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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령의 향화(香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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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영흠 작성일2018.12.03 조회3,9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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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17 방면 교령 연영흠
글 편집  출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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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 가을 어느 날 상제께서 안 내성에게 이르시기를 “너는 부지런히 농사에 힘쓰고 밖으론 공사를 받드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라. 안으론 선령의 향화와 봉친 육영을 독실히 하여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라” 하시도다. (행록 4장 44절)

  

  상제님께서는 안내성에게 안으로는 선령(先靈)의 향화(香火)01와 봉친육영(奉親育嬰)을 독실히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글에서는 선령의 향화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선령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경』에서 ‘조상’과 ‘조상신’이라는 용어보다 ‘선령’, 또는 ‘선령신’이라는 용어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사전적으로 조상이라는 용어는 ‘돌아간 어버이 위로 대대의 어른, 자기 세대 이전의 모든 세대’02를 의미하며, 선령은 ‘선조의 영혼’03을 의미합니다. 의미상으로 선령이라는 용어가 좀더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하면서 조상과 선령은 의미상 다소 차이를 지닙니다. 하지만 ‘조상선령신’이라고도 표현하는 용례를 보면 의미상 중복되는 부분이 많은 듯 합니다.  
  선령과 ‘나’의 관계를 살펴보면, ‘나’라는 한 개인은 부모로부터 생명과 육신을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난 고귀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부모로부터 받은 육신은 자신만의 것이 아닙니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인간은 아버지의 유전자와 어머니의 유전자를 받아 만들어진 개체입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감히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효경』에서도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04라고 하여 자신의 몸과 터럭, 피부 즉, 우리의 몸 전체는 부모로부터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부모 입장에서 보면 부모 역시 그 위의 부모로부터 육신을 받았습니다. 이렇듯 ‘나’라는 존재는 부모로부터 시작되지만, 부모의 존재를 놓고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대를 거듭하여 이어져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중간에 대가 끊어졌다면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선령들의 덕분이고, ‘나’는 선령들의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와 그 선조(先祖)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선령과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와 관련된 실험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1993년 미 육군에서는 인간의 감정과 DNA가 수백 미터 떨어진 상태에서도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하였습니다.05 연구 내용은 실험에 참여한 피험자의 입 안에서 세포조직과 DNA 샘플을 채취한 뒤 이 샘플이 수백 미터 떨어진 피험자의 감정에 반응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연구를 위해 실험에 참가한 피험자는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장르[전쟁과 코믹 등]의 영상물을 감상하게 됩니다. 연구 결과, 피험자가 극단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전쟁 영상을 감상할 때 피험자와 피험자로부터 수백 미터 떨어진 자신의 세포조직과 DNA가 시간 차이 없이 동시에 강력한 전기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는 곧 한 개인의 세포조직과 DNA 속에는 시공간을 초월한 동기감응 인자가 있음을 입증한 결과입니다.    
  다시 부모와 나의 관계를 살펴보면, 나는 온전히 부모의 유전자로 이루어진 개체이며, 부모는 나에게 그 유전자를 제공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부모와 나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를 확대해보면 부모는 대대로 이어져 온 모든 선령의 DNA를 가지고 있고, 나는 모든 선령의 DNA를 물려받은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나라는 존재는 선령신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연결 인자는 단순히 유전적으로만 연결된 것은 아닙니다. 이에 관해서는 선령신들의 크나큰 공력으로 말미암아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음을 상제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상제께서 종도들에게 가르치시기를 “하늘이 사람을 낼 때에 헤아릴 수 없는 공력을 들이나니라. 그러므로 모든 사람의 선령신들은 六十년 동안 공에 공을 쌓아 쓸 만한 자손 하나를 타 내되 그렇게 공을 들여도 자손 하나를 얻지 못하는 선령신들도 많으니라. 이같이 공을 들여 어렵게 태어난 것을 생각할 때 꿈같은 한 세상을 어찌 잠시인들 헛되게 보내리오” 하셨도다. ( 교법 2장 36절)

  

  위 『전경』 내용에 따르면 ‘나’라는 존재는 선령신의 큰 공덕과 부모로부터 받은 육신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의 존재가 선령신과 부모에 의해 태어난 것임을 자각할 때 우리는 자신의 몸을 상하지 않게 해야 할 것입니다. 『효경(孝經)』의 「기효행장(紀孝行章)」 편에서는 이러한 것을 효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효(孝)는 부모가 살아계실 때 행해야 할 도리(道理)와 돌아가셨을 때 행해야 할 도리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공자(孔子)는 이를 경(敬), 낙(樂), 우(憂), 애(哀), 엄(嚴) 다섯 가지로 구분했는데, 경·낙·우(敬·樂·憂)는 생전에 행해야 할 도리이며, 애·엄(哀·嚴)은 사후에 행해야 할 도리입니다. 공자가 말한 다섯 가지 도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효자는 어버이를 섬김에 있어 기거하심에는 그 공경을 다하고(敬), 봉양할 때에는 즐거움을 다하며(樂), 병드신 때에는 근심을 다하고(憂), 돌아가셨을 때는 슬픔을 다하며(哀), 제사를 지낼 때는 엄숙함을 다해야 한다(嚴).”06
  이 다섯 가지 도리 중에서 돌아가신 부모님께 제사 지낼 때 행하는 도리인 엄(嚴)에 따르면 자식은 부모의 제사에 마음을 다하여 엄숙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순사상에서 제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상제님께서는 사후(死後) 일과 제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김 송환이 사후 일을 여쭈어 물으니 상제께서 가라사대 “사람에게 혼과 백이 있나니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에 올라가 신이 되어 후손들의 제사를 받다가 사대(四代)를 넘긴 후로 영도 되고 선도 되니라. 백은 땅으로 돌아가서 사대가 지나면 귀가 되니라” 하셨도다. (교법 1장 50절)

 

  위 말씀을 통해 우리는 사후에 죽은 사람의 혼이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된 후 후손들의 제사를 받다가 사대를 넘긴 후 영(靈) 또는 선(仙)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후손들의 제사란 선령신과 관련된 후손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제사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습니다. 후손이 정성을 다해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선령신에 대한 보은(報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상제님께서는 후손과 선령신의 관계에서 우리가 행해야 할 도리를 말씀해주신 바 있습니다.  

 

상제께서 대흥리에서 三十장의 양지 책의 앞장 十五장마다 “배은망덕 만사신 일분명 일양시생(背恩忘德萬死神 一分明一陽始生)”을, 뒷장 十五장마다 “작지부지 성의웅약 일음시생(作之不止聖醫雄藥 一陰始生)”을 쓰고 경면주사와 접시 한 개를 놓고 광찬에게 가라사대 “이 일은 생사의 길을 정함이니 잘 생각하여 말하라”고 하시니 광찬이 “선령신을 섬길 줄 모르는 자는 살지 못하리이다”고 여쭈니 상제께서 말씀이 없으시다가 잠시 후에 “네 말이 가하다” 하시고 접시를 종이에 싸서 주사(朱砂)를 묻혀 책장마다 찍으셨도다. “이것이 곧 마패(馬牌)라”고 이르셨도다. (공사 3장 9절)

  

  상제님께서는 생사의 길을 정함에 선령신을 섬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모두 선령신의 공력에 의해 태어났음에도 그 은혜를 잊는 것은 배은망덕한 짓이기 때문입니다. 관련 내용을 『전경』에서 더 찾아보면 “원시반본하는 때라 혈통줄이 바로잡혀 환부역조와 환골하는 자는 다 죽으리라”07는 상제님의 말씀 또한 우리가 자신의 선령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시기 위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이처럼 ‘선령의 향화’는 선령에 대한 제사의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선령신의 공력에 의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깨달아 선령신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령의 향화는 인륜 도덕의 하나인 효의 시작이며 실천입니다. 『대순지침』에서 “수도는 인륜(人倫)을 바로 행하고 도덕을 밝혀 나가는 일”08이라고 하였습니다. 수도하는 우리는 인륜의 시작인 선령신을 섬김에 있어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대순회보> 1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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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희승, 『국어대사전』, “①향불. ②제사에 향을 피운다는 뜻으로, 제사의 이칭”
02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두산동아, 1999.
03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두산동아, 1999.
04 『孝經』, 「開宗明義章」, ‘身體髮膚 受之父母 弗敢毁傷 孝之始也’
05 그렉 브레이든, 『디바인 매트릭스』, (서울: 굿모닝미디어, 2008), pp.88-92.
06 『孝經』, 「紀孝行章」, 子曰 孝子之事親也 居則致其敬 養則致其樂 病則致其憂 喪則致其哀 祭則致其嚴 五者備矣 然後能事親.
07 교법 3장 42절.
08 『대순지침』,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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