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업(業)을 행하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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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1.25 조회5,296회 댓글0건본문
연구원 백경언
정미년 五 월 상제님께서 김자현(金自賢)과 몇 종도를 데리고 용암리 주막에 들르셨는데, 마침 소송관계로 일을 보러 가던 정읍(井邑) 사람 차경석(車京石)이 이곳에 있었다. 그가 상제님의 의표와 언어 동작을 살피고 그 비범하심을 알고 예를 갖추어 “무슨 업(業)을 행하시나이까?”라고 물었다.
몇 년 전 교화를 들으러 온 한 남성이 있었다. 여름인데도 긴소매 옷을 입고 있어 더워 보였다. 사연이 있겠지 하고 묻지 않았는데 교화를 듣고 나더니 자신의 사연을 풀어 놓았다. 젊어 운동을 하다가 폭력조직에 몸을 담게 되었고 세월이 흘러 결혼도 하고 아들을 낳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아버지 직업이 뭐야?”라고 쪽지를 가지고 와서 묻는 일이 많아지더라는 것이다. 그때마다 얼굴이 붉어지고 당황스러웠다는 것이다. 이제는 조직을 떠나 화물차를 사서 영업을 하는데 아직 팔에는 그때 새긴 문신이 남아있어 여름에도 긴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차를 몰면서 스스로 묻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나는 자식에게 뭐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는가?” 자식의 질문이 이제는 자신에게 하는 가장 큰 물음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인간은 직업을 가진다. 이를 위하여 미성년기 대부분은 장래의 직업 활동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보낸다. 성인이 되고 은퇴할 때까지는 직업 활동을 하며 은퇴 후도 이와 연계된 일을 하거나 관련한 연금을 받으며 산다. 그러므로 직업은 인생과 분리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직업 활동을 통하여 경제적으로는 물질생활의 충족감을 얻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공동체에 기여하며, 자신의 자주적인 창의성을 발휘하여 인생의 가치를 실현하게 된다. 인생과 자신의 가족과 사회를 생각할 때, 가져야 할 직업이 무엇이고 그 직업을 통해 무엇을 성취해 나갈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명확한 직업관은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해 나가기 위해 무엇보다 선행되어 있어야 할 문제이다.
도인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대순진리회의 일꾼으로 포덕·교화·수도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상제님의 덕을 펴고 상제님께서 각자를 위해 정해 놓으신 운수를 받도록 인도하는 교화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일월의 운행을 알아 씨 뿌리고 거두는 적절한 시기를 백성에게 가르쳐 하늘의 덕화를 입도록 하신 분은 요(堯)임금이고, 누구나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선(善)함이 있음을 말하여 그 본성의 회복을 촉구한 사람은 맹자(孟子)이다. 포덕·교화·수도 사업은 옛날 성인(聖人)과 현인(賢人)이 한 일과 비교하여도 그 가치가 뒤 떨어지지 않는다. 가히 성인의 직(職)이며 성인의 업(業)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도 없었으며 현재에도 없는 일이므로, 남들이 몰라주고 세상에 흔하지 않을 뿐 상제님의 천지공사라는 분명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하는 가치 있는 일이다.
상제님께서는 1901년부터 9년간 행하신 천지공사를 천지에 확실한 증거를 남기시면서 종도들에게 참관하고 마음에 굳게 새겨두라 하셨다. 경전은 시대를 넘어 현재성을 부여하므로 이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상제님의 천지공사가 없었으면 도인의 직업도 이 세상에 생겨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포덕·교화·수도 사업은 상제님께서 만드신 일자리가 아닐 수 없다. 사람으로 태어나 이런 일자리를 갖게 된 것은 오직 덕화로 말미암은 것이다. 어렵게 태어난 인생을 헛되게 보내는 것을 안타까워하시며, 사람이라면 모두 부귀영화를 바라고 있음을 아시는 상제님께서 “내 밥을 먹는 자라야 내 일을 하여 주느니라.” 하시며 마련하신 일자리이다.
직업관이 명확한 사람은 상대로부터 멸시받지 않는다. 아니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직업관이 확실하면 존경받는 일이 더욱 많다. 내일 다시 더러워질 길을 청소하면서도 “오늘 시민이 기분 좋은 도로를 걷게 하겠다.”는 청소부는 존경받는다. 그의 환한 얼굴엔 누구라도 감동할 기운이 서려 있다. 길거리 청소가 환경을 ‘깨끗이 하는 일’이라면 포덕·교화·수도 사업은 ‘남을 잘 되게 하는 일’이다. 남을 잘되게 하고야 말겠다는 직업관이 세상에 또 있을까?
전봉준이 거사할 때에 상놈을 양반으로 만들고 천인(賤人)을 귀하게 만들어 주려는 마음을 두었으므로 죽어서 잘 되어 조선 명부가 되었다고 하였다. 가을 논에 추수해야 할 나락이 비에 쓰러져 싹이 트려는 데도 일꾼이 없어 추수하지 못하는 농심(農心)을 생각해 보자. 안타깝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우주적 가을에 사람 추수로 포덕·교화·수도 사업하는 사람을 상제님의 일꾼이라 한다. 집안의 선령신은 일꾼 왔다 반기고 부족함이 없이 받들어줄 사람이 분명하다. 마음속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천지와 더불어 행할 직업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확실히 대답하자 “무슨 일 하세요?”에 대하여 “사업하는 사람입니다.”라고. 그리고 “그것은 남을 잘되게 하는 일”이라고.
<대순회보> 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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