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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조의 일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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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선희 작성일2018.02.05 조회3,7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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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조의 일을 하면서

 

중흥1-10 방면 정리 윤선희

 

 

 

 

추석 연휴가 끝나고 어느덧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어 가는지 하늘은 높고, 햇볕은 따사로운데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부니 정말 가을로 들어섬을 새삼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이런 마음의 여유도 이번 식당 조에 들어와서 도장에 있다 보니 하늘과 바람을 느낄 여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방면에서 지원하여 들어왔는데 막상 엄청난 공덕을 지으려 해선지 오기 전부터 마음이 심란해지고 무거운 짐을 가득 안고 들어온 것처럼 겁액이 드러나는 겁니다.

 

며칠 동안 식당에서 여러 도우들과 종사원분들과 어우러져 일을 하다 보니 점점 무거운 짐 보따리가 내려놓아 지는 것 같습니다. 이른 새벽 조용한 도장 한쪽에선 도인들을 위해 밥을 짓고, 반찬을 담고, 국을 끓이는 소리가 적막을 깨우면서 아침을 엽니다. 아침 식사 시간 동안 열심히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탁자를 닦고, 설거지를 하다가 식사시간이 끝날 때쯤 맛난 참을 주시는 분의 소리에 몸의 피로가 순간 사라지고 어느새 다들 해맑은 미소에 여기저기 모여 참을 먹습니다.

 

영농을 나가자는 소리에 면장갑을 챙겨 밭으로 나가는데 잠시나마 도장 밖을 나가 시골 들녘을 보고 있는 이 느낌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것입니다. 늘 도시 속에 살다가 자연이 주는 이 상쾌한 느낌을…. 밭에는 배추, 각종 농작물이 익어가고 한쪽의 해바라기는 옹기종기 모여 머리가 무거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정겨운 모습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어느새 작은 밭에 도착했습니다.

 

고추밭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추가 도인들의 음식으로 거듭나기 위해 우린 고추줄기를 통째로 뽑았습니다. 두 시간 남짓 고추밭의 고추는 어느새 트럭에 실려 도장으로 향하고 고추밭은 텅 비었습니다. 다들 거의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는 도인들인 우리가 고추를 뽑고… 또 어느 내수는 ‘뱀’의 등장으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모두 화들짝 놀라 고추밭의 고랑을 벗어나 옆으로 피신하였습니다. 한참 뒤에 뱀이 갔을 거라며 사람이 해치려 하지만 않으면 물지 않는다는 소리에 모두 안심하고 고추를 운반했습니다.

 

늦더위 탓에 땀이 온몸을 적셔도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에 덥다는 말소리가 무색하게 그 모습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구슬땀을 흘려 수확해 온 고추가 도장 식당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 고춧잎과 고추를 다듬는데 처음에는 금방 끝나겠지 생각을 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꼬박 이틀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른 도인들이 지원을 와서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해서 겨우 마무리를 지었는데 불같은 성질이 저절로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가운데 도의 일을 하다 보니 조금씩 연성이 되어 수도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을 하다 중간에 힘들고 지칠까 싶으면 커피에, 곶감에 맛난 참으로 힘을 북돋아 주시곤 하였습니다. 다음 날 점심때 고추 반찬으로 반찬대에 오르기까지 정말 많은 도인들의 정성이 들어가는 것에 고추나물을 먹으면서 저절로 감사함이 듭니다. 평소 김치 하나 나물 한 가지에 무한한 정성이 들어 있음을 직접 체험해보니 알 것 같았습니다. 그 전에는 한 번씩 도장에 올 때면 무공해 식물들이겠거니 생각만 하고 그냥 식고만 드리고 먹었습니다.

 

이번에 식당 조를 하면서 그 과정을 잠시나마 체험해보니 자연의 고마움과 농사를 짓느라 무수한 땀을 흘렸을 도인들, 더 크게는 천지신명께로 그 마음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인간들의 욕심과 재리에 눈이 어두워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세상에 무한히 베풀어 주시는 신명들을 생각하노라니 고개가 저절로 숙여집니다. 바라지 않고 부모가 자식에게 한없이 보살펴주듯 그 따뜻한 마음에 내 마음도 점점 따뜻한 온기가 도는 것 같습니다. 묵묵히 제각기 위치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도인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집니다.

 

늘 알아주기만을 바랐던 속 좁은 마음이 환히 들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 시작이고 식당일 하면서 가지 따기, 고추 뽑기, 깻잎 따기 등 농사일을 해본 적이 별로 없지만 이 소중한 한 달이란 기간에 얼마나 많은 일들과 체험을 할지 사뭇 기대감이 듭니다. 이번 식당 조 일은 저에게 많은 경험 속에서 자신을 돌이켜 반성하면서 새삼 느껴보지 못한 체험과 일 속에서 많은 감사함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순회보 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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