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찰인사(中察人事)와 윤리 도덕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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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2.24 조회5,145회 댓글0건본문
연구원 강남규
얼마 전 인공지능과 최고수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인공지능 앞에 이 9단이 꼼짝없이 당하는 장면을 TV에서 시청하면서 많은 사람이 큰 충격에 빠졌다. 심지어 이러다가 인간이 영화처럼 인공지능에 의해 정복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이는 앞으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 컴퓨터가 인간보다 잘하는 영역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이 미처 계산하지 못한 허점을 파고들어 한 판을 겨우 이기는 장면을 보면서 ‘인간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 같았던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 라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계산 능력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못 당한다. 이 분야에서 슈퍼컴퓨터는 가히 신(神)이다.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그 자리를 내어 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둑처럼 경우의 수가 확대되어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는 영역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대국(對局)을 벌인 결과는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바둑은 산술적 계산과 논리적인 수읽기, 전체의 형세판단 등이 필요한 두뇌게임이다. 여기서 수읽기란 구체적인 형세 속에서 한 경우 한 경우를 속으로 헤아려 그 결과를 미리 예측해 가장 적합한 수를 두는 것이다.
바둑의 흐름이 단순화되면 연산능력이 탁월한 인공지능이 유리하지만, 한 판의 승리에서 보듯이 바둑의 형세가 복잡해져 깊은 수읽기가 필요한 경우에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인간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형세가 복잡한 경우 인공지능은 확률로 예측을 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인간은 정확한 수읽기를 통하여 적중(的中)한 수를 찾아낼 수 있었다. 게임에서 이긴 후 이 9단의 한마디는 “거기밖에 수가 없었습니다.”였다. 전체의 수를 다 읽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이처럼 적중한 수란 전체의 판세를 다 읽은 후에야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수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에서 나타난 서로의 장단점을 보면서, 후천 인존시대에 신과 인간의 조화와 역할을 생각해 보게 된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이성적인 측면, 지능적인 측면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양심과 윤리도덕이 있다. 지능이 이성적인 측면이라면 윤리도덕은 심령(心靈)적인 측면이다.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보루로서의 영적인 윤리도덕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도전님께서 앞으로는 인존시대(人尊時代)라고 하시면서 정심(正心)과 윤리 도덕을 강조하셨다.01 인존은 하늘과 땅보다 인간이 가장 귀하다는 의미다. 인존시대는 신봉어인(神封於人)으로 신명이 인간에게 봉(封)해지는 시대다. 봉(封)이란 글자의 의미는 제후가 천자로부터 하사받은 땅을 봉지(封地)라고 했던 데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때 사람마다 닦은 바에 따라 맡은 바 임무를 감당할 신명의 호위를 받는다. 즉, 닦은 바에 따라 상제님으로부터 운수를 모실 때 신명들이 그 임무를 감당할 수 있도록 응하는 것이다. 도전님께서 신도(神道)를 말씀하시면서, 신명으로 공판 받고 신명으로 도통 받는다고 하신 것이 이를 두고 이르신 것이다.
인존시대에 모사(某事)는 하늘이 맡고 그 일의 성사(成事)는 인간에게 달려 있다. 여기서 하늘은 상제님 주재 하의 신명계라 할 수 있다. 선천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는 다르다. 진인사대천명은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의 시대에 나온 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 성사는 하늘의 명(命)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후천의 인존시대는 신명(神明)02이 모사하고 그 성사는 인간에게 달려 있다. 신명이 인간에게 봉해져서 신명이 모사하고 그 성사를 인간이 맡을 수 있는 근거와 이유는 인간에게 천지의 중앙인 마음이 있고, 천지인(天地人)의 중심에 서서 적중(的中)한 윤리 도덕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전님께서 “도는 우주 만상의 시원이며 생성변화의 법칙이고, 덕은 곧 인성(人性)의 신맥이며, 신맥은 정신의 원동력이므로 이 원동력은 윤리도덕만이 새로운 맥이 될 것이다.”03라고 하셨다. 상제님께서 후천에는 선(善)으로 먹고 살 도수를 짜놓으셨다고 하셨다.(교법 2장 55절) 이처럼 상제님께서는 남을 잘되게 하는 선을 실행하는 자가 오랫동안 복을 누릴 수 있게 도수를 짜놓으셨으니, 인존시대는 신인이 조화하여 윤리도덕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인 것이다.
『전경』에 신명이 운수자리를 찾아 기국시험을 하는 예시가 있다.04 이에 의하면 신명이 운수자리를 찾아 각 가정을 드나들면서 기국시험을 하는데, 화기(和氣)를 잃은 자에게는 신명이 큰일을 맡기지 못할 기국(器局)이라 하여 비웃고 떠난다. 신명은 운수자리를 찾는 방법으로 그 가정에 화기의 존재 여부를 시험한다. 이는 곧 화합의 능력을 뜻하며 포용하는 마음의 크기를 의미한다. 흔히 생각이나 구상이 큰 것을 “배포가 크다”라고 한다. 생각은 머리로 하지만 그것을 담는 그릇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상제님께서 박공우를 데리고 다닌 이유도 그의 뱃속에 경우가 많은 연고라 하셨다.05 경우는 경위로 곧 이치이고 도다. 우리는 흔히 상대방의 말이 맞는 경우를 “일리(一理)가 있다”라고 한다. 하나의 경우가 일리(一理)라면 모든 경우의 수가 도출되는 근거는 원리(原理)이다. 그 원리는 진리의 근원으로 무극이고 태극(太極)이며 막힘없이 도는 원(圓)인 해원상생의 대순진리이다. 사람의 수만큼 자기의 입장이 있고 그만큼 경우의 수는 많아진다. 그러므로 화합을 시킨다는 것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포용하고 그것을 넘어서 적중한 수를 찾아내는 것과 같다.
적중한 수가 아니면 수많은 사람을 납득시키지 못하여 불평과 원망이 쌓인다. 어쩌면 화합은 적중한 신의 한 수를 찾아내는 데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적중한 수는 달라진다. 경위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찾아낸다는 것은 매 순간 내 앞에 다가오는 사물을 바른 마음으로 살피는 가운데 이치의 근원인 태극이 사물과 접하는 지점에서 만나는 적중한 수를 찾는 것이다. 이는 곧 정심(正心)이라야 모든 이치의 근원인 태극에 도달할 수 있고, 이 마음이라야 수많은 경우가 하나의 원리로 통합되어 화합을 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것은 수많은 사물과 접하면서 영위하는 인간의 삶 속에서 윤리 도덕의 근원인 태극, 곧 대순진리를 찾아 접속해 나가는 길이다. 즉, 태극이란 원리와 패턴을 인간사의 구체적 현실에 적용하여 실천해 나가는 일이다. 인간사 속에서 대순진리를 구체적으로 적용하여 실천해 나가는 일이 바로 중찰인사(中察人事)이며 윤리도덕의 실현이다.
후천의 윤리도덕은 천덕(天德)과 지덕(地德)과 인덕(人德)을 합친 대덕(大德)이다. 중찰인사를 통한 윤리도덕의 실현은 신명의 모사(謀事)와 인간의 윤리적 판단이 결합한 대덕의 실현인 것이다. 인존시대를 맞이하여 이제 윤리적으로 거듭난 인간은 더 없이 귀중한 존재로, 수많은 신명과 더불어 후천의 역사를 창조해 지상천국을 건설하는 역군이 된다. 그러므로 상제님께서는 “이제 너희들이 지금은 고생이 있을지라도 내가 단식하여 식록을 붙여 주고 여름에는 겹옷을 겨울에는 홑옷을 입어 뒷날 빈궁에 빠진 중생으로 하여금 옷을 얻게 함이니 고생을 참을지어다. 장차 천하 만국을 주유하며 중생을 가르칠 때 그 영화는 비길 데가 없으리라.”(예시 82절)라고 하셨다. 이는 가히 현재 포덕을 하러 다니는 우리 수도인을 말씀하시는 것이라 하겠다. 포덕이야말로 중찰인사를 통한 윤리도덕의 상도(常道)를 이룩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모든 수도인들은 온갖 부와 명예에 가치를 두지 말고 오직 상제님의 덕화를 펴고 윤리도덕을 실천하여 남을 잘 되게 하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01 《대순회보》1호, 「도전님 훈시」 참조.
02 하늘은 상제님으로 볼 수 있으나 상제님께서 짜놓으신 도수에 따라 구체적으로 모사하는 것은 신인조화의 일로서 신명이 모사하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하에서는 하늘을 신명의 의미로 쓰고자 한다.
03 『대순지침』, p.44.
04 교법 1장 42절 참조.
05 교법 1장 45절 참조.
<대순회보 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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