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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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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현 작성일2019.06.10 조회4,1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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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위원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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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수도인에게 있어 포덕(布德) 활동은 참으로 크고 고귀한 수행이다. 상제님의 대순하신 진리를 세상에 펼치는 이 포덕은 나와 상대의 마음 사이에 펼쳐지는 숭고한 교류의 장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하늘의 덕이 전해져 세상이 밝아진다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 수도인에게 있어 포덕은 뜻깊고 행복한 사명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세상에서 참으로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열쇠가 없는 두꺼운 강철문은 물리적 힘으로 어떻게든 열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럴 수 없고 오직 마음의 순리로 다가설 때 비로소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학은 바로 그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마음에 다가서는 순리에 관한 학문이다.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이 수사학(修辭學)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기원전 384~기원전 322)로부터 발달했다. 수사학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므로 인간의 정신적 특성과 대응하는데 인간의 정신은 크게 ‘논리적 특성·감정적 특성·도덕적 특성’을 가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특성에 주목하여 설득의 3요소로 ‘로고스(logos)·파토스(pathos)·에토스(ethos)’를 제시한다.

  먼저 설득의 논리적 요소를 로고스라 한다. 로고스란 ‘언어·진리·이성·논리·법칙’의 개념으로 객관성과 조리 있는 설명을 이끄는 요소이다. 말하는 이가 이치에 맞는 말을 하면 듣는 이 또한 논리적 인식을 통해 상대의 말을 이해하여 내면에 공감을 형성한다. 우리가 보통 “말 잘한다.”라고 할 때, 그것은 말하는 이의 조리 있는 설명에 대해 그러한 공감의 느낌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고스적 말하기는 말 속에 논리적 이치가 얼마나 제대로 구현되어 있는가를 중요시하므로 다소 차갑고 무미건조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듣는 이의 성향이나 상태에 따라 로고스적 방식은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도 부정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다. 

  다음의 파토스적 요소에는 로고스의 차가움이 가지지 못한 온기가 있다. 파토스란 ‘정열·자신감·동정심’의 개념으로 수사학에서는 감정적 호소로 상대를 감화시키는 설득의 요소이다. 말의 조리가 부족해도 감정적인 호소는 상대에 따라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장황한 논리를 들지 않더라도 확신에 찬 어조로 던진 “제 말을 한번 믿어보세요!”라는 말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파토스의 효과가 적중한 경우이다. 파토스에 의한 설득은 흔히 접하는 TV 광고 속에서 찾을 수 있다. TV 광고는 짧은 순간에 시청자의 마음에 침투해야 하므로 논리보다는 감정을 겨냥한다. 또한, 사람은 마음이 힘들 때 논리적인 이해보다는 감정적 상처를 위로받고 싶은 경향이 있는데 이때 파토스는 큰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파토스를 위시한 말하기는 논리보다는 상대의 기질과 습관 그리고 현재의 심신 상태 등을 주로 고려하게 된다. 이러한 요소들이 상대의 감정적 요구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그러한 정서적 요구가 상대의 내면으로 파고들 수 있는 문이 되어 준다. 

  또한, 파토스적 말하기는 대중을 선동하여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으므로 말하는 이의 의도에 따라 위험 요소를 가질 수 있다.로고스가 논리로써 이해를 이끌면서도 차갑고 건조한 느낌으로 인해 상대의 정서적인 측면에 부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면 반대로 파토스는 온기 어린 감정적 호소로 빠른 공감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지속력이 단발적이거나 사리(事理)를 놓쳐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다음으로 에토스는 로고스와 파토스가 가지지 못한 또 다른 특성을 가진 설득의 요소이다. 에토스는 ‘성격·관습·도덕성’의 개념으로 수사학에서는 화자의 도덕적 인품으로 나타난다. 로고스가 논리로써, 파토스가 감정으로써 상대의 마음에 다가섰다면 에토스는 말하는 이의 인품에서 풍기는 신뢰성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다가선다. 즉 말하는 이가 과거에 쌓아온 도덕적 삶의 자취와 그 덕의 충만함으로 형성된 생명력이 설득의 힘을 발휘한다. 그 생명력은 안정된 심신의 자태와 예(禮), 그리고 말하는 이의 덕이 남긴 좋은 인상이 쌓여 형성된 두터운 인망(人望)의 형태로 드러난다. 

  여기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수사학』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확한 지식의 영역을 벗어난 문제점에 대해 의견이 엇갈릴 때, 우리는 신뢰할 만한 사람의 말을 받아들인다. 말하는 사람의 인품이 모든 설득의 수단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다.01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서 보듯, 화자의 인품은 상대를 설득하는 가장 중요하고 강한 힘을 가진다. 로고스와 파토스 속에 말하는 이의 ‘진심과 덕’이라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이 에토스인 것이다. 따라서 로고스와 파토스에 에토스의 생명력이 결여돼 있으면 얼마든지 조작과 가식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속내를 품고 논리를 악용하거나 상대의 감정을 교묘히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에토스의 인품이 깊은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이유는 인품은 단기간에 형성된 화자의 품성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오래도록 지속되어 검증된 것이므로 긴 생명력을 가진다. 

  따라서 상대의 마음을 얻는 이상적인 방법은 에토스를 중심으로 한 로고스와 파토스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로고스를 통해서는 말하는 이의 이성적 합리성을, 파토스를 통해서는 감정에 다가서는 열정을, 에토스를 통해서는 진심과 덕의 생명력을 갖춤으로써 듣는 이에게 최대의 신뢰와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어느 것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설득의 중요한 요소로서 인간 정신의 본질로부터 기인한다. 일상의 도덕적 수양과 교양 지식의 습득 그리고 풍부한 정서가 고르게 성장하여 하나의 인격을 이룰 때 그로부터 우러나는 말은 상대의 마음을 여는 위대한 열쇠가 된다. “임원들은 수반 도인에 대한 교화를 인정이 넘치고, 신뢰가 감돌아 허세를 부리지 말고, 안색은 화기롭게 편안한 장소에서 안정한 시간을 택하여 부담이 없는 대화로써 신앙심을 높여 진리 도통의 진경에 이르도록 계도하여야 한다<83.10.26>”02는 도전님 말씀은 ‘인정·화기·진리’로써 교화를 이끌어가라는 뜻으로 이것은 에토스에 기반한 파토스와 로고스의 조화와 동일한 맥락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에토스를 중심에 둔 수사학의 이론을 살펴보면서 『대순지침』에 “말재주보다 행동과 처신으로써 상대를 감화시키는 자세를 가져라.”03라는 도전님 훈시 말씀을 떠올리게 된다. 이것은 포덕에 임하는 자세에 대한 말씀으로 순간의 언변과 재치보다 진심과 참된 의지를 통해 다져진 일상의 모습이 포덕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에토스가 결여된 로고스와 파토스적 언변이 하나의 말재주에 불과한 것처럼 도(道)를 전하는 일은 인품에서 우러난 참된 행동과 처신없이 말재주에 의한 순간적 선동으로써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형성된 도덕적 인격과 그 지속의 의지가 곧 나의 모습이 된 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그 속에 담긴 언변과 재치는 진정성을 갖게 되어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으며 그때야 비로소 상대의 영혼 속에 도의 기운을 전할 수 있다. 

  요컨대 참된 인품은 남모르는 꾸준한 수행의 정성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자기반성을 통한 수행의 의지가 쌓이고 쌓여서 조금씩 두터워지는 것이 그 인품이라는 것이다. 평소의 수행에 정성스럽지 않은 이가 포덕에 나서면서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해야지.’라는 다짐을 한다고 해서 그 순간 깊은 인품의 소유자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일상 수행의 매 순간이 곧 포덕의 시작이자 준비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 시작을 충실히 하는 이에게 참된 수도의 인연들이 마음의 문을 열 준비를 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참된 ‘포덕(布德)’의 의미 속에서 수사학의 또 다른 정의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참고 문헌

『대순지침』

박성창, 『수사학』, 서울: 문학과지성사, 2000.

백미숙, 『스피치』,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I』, 이종오 옮김, 서울: 리젬, 2007.

 

 

 

 

01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I』, 이종오 옮김 (서울: 리젬, 2007), p.59.

02 『대순지침』, p.45.

03 『대순지침』,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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