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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 발생과 해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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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6.18 조회5,4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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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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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진리회요람』에 의하면 척은 나에 대한 남의 원한으로 서운한 감정이 들거나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당하여 응어리진 마음이 생길 때 발생한다. 한편 분노의 감정은 “이럴 수가!” 하는 납득이 안 되는 상황에 대한 인식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표현이다. 뭔가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으로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고 표출하지는 않지만 응어리진 원한으로 마음속에 간직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분노와 원한은 유사한 원리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원과 분노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발생 과정의 측면에서 유사성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분노에 대한 현대 심리학적 분석을 통하여 원의 발생과 해소에 접근하고자 한다.

 

현대 심리학자인 서수균은 분노의 감정을 일차, 이차로 나누고 일차 분노는 상황에 대한 최초의 해석에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나는 무시당하고 있다”,“너무도 부당하다”, “어찌 이럴 수가 있나?” 등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이차 분노는 책임의 소재, 가능한 대처 행동, 대처 행동에 따른 예상 결과 등에 의한 이차 평가로 이루어진다. “그냥 두지 않겠다.” “한번 혼내 주고 말겠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차적으로 경험했던 분노의 감정을 해소하지 않고 지속해서 마음에 담아 둠으로써 분노의 감정은 증폭되어 후속 사태로 이어지는데, 이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대응을 저해한다.01

 

일차 분노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최초의 해석은 일차, 이차 분노의 발생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분노가 발생하게 되는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로 당면 상황이 목표의 성취나 자존감 유지에 위협이 되는가에 대한 평가에 달려 있다. 다시 말해서,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의 침탈 여부에 대한 해석에 달린 것이다. 따라서 일차 분노가 발생하는 계기는 상황에 대한 해석적 기반 즉,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전경』에 나타난 박공우의 일화를 통해 분노가 발생하고 해소되는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상제께서 천원(川原)장에서 예수교 사람과 다투다가 큰 돌에 맞아 가슴뼈가 상하여 수십 일 동안 치료를 받으며 크게 고통하는 공우를 보시고 가라사대 “너도 전에 남의 가슴을 쳐서 사경에 이르게 한 일이 있으니 그 일을 생각하여 뉘우치라. 또 네가 완쾌된 후에 가해자를 찾아가 죽이려고 생각하나 네가 전에 상해한 자가 이제 너에게 상해를 입힌 측에 붙어 갚는 것이니 오히려 그만하기 다행이라. 네 마음을 스스로 잘 풀어 가해자를 은인과 같이 생각하라. 그러면 곧 나으리라.” 공우가 크게 감복하여 가해자를 미워하는 마음을 풀고 후일에 만나면 반드시 잘 대접할 것을 생각하니라. 수일 후에 천원 예수교회에 열두 고을 목사가 모여서 대전도회를 연다는 말이 들려 상제께서 가라사대 “네 상처를 낫게 하기 위하여 열두 고을 목사가 움직였노라” 하시니라. 그 후에 상처가 완전히 나았도다.(교법 3장 12절)

 

 

공우는 예수교 사람과 다투다가 큰 돌에 맞아 가슴뼈가 상해 수십 일 동안 치료를 하며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이때 공우는 분노하여 나중에 가해자를 찾아가 죽이려고 하였다. 서로 다투다가 큰 돌에 맞아 가슴뼈가 상하였으니표출되지는 않았지만 “어찌 이럴 수가? 두고 보자!” 하는 심경이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일차 분노는 이미 발생하였고 “네가 완쾌된 후에 가해자를 찾아가 죽이려고 생각하나 …”라는 상제님의 말씀 속에는 공우의 분노가 이미 이차 분노로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공우는 상제님의 말씀을 듣고 자기가 다친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에 공우는 미워하는 마음을 풀고 오히려 다음에 만나면 잘 대접하려고 하는 마음을 먹었다. 상제님의 말씀으로 일차 분노와 이차 분노가 해소된 것이다. 공우의 인식이 “어찌 이럴 수가? 두고 보자!”에서 “그럴 수도 있구나!”로 바뀐 것이다. 오해가 이해로, 이해가 감사로 이어져 분노의 마음이 사라졌다. 일차 분노인 “어찌 이럴 수가?”의 감정이 상제님 말씀을 듣고 사라짐으로써 이차 분노도 저절로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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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우의 일화에서는 상제님의 말씀으로 분노가 해소된 것이지만 우리는 상제님의 가르침을 매번 직접 들을 수 없는 입장이다. 여기서 필자는 일화에 나타난 공우의 심리적 변화의 원인이 상제님의 말씀이고 그 말씀 안에는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관이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분노 발생의 해석적 기반이 되는 가치관을 변화시킴으로써 원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가치관의 변화가 관점의 변화로 이것이 다시 인식과 마음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침탈될 때 분노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일반적으로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인격·생명·건강·재물 등이 있다. 나아가 도인들은 해원상생, 윤리 도덕 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일차 분노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당한 공격에서 발생한다고 할 때 그것이 부당한 공격이 아니라는 것이 이해된다면 분노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에 내가 누군가에 그렇게 한 것이 이번에 이렇게 오는구나!”라는 인식이 된다면 분노는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일차적으로 분노가 발생했더라도 해원상생과 윤리 도덕 등의 진리에 대한 믿음은 이차적 분노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다. “두고 보자!”, “ 가만 안 두겠어!” 등이 아니라 “여기서 내가 참아야 더는 원의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화합을 위해 내가 참아야지”, “내가 당하는 것도 이유가 있겠지” 등으로 인식이 변화된다.

 

중요한 것은 공우가 자신의 마음을 잘 풀어 가해자를 은인과 같이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척이 상대방을 통하여 풀리니 고마운 분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해한 상대를 은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은 가치관의 변화를 통해 마음이 변화된 바람직한 상태의 한 예이다. 이러한 이치로 사건을 당하여 일차 분노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분노의 감정이 일어나더라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살펴 감사의 마음으로 돌린다면 이차 분노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원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상제님께서는 “원수의 원을 풀고 그를 은인과 같이 사랑하라. 그러면 그도 덕이 되어서 복을 이루게 되나니라.”(교법 1장 56절)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척을 맺는 것도 푸는 것도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먼저 풂으로써 상대는 스스로 풀리게 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02 이렇듯 모든 것이 마음에 달린 것이다. 그러므로 억울하거나 서운한 일을 당하였을 때 가슴속에 새겨 둔 상제님 말씀을 상기하여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원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발생했더라도 금방 해소될 것이다.

 

 

01 서수균, 「비합리적 신념과 공격성 사이에서 일차적/이차적 분노사고의 매개역할」, 『한국심리학회지』 28 (2009), p.699 참조; 이승환, 「주자 ‘분노’관의 도덕심리학적 고찰」, 『동양철학』 40 (2013), p.211 참조.

02 『대순지침』, p.27 참조.

 

 

<대순회보 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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