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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似而非)와 바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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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1.22 조회5,9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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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백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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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벤처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으며 한참 주가(株價)가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는 변변치 않은 기술을 가진 기업도 ‘벤처’라는 이름만 붙이면 돈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투자하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사이비 벤처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이나 특허를 얻었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현혹해 정신적인 허탈감과 금전적인 피해를 안겨주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사이비 기자들은 사람들의 알권리 충족이란 기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오히려 기업이나 사람들의 약점을 빌미삼아 금품을 요구하였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금전적, 정신적 손해를 끼치는 사이비가 오늘날 사회 전반에 걸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이비(似而非)는 ‘겉으론 비슷하지만 속은 매우 다른’이란 의미가 있다. 그래서 사이비라 지칭되면 겉은 진짜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는 가짜이기에 상대방을 속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 사람들로 하여금 가치관의 혼란과 사회에 대한 불신, 그리고 일확천금의 한탕주의를 부채질하며 사회를 부실하게 만든다. 그러나 사회의 구성원 대다수가 바른 양심과 도덕성으로 무장하고, 손쉬운 삶보다 시간과 노력은 들지만 정도(正道)를 걷는 것이 바른 삶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사이비에 쉽사리 현혹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이비란 말은 『맹자(孟子)』「진심편(盡心篇)」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향원(鄕愿)01이 마을 사람들로부터 훌륭한 사람이라 칭찬을 받지만, 공자는 그를 덕의 적이라 하며 미워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 이유를 맹자가 제자 만장에게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다음과 같이 들려주었다.02

 

 … 그(향원)를 비난하려 해도 비난거리가 없고 그를 공격하려 하여도 공격거리가 없다. 퇴폐한 풍속에 동조하며 더러운 세상에 영합하여 처세하는 것이 충성 되고 신의가 있는 것 같으며 행동하는 것이 청렴한 것 같아서 사람들이 다들 좋아한다. 스스로 이것을 옳다고 생각하나 그런 사람과는 함께 요순의 도로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덕의 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비슷하면서도 같지 않은 것을 미워한다(惡似而非者) … .

 

  맹자가 밝혀주었기에 향원이 자신의 잘못을 감춘 채 사사로운 이익을 좇으며 사람들에게 아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향원이 군자처럼 신의가 있으며 청렴결백해 보이기에 좋아하며 따랐던 것이다. 차라리 소인배처럼 자신의 결점을 잘 드러내는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속지 않으나, 겉으로만 군자처럼 보이는 향원에게는 쉽사리 현혹될 수 있기에 공자는 덕의 적이라 하여 그를 미워했던 것이다.
  도에서도 진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내면의 수행보다는 겉으로만 바른 도인처럼 행세하는 사람이 있다면, 향원처럼 사이비한 사람이며 수도의 본질에서 벗어난 외면수습(外面收拾)의 수도를 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마음을 속이는 것이기에 수도의 목적인 운수와 도통과는 멀어지게 된다. 혹시나 이러한 수도가 인망을 얻어야 신망(神望)에 오른다는 상제님 말씀03을 잘못 이해하여 주변으로부터 좋은 평[인망]만 얻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빚어진 것이라면 한번 되짚어볼 필요성이 있다. 향원처럼 행동하여 주변 도인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게 되어 자신은 나름 인망을 얻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신명은 그 거짓됨을 알기에 결코 신망에는 오를 수 없게 된다. 더구나 현재 자신이 운수와는 먼 수도를 하고 있음에도 그 좋은 평 때문에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여 그대로 안주하게 된다면 훗날 회한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도인은 상제님께서 “… 나는 오직 마음을 볼 뿐이로다. 머리와 무슨 상관하리오. … .”(교법 2장 10절), “모든 일에 외면 수습을 버리고 음덕에 힘쓰라. 덕은 음덕이 크니라.”(교법 2장 18절)고 말씀해주신 그 의미를 깊이 새겨 외면수습이 아닌 내면의 마음을 닦는 데 온 정성을 쏟는 것은 물론이고 상제님의 덕화를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펴는 일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순회보> 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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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마을을 다스리는 지방관을 속이고 백성에게 폐해를 입히며 군자처럼 행동하는 토호(土豪).
02 이기석ㆍ한용우 역, 『맹자(孟子)』「진심편(盡心篇)」, 홍신문화사, 1999년, p.537.
03 교법 1장 2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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