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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적폐(積弊)를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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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3.18 조회4,9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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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주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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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은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치적으로 개혁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드높았던 격랑의 한해였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적폐청산(積弊淸算)이라는 말을 하루가 멀게 들어야 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쌓이고 만연한 부정과 문제점과 악습을 깨끗이 정리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대학교수들은 지난 한해를 결산하면서 사자성어로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

 

파사현정은 원래 ‘부처의 가르침에서 어긋난 사악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도리를 따른다’는 뜻의 불교용어지만, 현재는 일반 통용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사심(邪心)을 버리고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여 사회인은 사회인답게, 신앙인은 신앙인답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이 용어가 2012년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에 꼽혔다가, 5년 만인 2017년에 올해의 사자성어로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 불의와 부정이 얼마나 만연해 있었는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적폐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상생적이고 생산적인 미래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적폐는 편파, 불공정, 상극 등 부정적인 요소만을 양산하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결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편파적인 사고는 불공정한 판단을 낳게 하고, 이로 인해 갈등과 반목이 조장되어 상극적인 상황이 초래된다.

 

일반적으로 적폐란 남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거나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소유한 강권을 가진 자가, 사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부정과 비리를 자행함으로써 축적된 폐단을 말한다. 그렇다고 적폐는 강권을 가진 자만의 전유물은 아니며, 간혹 그렇지 못한 사람도 적폐를 낳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분별력 없이 강권을 가진 자를 무조건 비난하고 시기하고 부러워만 하는 것, 이 또한 적폐다. 스스로의 힘으로 성실하게 이루어놓은 성탑(誠塔)은 남이 무너뜨리려 해도 무너지지 않는다. 강권을 가진 자가 정의롭지 못하다면, 비난하기에 앞서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자신만은 올바로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욕심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비난은 자기 자신의 과오를 간과케 한다. 「수칙」에 일상 자신을 반성하여 과부족(過不足)이 없는가를 살펴 고쳐 나가라고 했다. 강자나 약자 모두에게 반성은 과거의 적폐를 단절하고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켜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자신의 적폐를 모르고 지나치거나 알면서도 개선하려고 하지 않으면, 자기기만과 자기 합리화에 빠져 뜻하지 않게 운명을 그르칠 수도 있다.

 

적폐청산은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자신의 적폐를 청산하는 일을 달리 말하면, 아마 양심회복이라는 말로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햇빛이 눈을 녹이듯, 양심은 사욕과 적폐를 녹이는 가장 강렬한 햇빛이다. 주지하다시피 마음에는 양심(良心)과 사심(私心) 두 가지가 있다. 양심은 천성(天性) 그대로의 본심이고, 사심은 물욕에 의하여 발동하는 욕심이다. 원래 인성의 본질은 양심이지만, 사심에 사로잡혀 도리에 어긋나는 언동을 감행하게 된다. 인간의 모든 죄악은 양심을 저버리는 것으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사심을 버리고 양심을 되찾기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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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말을 한다.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잇속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경우를 두고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만일 수도인이 사심을 갖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수도를 하면서 도심(道心)이 돈독한 척하고, 학자가 연구는 하지 않으면서 실적을 왜곡하거나 실력 있는 척한다면, 이미 수도인이거나 학자이기를 포기했다고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노력하지 않고 눈속임으로 좋은 조건과 잇속에만 욕심을 부리는 것은 자신은 물론 상대방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더 나아가 상제님의 덕화를 손상시키는 행위이다.

 

속인다고 해서 영원히 속일 수는 없으며, 진실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요즈음 CCTV가 활성화되어 많은 범죄를 단속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은 단지 사람들의 행동을 포착하여 감시할 뿐, 인간의 마음까지는 살필 수 없다. 그러나 신명은 도처에 상존하면서 인간이 품은 깊은 마음까지도 샅샅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CCTV가 설치된 것을 의식하여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 신명이 항상 가까이 있음을 의식하지 못한 채 제멋대로 행동하고 마음을 속이는 경향이 있다. 도전님께서 “도인들은 항상 어디서나 신명의 수찰이 있음을 명심하고 속임과 거짓이 없이 도인의 본분을 바로 지켜야 한다”라고 하신 훈시 말씀을, 우리 수도인들은 뼛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적폐는 정의나 상생과는 거리가 멀며,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과 가까운 지인(知人)만을 위해 좋은 상황과 위치를 만들려는 욕심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사욕은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 서로 척을 짓게 하고, 정도가 심하면 조직체계까지 위협함으로써 한 집단을 파국에 이르게 한다. 도전님께서 “모든 도인들은 처사에서 무편무사(無偏無私)하고 공명정대하여 욕됨이 없게 하라”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일을 처리함에 있어 언제나 사사로움이 없고 치우침이 없이 지극히 공정하고 떳떳해야 한다. 적폐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적폐를 저지른 당사자나 그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 모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한다.

 

상제님께서 “신명은 탐내어 부당한 자리에 앉거나 일들을 편벽되게 처사하는 자들의 덜미를 쳐서 물리치나니라. 자리를 탐내지 말며 편벽된 처사를 삼가하고 덕을 닦기에 힘쓰고 마음을 올바르게 가지라. 신명들이 자리를 정하여 서로 받들어 앉히리라”고 하신 말씀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수도인은 수도인답게, 학자는 학자답게, 누구나 자신이 처해 있는 위치에서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 이것만이 상제님의 진리에 다가가는 첩경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순회보 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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