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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라는 작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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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2.14 조회5,0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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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손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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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에게 자동차는 이동수단으로 필수품이 되었다. 지금은 이동하는 데에 불편이 없도록 자동차 도로망이 잘 정비되어 있다. 차도의 목적은 목적지까지 빨리 이동할 수 있도록 편리함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함께 따라다닌다. 이런 까닭에 차도에서 겪는 수많은 일은 요즘 우리의 인생과도 비슷해 보인다. 살아감에 있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혜가 필요하듯, 차도에도 불행한 사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양보하는 작은 배려이다.

 

최근 차도에서 있었던 일로 작은 배려가 왜 필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성격이 다른 두 종류의 사건이 있었다. 각각의 사건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나는 터널 안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일로, ‘모세의 기적’이라는 별칭이 붙은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어느 날 울산에 있는 한 터널 안에서 6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의 신고를 받고 구급차는 급히 그 터널로 향했다. 터널 입구에 도착한 구급차는 터널 안의 사고로 차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더 이상 진입할 수가 없었다. 다급해진 구급차는 가까스로 갓길을 이용해 천천히 진입하였다. 터널 안으로 들어서는 그때,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터널 안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움직임이 없던 차들은 약속이나 한 듯 양쪽 벽면으로 차를 붙이며 가운데 길을 열어 주었다. 구급차는 차선을 따라 사고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구급대원들은 사고를 당한 여성을 구급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이송하였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고 운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배려가 환자의 생명을 지켜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하나는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이었다. 저녁 무렵, 한적한 도로에 양쪽으로 차들이 주차하여 자동차 한 대만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골목이 되어버렸다. 이 도로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급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급하게 이 도로를 가던 중이었다. 소방차를 앞서가던 승용차의 운전자가 사이렌 소리에 귀가 거슬렸던 것일까? 갑자기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길을 막았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그 운전자는 길 한가운데 승용차를 세운 뒤 내려 소방차가 지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리곤 소방차에서 내린 소방대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공무를 방해했다. 상식 안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러한 행동은 의학적인 용어로 ‘사스퍼거(Sasperger)’에 가깝다. 즉 자신에게는 관대하나, 타인에게는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사람을 말한다.01

 

차도에서 일어난 두 종류의 사건을 보면서, 양보라는 작은 배려가 어려움에 닥친 상대방에게 그 어려움을 극복할 기회와 함께 행복할 기회까지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기회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주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되리라고 본다. 그렇기에 남을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작은 배려가 우리의 삶의 문화로 하루 속히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요즘 현대인들은 도로에서부터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특히 도심 속의 도로는 복잡도 하거니와 각자의 목적지에 빨리 가려고 하는 경쟁도 심한 곳이다. 그래서일까 구급차가 막힘없이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모습들이 더욱 특별해 보인다. 이처럼 복잡한 도로에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도 이 아름다운 배려를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 도로에서 양보하는 작은 배려! 서로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의 등불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당신은 앞을 보지 못하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비바 하리다스,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 중에서)02

 

 

01 한상복, 『배려-마음을 움직이는 힘』, (경기: 위즈덤하우스, 2006), p.24 참조.

02 같은 책, p.58 재인용.

 

<대순회보 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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