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와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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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1.28 조회5,181회 댓글0건본문
연구위원 김대현
“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아주 무섭거나 치욕적인 일들을 겪는다. 그 상처들은 그들의 재능과 인성 위에 막을 한 겹씩 한 겹씩 형성해 위대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다. 스승으로서 해야 할 일은 그 막들을 걷어내 주는 것이다.” -커스 다마토-
참된 스승은 삶의 표류 가운데 만나는 기적의 등불이다. 희망과 목표를 잃은 삶은 단 한 번의 파란에도 침몰하는 위태로운 배와 같고 암연의 길을 밝히는 등불은 새로운 희망의 기적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 한 권투 선수와 스승의 이야기가 바로 그 이야기이다.
권투 선수 마이크 타이슨, 그가 네 살이 될 무렵 아버지는 가정을 떠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게 된다. 불안한 가정환경과 사랑의 결핍으로 그는 늘 정에 굶주려 자폐 증세를 보였으며 어눌한 말투로 인해 또래 친구들에게 놀림 받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보다 대여섯 살 많은 아이들이 평소 마이크가 좋아하던 비둘기를 장난삼아 죽이자 맨주먹으로 그들을 때려눕히게 된다. 그 후 숨어있던 그의 힘과 폭력성이 드러나면서 그는 50번이 넘도록 경찰에 체포되고 결국 뉴욕의 소년원에 이르게 된다.
“한 소년이 불씨와도 같은 재능을 갖고 내게로 왔다. 내가 그 불씨에 불을 지피자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키울수록 불은 계속 타올랐고, 결국 찬란히 빛나며 활활 타오르는 아름다운 불꽃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작은 불씨만으로도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줄 수 있는 우리의 위대한 힘이 아니겠는가.”
그곳에서 그는 위문 차 방문한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로부터 권투 선수의 꿈을 가지게 된다. 소년원 복싱 코치 밥 스튜어트를 찾아간 마이크는 권투를 가르쳐달라고 했고 그는 마이크에게 ‘권투는 싸움이 아닌 상대를 존중하는 스포츠임’을 전하고 그에게 모범수가 되어 다시 찾아올 것을 권한다. 그 후 마이크는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으로 모범수가 되어 그를 다시 찾아간다. 마이크를 받아들인 코치는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단번에 알아보고 세계챔피언을 둘이나 길러낸 명트레이너 커스 다마토에게 데려간다. 그의 스파링을 본 후 커스 다마토는 말한다. “이 아이는 역사상 가장 어린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될 거야.”라고. 이때 커스 다마토는 이미 일흔두 살 황혼의 나이였다.
“위대함? 위대함이란 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를 증명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너로 인해 얼마나 위대하게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위대함의 정의이다.”
커스 다마토 그는 1908년 뉴욕 브롱스 빈민가 출신으로 네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극심한 가난 가운데서 성장했다. 춥고 배고픔 가운데 다마토가 품은 유일한 꿈은 권투 선수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열두 살 때 불량배와 싸워 한쪽 눈 시력을 잃으면서 그의 꿈도 산산조각 나고 만다. 그 후 권투 선수의 꿈 대신 그는 작은 권투 체육관을 열어 권투를 배우고 싶어 하는 불우한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게 된다. 그가 가르친 복싱 스타일은 피커부(peekaboo: 까꿍놀이)였다. 얼굴을 두 주먹으로 철저히 가리고 상대에게 전진하는 기술로 머리를 부지런히 흔들어 상대의 공격을 흘린 다음 파고들어 공격하는 방어위주의 스타일로 제자들이 경기 도중 장애를 입지 않기를 바란 간절한 마음에서 나온 기술이다.
체육관을 열고 처음으로 그를 찾은 아이는 14살짜리 고아 플로이드 패터슨이었다. 다마토는 열등감에 의기소침한 소년을 단 한 번도 다그치거나 윽박지르지 않고 늘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칭찬했다. 더욱이 다마토 자신은 결코 입고 신어보지 못한 고급 옷과 구두를 선물해 그가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소중한 사람임을 일깨웠다. 1956년 다마토는 드디어 스물한 살의 패터슨을 NBA 헤비급챔피언으로 키워 모두를 놀라게 한다. 또한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가난한 복서 호세 토레스에게는 그가 마음 편히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평생 돈을 받지 않고 훈련에 임하게 했다. 호세 토레스 또한 스승의 그러한 진심어린 가르침 가운데 혼신의 힘을 발휘해 1965년 WBC·WBA 라이트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 된다.
“타이슨, 아주 잘했어. 너는 할 수 있단다!”
마이크 타이슨이 소년원에서 나오자 커스 다마토는 그를 집으로 데려와 한 가족으로 대했다. 하지만 마이크 타이슨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결코 이전의 거칠고 폭력적인 성격을 감추지 못했다. 집에서는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급우들을 때리고 공부에 흥미를 갖지 못했다. 다마토는 이런 마이크의 모습을 미워하거나 탓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내면에 치유되지 않은 아픔을 어루만지며 그의 치유와 성장을 기도했다. 또한 소심한 마이크 타이슨이 글을 읽지 못하는 열등감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학교 대신 집에 가정교사를 불러 글을 가르쳤다. 그 후 마이크가 열여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를 양자로 받아들인다.
마이크 타이슨, 그는 야수의 눈빛으로 세상을 증오했지만 다마토의 진심 어린 사랑에 난생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그가 전하는 모든 가르침을 영혼 깊숙이 받아들인다. 다마토의 지도 아래 타이슨은 5년간의 혹독한 훈련을 견디고 드디어 결실을 거두기 시작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마토는 1985년 11월 4일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 마이크가 챔피언이 되는 것을 보지 못한다. 타이슨은 소중한 스승이자 양아버지인 다마토를 잃은 슬픔 가운데 1986년 WBC 헤비급세계챔피언, 1987년 WBA 헤비급세계챔피언, 1987년 IBF 헤비급세계챔피언이라는 타이틀 모두를 따낸다.
그 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타이슨은 믿고 따르던 스승을 잃은 가운데 자신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한 프로모터를 만나면서 조금씩 방탕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그런 타이슨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만약 커스 다마토가 10년만 더 살았더라면 타이슨의 삶은 다르지 않았을까?”
평생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제자들의 꿈을 지켜준 커스 다마토. 사후 그에게는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이나 은행 계좌조차 없었다고 한다. 이것은 어떤 대가도 기대하지 않고 오직 제자를 잘되게 해주려는 그의 진심이 드러난 그대로의 흔적이었다. 야수는 결코 야수 그 자체의 본성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깊고 깊은 마음의 심연 속에 약하고 상처받기 두려운 자신을 숨겨두고 야수의 모습으로 그것을 지키는 거친 몸짓이다. 거짓된 스승은 그 야수를 야수로서 길들이려 하겠지만 참된 스승은 야수의 내면에 웅크린 거대한 가능성과 밝은 본성을 진심과 사랑으로 이끌어낼 것이다. 진정 참된 스승은 그 자체로 기적의 힘이 아닐 수 없다.
▲ 마이크 타이슨과 스승 커스 다마토
<대순회보> 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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