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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행복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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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1.25 조회5,3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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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김성호

 

  인간에게 있어 의식주(衣食住)에 대한 생리적 욕구는 다른 어떤 욕구보다 중요하다. 이는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이기에 충족되지 못하면 삶을 영위할 수 없다. 따라서 생리적인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수준의 물질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부유하기를 바라고 가난을 싫어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체제의 현대사회에서 물질이 전혀 필요치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라도 집안의 가세(家勢)가 기울어 수습할 수 없는 궁핍한 형편에서 가족을 보살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원대한 꿈과 뜻이 있어도 전념할 수 없다. 이를테면 물질 없이 항심(恒心)01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적으로 인간은 창공의 새들처럼 돈 한 푼 없이 아침에 일어나 밝은 태양만 보고 즐겁다고 노래 부를 수는 없다. 돈이 없으면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조건 자체가 무너지므로 돈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행복도 찾게 되고 좀 더 넉넉한 돈을 가지고 있으면 더 많은 욕망 충족의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우선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는 지론도 틀린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이 행복감을 상실하는 것도 이러한 사고방식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돈은 많을수록 좋겠지만 아무도 자기 욕망대로 무제한의 재산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결국,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돈이 있고 그다음에 행복을 찾는 사람은 영원히 충족될 수 없는 딱한 처지에서 평생을 살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람은 돈이 많아야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돈이 행복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한다. 사람들에게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것을 물으면 흔히 ‘돈과 경제적 여유’를 들곤 한다. 부(富)의 증가는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잦은 휴가를 갖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여러 걱정을 줄여주고 가족을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부는 안락, 안전, 자유, 권력, 애정 등에 대한 욕구를 다양한 방법으로 충족시켜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과연 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행복감도 증가하는 것일까? 실제로 소득과 행복의 상관성을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행복감은 소득이나 재산에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가난 상태를 벗어나기까지는 소득이 중요하겠지만, 그 상태를 넘어서면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돈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더 찾아보면 물질적인 가치를 지나치게 추구하는 사람들의 행복도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낮았고, 10년간의 월급 증가가 행복 수준과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복권당첨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복권당첨 초기의 행복 수준은 오래 지속되지 않으며 대부분 비교적 빨리 당첨 이전의 행복 수준으로 복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군다나 일부 복권 당첨자들은 갑작스러운 재산 증가로 삶의 혼란이 생겨 오히려 행복 수준이 복권당첨전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돈에 큰 가치를 두는 물질주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처럼 돈은 가난 수준을 벗어나서 의식주와 질병 치료 같은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킬 때까지만 행복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 욕구가 해결된 상태에서는 수입이나 재산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소득 수준에 비례해서 행복 수준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긍정심리학자들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행복은 효율적인 역할수행, 긍정적인 인간관계, 삶에 대한 목적의식, 성장의 변화인식, 자율성과 자기수용, 긍정정서 등과 같은 다양한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돈이 있고 난 다음에 행복의 집을 지으려 하니 과연 돈으로 참된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 것인가? 돈은 행복을 얻는 데 있어서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직접 행복과 교환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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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점을 잘 보여주는 두 연구를 살펴보자. 첫 번째 연구는 미국의 노트르담 수녀원의 수녀들이 쓴 자전적 수필을 분석한 것이다. 1930년에 이 수녀원의 원장은 모든 수녀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출신학교, 종교적 체험, 종교에 귀의하게 된 이유에 관한 자전적 수필을 적도록 했다. 이는 수백 자 내외의 짧은 글이었는데 대학에 지원할 때 작성하는 자기소개서와 비슷한 것이었다. 수녀들의 수필은 이후 수십 년 동안 보관되어오다가 가톨릭 교단에서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신비를 풀어내는 데 사용하도록 연구자들에게 공개되었다. 수녀들은 식생활, 교육, 건강관리, 습관, 수입 등에 있어서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 어떤 요인이 치매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연구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켄터키 대학의 연구자들(Danner, Snowdon & Friesen, 2001)은 1917년 이전에 출생한 수녀 180명의 글을 읽고 긍정 정서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 문장과 부정 정서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 문장의 수를 계산하여 정서 점수를 측정하였다.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이들 수녀 중 40%가 사망했는데, 연구자들은 60년 전에 기록된 수필의 정서 내용이 생존 여부와 관련되는지를 조사하였다. 놀랍게도 긍정 정서, 즉 행복감은 장수와 관련성이 있었지만, 부정 정서는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행복했던 수녀들(상위 25%)은 상대적으로 덜 행복했던 수녀들(하위 25%)보다 평균적으로 10년을 더 살았다. 흡연 여부가 평균수명에 7년 정도의 차이를 초래한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행복은 수명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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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연구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 소재하고 있는 여자대학인 밀스(Mills) 대학의 졸업생 사진을 조사한 것이다. 다른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이 대학도 매년 졸업생들의 사진을 담은 연보를 발간하고 있었다. 심리학자인 하커와 켈트너(Harker & Keltner, 2001)는 1958년과 1960년에 발간된 연보에서 141장의 사진을 분석하였다. 사진 속의 앳된 여학생들은 3명을 제외한 전원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모두 각기 다른 모습의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이들의 웃는 표정을 뒤센형 미소(Duchenne smile: 눈 주위 근육이 수축하여 주름이 지는 정도로 표현되는 행복도)의 10점 척도 상에서 측정한 결과 평균 3.8점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사진 속의 여성들을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30년 뒤에 이 여성들의 결혼만족도가 사진의 미소에서 나타난 행복도에 의해서 예측될 수 있을 것으로 가정했다. 연구결과, 이러한 가정이 입증되었다. 연보 사진에서 긍정 정서(행복)를 많이 나타낸 여성일수록 중년에 이르러서도 더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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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결과들은 행복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수명과 결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서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고 밝은 미소를 지은 여성들은 조금씩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가꾸어 나갔지만, 불행한 여성들은 이와 반대의 길을 걸었던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행복감이 어떤 시점에서 느끼는 일시적인 상태를 넘어서 미래의 삶에도 지속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실증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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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한 연구결과와 구체적인 실증사례를 통해 우리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욕망이 해결된 후에는 돈이 인간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관한 예를 고사에서 찾자면 “갈시일적 여감로 취후첨배 불여무(渴時一滴 如甘露 醉後添盃 不如無)”를 들 수 있다. 이 고사의 뜻은 목마를 때 한 방울 물은 감로수 같지만 취한 뒤에 더하는 잔은 없는 것만 같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상제님께서도 돈과 관련하여 돈이란 순환지리로 생겨 쓰는 물건이므로 억지로 구하여 쓸 것은 못되나니 백 년 탐물(百年貪物)이 일조진(一朝塵)이라고 경계하신 바 있다. 이 말씀은 “백 년을 탐하여 모은 재산이 하루아침에 티끌이  된다.”는 뜻으로 부를 쫒아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부질없는 집착과 삿된 욕심에 불과함을 일깨워 주신 것이다. 아울러 상제님께서 돈을 “억지로 구하여 쓸 것이 못 된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아마도 인간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 일확천금을 쫒아 돈의 노예가 되면 사심(私心)에 사로잡혀 인간다움을 상실할 수 있음을 일깨워 주신 것이라고 여겨진다. 따라서 우리는 물질에 치우치기보다 검소하게 생활하며 돈보다 소중한 내면의 영성(靈性)을 닦아 염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진심갈력(盡心竭力)해야 할 것이다.   

  <대순회보> 156호


 [참고문헌]
『전경』
『대순지침』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두산동아, 1999.
『긍정심리학』, 권석만, 학지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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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흔들림 없이 물질적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마음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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