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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량과 황석공의 일화를 통해서 본 배움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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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1.25 조회5,3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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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정지윤

 

  이 이야기는 장량(張亮, ? ~ 기원전186)이 황석공(黃石公)에게 『태공병법(太公兵法)』을 전해 받게 된 과정을 기록한 『사기(史記)』 「유후세가(留侯世家)」의 일부분이며, 이하습리(圯下拾履: 흙다리 아래에 신발을 줍다)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 하였다. 이에 필자는 이 일화를 통해 배움의 자세에 관하여 몇 가지 상기해 보고자 한다.

 

  중국 전국시대에 한(韓)나라 재상가의 후손인 장량[자는 자방(子房), 시호는 문성(文成)]이 조국을 멸망시킨 원수를 갚기 위해 진시황을 박랑사에서 척살하려다 실패한 후, 크게 노한 진시황의 수배령을 피해 하비현으로 도망쳤다. 어느 날 그는 시간을 내 하비현에 있는 이교(泥橋 : 진흙으로 만든 다리) 위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삼베옷을 입은 노인과 마주쳤다. 노인은 장량의 곁을 지나다가 일부러 자기 신발을 벗어 다리 아래로 떨어뜨리고는 장량에게 말했다.
  “젊은이, 신발 좀 주워 주게.”
  장량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무시하려다가 노인의 백발을 보고는 억지로 화를 참으며 다리 아래로 내려가 신발을 주워 왔다. 그러자 노인은 발끝을 들면서 말했다.
  “신겨 주게.”
  장량은 이왕 주워 왔으니 끝까지 도와주자고 생각하고 화를 참으며 무릎을 꿇고 신발을 신겨 주었다. 그런데 그 노인은 신발을 다시 벗어 다리 아래로 떨어뜨리고 신겨 주기를 여러 번 더 시켰고 장량은 여러 번을 똑같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량이 노인의 신발을 신겨 주자 허허 웃으며 자리를 옮겼다. 얼마쯤 가던 노인이 넋을 잃고 바라보는 장량에게로 다가와서는 말했다.
  “너 이놈 참으로 가르칠만 하구나. 닷새 뒤 새벽에 여기서 다시 만나세.”
  기이하게 여긴 장량은 “그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노인은 사라졌다.
  장량은 더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노인은 이미 멀리 가 버리고 없었다. 닷새째 되는 날 새벽, 장량이 서둘러 다리에 도착했지만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던 노인이 화를 내며 꾸짖었다.
  “노인과 약속을 하고서 늦게 나오다니,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하며 뒤돌아 몇 걸음 가다가 돌아보며 말했다. “닷새 뒤 새벽에 다시 만나세.”
  닷새 뒤 날이 밝아 닭이 막 울 무렵, 장량은 급히 다리로 뛰어갔지만 벌써 와 있던 노인이 날카롭게 꾸짖었다.
  “또 늦게 오다니, 어찌 된 거냐?” “닷새 뒤 새벽에 다시 만나세.”
  금방 닷새가 지나갔고 장량은 한밤중에 어둠을 더듬으며 다리에 노인보다 먼저 도착했다. 한참 뒤 도착한 노인은 몹시 기분이 좋은 듯 말했다.
  “암, 그래야지.” 그러고는 품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서 건네주며 말했다.
  “이 책을 읽어 통달하면 제왕(帝王)의 스승이 될 수도 있다네. 10년이 지나면 자네는 큰 공을 세우게 될 걸세. 13년 뒤에 제수(濟水) 북쪽에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인데, 곡성산(穀城山) 아래 누런 돌덩이(黃石) 하나를 발견하거든 나인 줄 알게.” 말을 마친 노인은 아득히 멀리 사라져 버렸다.
  동틀 무렵 책을 펴 보니, 놀랍게도 그것은 이미 사라진 『태공병법(太公兵法)』
01진본이었다. 장량은 밤낮으로 그 책을 익히고 송독(誦讀)한 끝에 병법의 묘리를 깨달아 전략에 능통한 군사 전문가가 되었으며 한고조 유방(劉邦)을 지혜롭게 도와 한(漢)나라를 세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먼저 이 일화를 읽다 보면 멈칫하는 부분이 있다. “장량은 노인의 백발을 보고는 억지로 화를 참으며 다리 아래로 내려가 신발을 주워…”라는 대목이다. 기록자 사마천이 장량의 속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를 물을 일은 아니다. 노인은 분명히 장량의 속마음이 그런 줄 알았다는 것이다. 눈앞에서 신발을 휙 벗어 다리 밑으로 뚝 떨어뜨려 놓고는 내려가서 주어오라 하다니, 이런 상황에 화가 치밀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는 노인이 장량의 반응을 보고자 시험한 것이다. 그런데 장량은 그 순간 넘어오는 분노의 감정을 참았다. 왜 참았을까? 어쩌면 장량은 다리 위에서 제멋대로 구는 노인 때문에 화가 났지만, 노인을 공경함이 그 시대의 예(禮)였기에 장량은 그것을 굳게 지키기 위해 참지 않았을까.
  일부러 자기 신발을 벗어 다리 아래로 떨어뜨리고 주워와 신겨 달라는 노인에게 화를 참으며 무릎을 꿇고 신발을 신겨 주는 장량의 행동에서, 도전님께서 “예라는 것은 사람으로서 일생동안 움직일 때나, 정지할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누워 있을 때(起居動靜)를 가리지 않고 항상 정도를 넘는 일이 없이, 공경심으로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여 주는 인도(人道)를 갖추는 것을 이른다.”라고 말씀하신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장량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공경심으로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여 주는 인간의 도리인 예(禮)를 행동에 옮기고자 노력하였고, 노인은 장량의 그러한 행동을 지켜보고 가르칠만 하다고 여겼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장량의 몸에 배인 예(禮)는 노인이 장량의 됨됨이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에서 통과되는 중요한 자세였다. 
  이후로 장량은 또 한 번의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닷새 간격으로 돌아오는 시험이었다. 장량은 새벽에 나왔다가 실격됐고 동틀 때 나가서도 불합격됐다. 노인은 매번 장량보다 먼저 왔고 장량에게 늦었다고 야단쳤다. 그러나 장량은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한밤중에 어둠을 더듬으며 다리에 노인보다 먼저 도착하였다. 결국, 장량의 정성과 인내심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예(禮)에 대한 가르침을 주려는 노인의 엄격한 시험에도 부응하였고 마침내 그는 『태공병법』을 받게 된다.
  이와 유사한 내용을 『전경』에서 찾아보면, 선술을 얻고자 한 머슴의 이야기다. 머슴은 선술을 배우고자 스승을 찾았으나 그 스승은 머슴의 성의를 요구하였다. 그리하여 머슴은 선술을 배우기 위해 십 년 동안 진심갈력으로 정성을 다하고 십 년이라는 시간을 견디어냈다. 그리고 하늘에 올림을 받게 된다.02 물론 이 구절의 뒷부분에 스승의 말을 믿고 머슴이 뛰어내려 하늘의 올림을 받게 된다는 내용에서 보통 믿음에 관한 구절로 많이 인용되기도 하지만, 선술을 얻고자 십 년 동안 농사일에 마음과 몸을 다한 성의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인내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성과 인내심은 배움을 받는 자가 그 배움의 목적에 다다를 수 있게 하는 자세다. 
  우리는 대순진리라는 큰 가르침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역경과 시험을 맞이한다. 그러나 이 시험과 역경을 “하늘이 장차 사람에게 큰일을 맡길 때는 어려운 시련을 겪게 하고 실패를 경험토록 한다.”03라는 『전경』 구절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기에, 이를 통해 수심연성(修心鍊性) 되어 가르침을 받을 만한 됨됨이가 갖추어진다.
  좀 과장된 해석일지 모르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무엇인가 배움을 얻고자 할 때의 준비과정으로 그 결과를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라는 속담을 비유하지 않아도 『전경』에 “吉花開吉實(길화개길실) 凶花開凶實(흉화개흉실)”04이라 하셨으므로 꽃을 보면 결실을 알 수 있듯이 도인도 그가 항상 행하는 예와 정성과 인내심의 유무로 수도의 완성을 예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도인은 대순진리를 배우는 과정에서 항상 공경의 예를 다하고, 시험에 들게 하는 무수히 많은 상황이 닥쳐도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낙오되지 않고 꼭 따라 간다는 성의와 인내심을 가진다면, 우리가 모두 운수 마당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대순회보> 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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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한(漢)나라의 창업공신인 장량이 황석공으로 부터 받은 비서(秘書)는 태공의 병법과 관련되어 비전(秘傳)된 것으로 전해지며 이 비서를 『태공병법』이라고 한다.
02 “보라 선술을 얻고자 십년동안 머슴살이를 하다가 마침내 그의 성의로 하늘에 올림을 받은 머슴을. 그는 선술을 배우고자 스승을 찾았으되 그 스승은 선술을 가르치기 전에 너의 성의를 보이라고 요구 하니라. 그 머슴이 십년동안의 진심갈력(盡心竭力)을 다한 농사 끝에야 …”(예시 83절)
03 “天將降大任於斯人也 必先勞其心志 苦其筋骨 餓其體膚 窮乏其贐行 拂亂其所爲 是故動心忍性 增益其所不能” (행록 3장 50절)
04 행록 5장 3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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