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불수(覆水不收)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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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1.25 조회6,022회 댓글0건본문
연구위원 박영수
복수불수(覆水不收)는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후한서』 「하진전(何進傳)」에 “나라의 일이 어찌 쉽겠소, 쏟아진 물은 다시 담기 어려우니 심사숙고하여야 하오(國家之事易可容易? 覆水不收, 宜深思之).”라는 문장으로 나옵니다. 동의어로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엎질러진 물은 동이에 다시 담을 수 없다), 이발지시(已發之矢: 이미 쏘아놓은 화살), 복배지수(覆杯之水: 엎지른 물), 복수난수(覆水難收)가 있고, 비슷한 말은 낙화난상지(落花難上枝: 한번 떨어진 꽃은 다시 가지로 되돌아갈 수 없다), 파경부조(破鏡不照: 깨어진 거울은 다시 비추지 못한다) 등이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도 “쏘아 놓은 화살이요, 엎지른 물이다.”, “깨진 거울은 다시 비춰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말이지만 원전에는 복수난수(覆水難收)가 더 많이 보이는데, 『습유기(拾遺記)』01에 강태공에 관한 다음과 같은 고사가 전합니다.
“주(周)나라 시조인 무왕(武王: 發)의 아버지 서백(西伯: 文王)이 사냥을 나갔다가 위수(渭水: 황허 강의 큰 지류)에서 낚시질을 하는 초라한 노인을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학식이 탁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서백은 이 노인이야말로 아버지 태공(太公)이 ‘바라고 기다리던[待望]’ 주나라를 일으켜 줄 바로 그 인물이라 믿고 스승이 되어 주기를 청했다.
이리하여 태공망(太公望) 여상(呂尙)은 서백의 스승이 되었다가 무왕의 태부(太傅), 재상을 역임한 뒤 제(齊)나라의 제후로 봉해졌다. 태공망 여상은 이처럼 입신출세했지만, 서백을 만나기 전까지는 끼니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던 가난한 서생이었다. 그래서 결혼 초부터 굶기를 부자 밥 먹듯 하던 아내 마(馬)씨는 그만 친정으로 도망가고 말았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그 마씨가 여상을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전엔 끼니를 잇지 못해 떠났지만 이젠 그런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돌아왔어요.’ 그러자 여상은 잠자코 곁에 있는 물그릇을 들어 마당에 엎지른 다음 마씨에게 말했다. ‘저 물을 주워서 그릇에 담으시오.’ 이미 땅속으로 스며든 물을 어찌 주워담을 수 있단 말인가. 마씨는 진흙만 약간 주워담았을 뿐이었다. 그러자 여상은 조용히 말했다.
‘그대는 이별했다가 다시 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는 것이오(若能離更合 覆水定難收).’라고 말하며 마씨를 아내로 맞아들이지 않았다.”
다음은 후한(後漢) 시대의 역사가 반고(班固, 32~92)가 저술한 『한서(漢書)』의 「주매신전(朱買臣傳)」에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습니다.
“한나라 무제(武帝) 때 승상을 지낸 주매신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다. 주매신은 젊어서 매우 가난하여 제때 끼니도 먹지 못하였지만, 독서를 좋아하여 집안일은 거의 돌보지 않았다. 가장 노릇을 다하지 못하는 남편의 처사에 아내는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남편을 아내는 더는 보지 못하겠다고 하며 이혼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주매신은 아내를 달래면서 머지않아 충분히 보상해 주겠으니 조금만 더 참고 마음을 돌이키라고 하였지만, 아내는 들은 척도 않고 떠나갔다.
그런데 얼마 후 주매신은 회계(會稽)의 태수(太守)가 되었다. 주매신의 부임 행렬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그 가운데 그의 아내도 있었다. 아내는 행렬 앞으로 다가가 자신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였다. 주매신은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네[覆水難收].”라고 하였다.”
두 이야기 모두 사람을 보는 안목이 일천하고 재리(財利)와 명리(名利)에 의해서 사람됨을 판단하는 오류에 대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기(史記)』의 「소진열전(蘇秦列傳)」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소진이 귀곡 선생(鬼谷先生)에게 사사하고 본국을 떠나 유학하는 수년 동안 많은 곤궁을 겪고 누더기 옷에 초라한 몰골로 돌아오자 형제, 형수, 누이, 아내, 첩조차도 그를 비웃으며 냉대했습니다. “주나라 풍속으로는 농사를 짓든가 상공업에 힘써 2할의 이익을 보는 것을 본무로 여깁니다. 그런데 당신이란 사람은 본업은 팽개치고 매일 그 쓸데없는 혀끝이나 놀리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그런 입에 밥술이나 들어가겠습니까!”
집을 나온 소진이 각국의 위정자를 찾아다니며 우여곡절 끝에 합종(合從)을 성공시키고 6개국의 재상이 되자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소진은 북쪽으로 조(趙)나라 왕에게 일의 경과를 보고하러 가는 길에 고향인 낙양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짐을 실은 수레가 끝도 없이 펼쳐졌으며, 제후마다 소진을 모시려고 사신을 보내오기도 하고 전송하는 자가 많아 군주의 행차에 견줄 만할 정도였습니다. 옛날, 소진을 그토록 무시했던 주(周)나라 현왕(顯王)도 이런 소문을 듣고 두려워 소진이 지나가는 자리는 깨끗이 쓸도록 하고 교외까지 사람을 보내 맞이하고 위로하도록 했습니다.
때마침 그는 형님 집 앞을 지나면서 옛 생각이 나 잠시 들러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늘 자신을 비웃던 소진의 형제와 아내, 형수가 곁눈으로 볼 뿐 감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못하며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하니 소진이 웃으면서 형수에게 말했습니다. “어찌하여 이전에는 오만하더니 이후에는 공손합니까(何前倨而後恭也)?”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형수는 넙죽 땅에 엎드리며 말했습니다. “서방님의 지위가 높고 금전이 많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見季子位高金多也).” 그러자 소진은 한탄했습니다. “나는 그냥 한 몸인데 부귀해지자 친척들이 두려워하고 가난하면 업신여기니 하물며 남들이야 오죽하랴. 만일 나에게 낙양성 주변에 밭이 두 이랑만 있었던들 어찌 여섯 나라 재상의 관인을 찰 수 있었을까(此一人之身, 富貴則親戚畏懼之, 貧賤則輕易之, 況衆人乎. 有洛陽負郭田二頃, 吾豈能佩六國相印乎)!” 그러고는 천금을 풀어 일족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것은 사람이 그가 소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세태를 한탄한 것이고, 자신의 가난이 오히려 출세의 동력이 되었음을 회고하는 것입니다.
복수불수는 교훈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고사성어입니다. 그것이 강태공의 고사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해도 꼭 남녀의 인간관계나 부부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복수불수는 인간사 제반의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훈입니다. 복수불수의 고사성어가 주는 교훈의 핵심은 일을 다루는 사람들의 태도와 자세에 대한 교훈입니다. 그것은 사람과 일을 대할 때 성(誠)·경(敬)·신(信)을 다하라는 교훈입니다.
공경심으로 일을 대한다면 어찌 하찮은 일이라고 다시는 안 볼 듯이 버려버릴 수 있겠습니까? 버린 문서가 나중에 알고 보니 귀중한 자료였다면 어찌할까요? 쓰레기 하적장을 뒤져서라도 찾고 싶을 것입니다. 어떠한 일을 대하더라도 의식적으로 깨어 있어야 하고 성·경·신으로 대해야 합니다. 복수불수는 ‘심(心)·신(身)·사(事) - 성(誠)·경(敬)·신(信)’02의 교훈을 다시한번 상기시키는 고사성어입니다.
복수불수의 본질적이면서도 소중한 교훈은 사람을 대할 때 성·경·신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복수불수가 주는 진정한 교훈입니다. 지금 나와 같이 살고 있는 그 사람이 진정 소중한 사람인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선택에 진실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진실로 신뢰하지 않는 자는 자신이 한 일이나 하는 일에 대해서도 책임의식이 별로 없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천지의 도리(道理)와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간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리와 명리는 사람의 됨됨이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소유한 것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을 보고 그의 건강을 판단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것입니다.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진귀한 보배는 오직 나의 심령(心靈)입니다. 심령이야말로 영적 존재가 지니는 불멸의 가치입니다. 이것을 중심으로 삼고 살아가는 삶, 나의 심기(心氣)를 바르게 하고 나의 의리(義理)를 세우고 나의 심령(心靈)을 구하여 상제님의 임의(任意)에 맡기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 시대의 최고의 인생관입니다.
무자기(無自欺)를 근본으로 심령을 통일하는 수도의 목적을 완성하기 위하여 성·경·신을 다하여 수도하고 있는 수도인의 삶은 천하사를 도모하기 위하여 때를 기다리며 위수에서 빈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의 웅지(雄志)에 못지않습니다. 대운대통(大運大通)을 바라고 정진하고 있는 수도인보다 이 세상에서 더 잘 될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니 수도인 부부는 남편이 또는 아내가 앞으로 도통군자가 될 사람임을 자각하고 서로 존경하고 소중하게 대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것보다 큰일이 없고 도(道)를 닦는 것보다 귀한 일이 없습니다. 『전경』 행록 4장 20절에 손병욱이 상제님을 따르는 것을 그 아내가 방해하니 상제님께서 “사나이가 잘 되려고 하는데 아내가 방해하니 제 연분이 아니라. 신명들이 없애려는 것을 구하여 주었노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도가에서는 반드시 아내의 마음을 잘 돌려 모든 일에 어긋남이 없게 하고 순종하여야 복되나니라.”(행록 4장 7절)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신명의 기국시험을 말씀하시면서 “성질이 너그럽지 못하여 가정에 화기(和氣)를 잃으면 신명들이 비웃고 큰일을 맡기지 못할 기국이라 하여 서로 이끌고 떠나가리니 일에 뜻을 둔 자가 한시라도 어찌 감히 생각을 소홀히 하리오.”(교법 1장 42절)라고 하시어 가정화목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도전님께서는 가정이 화목하고 이웃이 화합하며 전 인류가 화평하여 세계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 바로 대순진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03 가정화목은 대순진리의 초입문입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사(人事)의 모든 일이 가화(家和)를 이루지 않고는 공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도전님께서는 도인을 가르치는 데도 “가화가 있는 곳에서 공(功)을 거둘 수 있으니 가정화합에 대한 교화를 먼저 하라.”04 하셨습니다.
오늘날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교육에서도 가정화목을 먼저 이루지 않고서는 실효를 거둘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도전님께서는 가정화목을 먼저 이룩하고 자녀 교육에 힘쓰라고 하셨습니다.05
도전님께서는 임원들에게도 “도인은 가정화합이 이룩되어야 한다.”06고 가정화목을 강조하시면서 “임원들은 소속 도인들의 가정 형편을 잘 살펴 가정화목을 이룩하도록 힘써야 한다.”07고 하셨고, 내수 임원들에게도 “내수의 모든 선감·교감과 임원은 가정사에 충실하여 주부로서 도리를 다하면서 책무를 이행하여야 한다.”08고 훈시하셨습니다.
우리는 상제님의 광구천하·광제창생의 유지(遺志)를 옳게 받들어 덕화 손상이 없도록 가정화목·사회화합·국가봉사에 성(誠)·충(忠)을 다하여 종교 본연의 인간완성에 전력을 다하여야 하겠습니다.09
<대순회보> 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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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남북조 시대(南北朝時代) 후진(後秦)의 왕가(王嘉)가 지은 책으로, 총 10권 220편으로 되어 있다. 엄격한 학문적 제약을 피해서 재미난 이야기들을 여기저기서 주워 모은 이야기 책이다.
02 『대순회보』 제132호, 「청계탑」, pp.21~22 참조.
03 『대순지침』, p.20 참조.
04 『대순지침』, p.29.
05 『대순지침』, p.29 참조.
06 『대순지침』, p.83.
07 『대순지침』, p.30.
08 『대순지침』, p.29.
09 『대순지침』, p.8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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