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치유와 해원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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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수 작성일2019.05.27 조회5,009회 댓글0건본문
연구위원 김태수
우리는 때때로 지나치게 자기 자신을 탓하거나 자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황이 호전되기보다는 마음이 더욱 어두워지고 위축되는 면이 있다. 자신을 반성하고 낮춘다는 겸양의 태도는 좋지만 자존감이 약해지면서 타인을 떳떳하게 대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수도 주체로서 자신에 대한 의식을 고양할 필요성을 느끼던 차에 심리 치료 가운데 긍정 치유에 관한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이는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치유함으로써 상대방과 호의적 관계를 갖도록 돕는 방식이기에 해원상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느꼈다. 이 점에 주목하여 이 글에서는 긍정 치유 중심의 심리 치유법을 소개하고 이러한 치유 방식 안에 해원상생의 원리가 녹아 있음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긍정 치유는 긍정 심리학에 기반한 치유법으로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1942∼ ) 등 여러 심리학자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긍정 심리학에서는 긍정적 정서와 성격, 장점, 미덕을 되살림으로써 일상생활에서 행복을 만들 수 있음01을 강조한다. 이 맥락에서 널리 활용되는 기법으로는 ‘인정-감사-봉사’의 방법이 있다. 이는 매사를 인정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감사하는 연습을 한 후, 자신에게 봉사의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이 치유법에서는 예를 들어 양심대로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남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 없어 하던 모습 등을 인정한 후, 주어진 매 상황을 학습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기를 수 있다. 한편 남을 도왔을 때 생기는 뿌듯함이나 보람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같은 연습을 통해 감사 습관을 들일 수 있다. 이러한 훈련으로 이전에는 극복하지 못하던 상황을 인정하고 감사하는 습관이 생활화될 경우, 어려움을 준 상대방조차도 자신을 성숙시키는 반면교사로써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어서 점차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는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나 운동 등의 여유 시간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봉사하는 단계를 밟는다. 나아가 남에게 봉사함으로써 자신감과 보람을 한층 증대시킬 수 있다.
한편 긍정 치유와 관련하여 인기를 끈 심리 치유의 하나로 ‘내면아이 치유법’이 있다. 이는 어린 시절에 권위적 분위기에서 자라 자존감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에게 효과적인 방식으로 성장 과정에서 “무시당하고 상처받은 내면아이(neglected, wounded inner child of the person)를 사람들이 겪는 모든 불행의 주요 원인”02으로 보는 치료법이다. 치유 방법으로는 인정하기 싫은 기억이나 이로부터 비롯된 신경증적 증세를 방어, 억압 또는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느끼기·묵상·타협·직면하기·표현하기’ 등을 통해 자율성과 신뢰감을 향상시키는 기법을 사용한다.03 즉, 자신 안에 움츠린 내면아이로 하여금 “결점이란 결핍이었음을 이해시킴”04으로써 “성숙한 성인으로 반응해야 할 방법을 왜곡시킨 부정적 경험들을 치유하고 뇌에 새로운 회로를 새기는”05 치유를 행한다. 이러한 방법 또한 상황회피가 아니라 이해와 용서에 기반한 원리라는 점에서 ‘인정-감사-봉사’와 같은 긍정 치유 기제로 볼 수 있다. 부정에 길든 몸의 구조를 긍정으로 전환하는 실천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럼 긍정에 기반한 이러한 심리 치유가 해원상생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우선 이상의 긍정 치유기법을 통해 매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면 남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 긍정 치유의 핵심은 남을 향한 나쁜 감정을 비우고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남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내면치유에 집중하다 보면 나에 대한 남의 원한인 척(慼) 또한 줄어들 수 있다. “말을 악하게 하면 남 해치는 여앙이 밀려 점점 큰 재앙이 되어 내 몸에 이른다”06 라고 하셨듯이, 척이란 남을 미워하거나 상대의 호의를 거스림으로써 발생하는 나에 대한 남의 원한이다. 그런데 긍정 치유법에 따라 남을 미워하거나 해치지 않게 되면 상대도 나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지 않게 되므로 척의 발생이 감소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긍정치유는 훈회 중 “척을 짓지 말라”를 실천하는 것과 맥락이 통하며 나아가 “내가 먼저 척을 풀고 상대방에게 솔선수범하여 봉사함으로써”07 해원상생을 실천하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한편 ‘호오포노포노(Hoʻoponopono)’라는 하와이 전통 심리 치유기법인 ‘미·용·감·사(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할게요)’ 또한 척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 실천법이다.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의 저자인 휴렌(Hew Len, ?~1992) 박사는 스스로 ‘미·용·감·사’를 되뇌는 이 방식을 활용한 결과, 상대의 마음이 바뀐 수많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휴렌 박사는 자신이 하와이 주립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할 당시, 이 치유법을 통해 지금껏 반항적으로 행동해 격리실이나 팔찌, 족쇄를 착용해야 했던 환자들의 마음이 녹기 시작했고 서로 아끼게 되었다고 말한다.08 이는 자신의 잘못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감사하는 긍정 치유가 커다란 교정 효과를 가져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의 개인심리학에 따르면, 대개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나 사건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에 대한 평가나 해석에 영향을 받아 자존심을 상하거나 용기를 잃는다. 반대로 인간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낄 때만 용기를 얻는다.09 마찬가지로 감사의 말을 들었을 때 남에게 도움을 주었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나의 감사 표현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면 함께하는 소중한 분들께 감사 표현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서로 상생의 기쁨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상대를 위하는 말 속에 전해지는 진솔하고 따뜻한 마음을 통해 당사자는 잃어버린 용기를 되찾을 수도 있다. 이것이 언덕을 잘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말은 마음의 소리이기에 언덕 실천을 통해 원과 척을 풀고 서로 화합하게 하는 해원상생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주의할 점은 아무리 자신이 옳다고 여기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상대를 비난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논쟁의 초점은 주장의 타당성에서 인간관계의 문제, 곧 감정의 문제로 옮겨가게 된다. 왜냐하면 ‘나는 옳다’는 생각에서 ‘상대가 틀렸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결국 ‘나는 이겨야 한다’며 승자 없는 승패를 다투게10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마음이 외부로 치닫게 되면 당치 않는 허욕과 승부욕에 정신과 마음이 팔려 자신의 운명을 그르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해원은 척을 푸는 일이며 척을 맺는 것도 나고 푸는 것도 나라는 것을 깨닫고, 내가 먼저 풂으로써 상대는 저절로 풀리게 되니…” 11라는 훈시 말씀처럼, 내가 먼저 풀기만 하면 상대는 저절로 풀리게 되어 자연히 화합에 이를 수 있다. 이 과정의 첫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인정’이다. 대개 현재 상황은 자신이 뿌려 놓은 결과가 나타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음을 비우고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어진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상제님께서 경석에게 “일찍 모든 허물을 낱낱이 생각하여 풀어 버리라고 하였는데 어찌 지금까지 남겨 두었느냐. 금후 다시 생각지 말라”(교법 1장 37절)라고 훈계하셨듯이 도인들 또한 스스로 지나간 허물을 풀어나가야 한다. 나아가 긍정적 사유를 갖기 위해 먼저 자신감과 존중감을 찾아야 한다. 이로써 실수나 실패, 남의 질책에 대해서도 겸허하게 인정하고 용서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지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누구와도 화합할 수 있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긍정 심리 치유에서 자신의 부족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용서한 후 자신과 주변의 행복을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처럼, 해원상생 또한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자신은 물론 타인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해원상생이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척을 풀고 남을 잘되게 하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긍정 치유가 지향하는 긍정적 소통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고 인정하며 척을 풀고 상생하는 해원상생의 마음에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해원상생에 기반한 긍정 치유를 통해 우리 모두 성숙한 도인으로 깊어지기를 바란다.
01 마틴 셀리그만, 『긍정심리학: 진정한 행복 만들기』, 김인자 옮김 (서울: 물푸레, 2007), pp.17-400.
02 존 브래드쇼(John Bradshaw),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오제은 옮김 (서울: 학지사, 2019), p.31.
03 같은 책, p.121, 323, 345, pp.199-205, 219-220, 299-305 참고.
04 같은 책, p.308.
05 같은 책, p.120.
06 『대순진리회요람』, p.19.
07 교무부, 「도전님 훈시」, 《대순회보》 29 (1992), p.2.
08 조 바이텔, 이하레아카라 휴 렌, 『호오포노포노의 비밀』, 황소연 옮김 (서울: 눈과마음, 2008), pp. 83-84, 193-196 참조.
09 기시미 이치로ㆍ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2, 전경아 옮김 (서울: 인플루엔셜, 2016), pp.70-71, p.152, p.233 참고.
10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1, 전경아 옮김 (서울: 인플루엔셜, 2015), pp.122-123.
11 『대순지침』,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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