나에게 했더니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냥 꿈인가 하고 생각하며 밤이 되어 또 회관으로 달려갔다. 수련이 너무 편했다. 11시 수련을 하고 복도에 나왔는데 창밖으로 선사께서 지나가시는 거였다. “이 시간에 어떻게 오셨습니까?”라고 여쭈니 내일 도장에 명절 수호반 보내야 되는데 오기로 한 외수가 안 온다며 안절부절 하셨다.(이때는 수호가 뭔지 모를 때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꿈 얘기를 하게 되었다. 선사께서 다 들으시고 “김 외수의 꿈이 딱 수호 서는 꿈이네요.”라고 하시면서, 현재 도의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그것이 수호에 대한 꿈이면 저를 보내달라고 말씀드리니, 선사께서 “김 외수가 장남인데 명절에 제사 모시러 가야 되지 않나요?”라고 하셨다. 마침 입도하기 한 달 전에 서울 큰형님께서 할아버지 제사를 모셔 갔던 터라 “그냥 수호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리하여 그다음 날 짐을 챙겨 도장으로 가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수호와 도장생활, 신축회관을 비롯해 크고 작은 도장 공사를 하면서 또 하나의 바람이었던 종사원이 될 수 있었다. 바쁘게만 쉼 없이 달려온 지금의 나 자신을 뒤돌아보면 때론 갈등과 방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부끄러운 모습도 많았던 것 같다.
  누구에게나 하룻밤의 꿈이겠지만 나에게 있어 이 하나의 꿈이 지금까지 여주본부도장에 머물 수 있게 해준 복된 꿈이 될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면 복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든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은 내일을 베일로 가려놓은 것이라고 한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일이 있기에 날마다 새로운 꿈을 꾸고 희망과 설렘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내일은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리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본다.

 

<대순회보> 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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