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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성(致誠)과 음복(飮福)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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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대현 작성일2020.06.29 조회3,8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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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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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매달 여주본부도장에서 거행하는 치성은 도장의 중요 행사 가운데 하나이다. 신앙의 대상이신 상제님께 정성을 들이는 시간이자 멀리 있던 도우들이 도장을 중심으로 한곳에 모이는 시간이다. 마치 명절날 부모님을 찾은 가족들의 풍경처럼 자신을 있게 해준 근원에 대한 감사와 그 근원에서 나온 이들이 서로 하나임을 느끼는 뜻깊은 의례가 바로 ‘치성’이다. 또한 ‘음복’은 그러한 소통과 하나 됨에 대한 염원이 담긴 치성 의례의 한 과정이다. 정성의 음식으로 치성에 임하면 상제님은 그 위에 복(福)을 내려 응답하시고 도인들은 그 복을 모시는 가운데 하나의 모습을 이룬다. 존재의 근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소통과 어울림의 의미 가운데 우리는 정성을 올리고 복을 모시는 것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깨닫는 만큼 행한다는 말이 있듯 치성 의례에 참석해서 음복을 하는 가운데 그러한 의미들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면 치성은 단순히 모였다가 음식을 먹고 시간이 되면 뿔뿔이 흩어지는 요식행위(要式行爲)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치성과 음복이 가진 의미를 바르게 이해할 때 진심이 우러나고 그로부터 행하는 참례 가운데 도인들의 복록(福祿) 또한 깊어질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조치로 지방에서 여주본부도장의 치성 의례에 참석할 수 없는 이때 멀리서나마 치성의 의미를 기리고 마음으로 정성 들이는 도인들의 자세가 더욱 절실해진다.

  먼저 치성이라는 말에 대해 살펴보면, 치성은 말 그대로 지극한 정성(精誠)이다. 치성물을 준비해서 올리고 다시 내려받는 과정 모두가 정성을 통해 참다워지는데 이 정성은 마음에 품은 뜻과 그 뜻에 대한 지극한 실행의 의지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도인들이 치성 의례를 준비하고 음복에 이르기까지 그 정성을 다한다는 것은 치성 의식이 가진 뜻을 깊이 이해하고 그 이해로부터 우러난 진심을 깊이 간직하며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유교에서도 제사에 임하는 이들의 마음과 예법의 정성 가운데 신령의 감응과 제물의 흠향이 있다고 여겼다. 제사에 올리는 제물을 정성이라고 표현하였으며 아무리 제사의 규모가 크고 화려해도 사람의 정성이 빠지면 신령이 흠향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01 도전님께서 치성에 있어 정성을 강조하셨듯이02 치성 의례의 정성을 생각한다면 의례의 의미에 대한 깊은 자각과 그 자각으로부터 말미암은 정성 어린 마음은 치성 의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우리의 준비물이 되는 셈이다.

  도전님께서 치성이란 제사와 비슷한 것으로 천상에 계신 하느님께 올리는 것이라고 훈시하신 부분03과 우리 종단이 한국 전통 속에서 자생한 종교라는 점에서 도장에서 행해지는 치성 또한 우리 민족의 전통과 함께 호흡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04 우리나라 전통 제례는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유교의 제례 의식은 선조(先祖)와 천지신명(天地神明)의 은혜에 대한 보답 의식을 근본으로 한다. 만물의 근원이자 인간과 자연의 생명을 지속케 하는 천신(天神)과 지신(地神) 그리고 조상신 모두에 대한 보답이 인간이 행해야 할 도리라고 보았고 제사를 통해 보본(報本)과 보은(報恩)의 뜻을 표했다. 이러한 보본과 보은의 뜻 속에는 인간이 진리를 통해 자기 존재의 본원을 찾고 그 본원과 일체가 되려는 깊은 정신적 취지가 내재하고 있다.05 또한, 제례는 인간의 내면적 도덕성을 근본으로 하며 경건성과 성실성을 지향한다. ‘신(神)’의 존재도 도리와 정성 가운데 나타난다고 여겼으므로 도(道)를 향한 지극한 정성으로써 신명(神明)과 통할 수 있다고 보았다.06      

  우리 종단의 치성 의례는 신앙의 대상이신 구천상제님에 대한 보은(報恩)의 의미를 근본으로 한다. 수도인은 보은을 통해 상제님과 천지신명을 모시는 마음을 진실하게 가진다. 감사란 상대가 내게 베푼 은혜에 대한 깊은 감응의 마음이므로 감사의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곧 그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믿음을 가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상제님에 대한 보은의 마음은 올바른 상제관과 신앙심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의미를 근본으로 하는 치성 의례의 절차를 살펴보면 의례는 모두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는 정성으로써 치성물을 준비하고 마음과 몸을 정갈히 하는 준비의 단계, 둘째는 상제님과 천지신명을 모신 가운데 잔을 올리며 정성을 전하는 의례의 전반적인 단계, 셋째는 의식을 마치고 인간이 상제님의 기운이 서린 음식을 음복하는 단계이다. 이렇게 치성 의례는 상제님과 천지신명과 도인들 사이의 오고 감 내지는 소통의 과정인 것이다. 따라서 상제님께서 치성물을 흠향하시고 그 화답의 표시로 지극한 복을 담아 다시 내려주신 치성물을 먹는 과정이 치성 의례의 주요 흐름이 된다.

  치성 의례에서 음복은 세 번째 과정으로 도전님께서도 중요하게 강조하셨다. 도전님께서는 음복에 대해

 

 

음복도 행사다. 음복은 상제님께 올렸던 귀중한 음식이다. …음복을 할 때는 모든 예를 갖추어야 하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07 

 

 

  라고 하신 바가 있다. 여기에서 음복을 행사라고 하신 것은 음복이 단지 음식을 먹는 일이 아님을 강조하신 것이라 볼 수 있다. 음복 음식은 도인들이 올린 정성에 대한 상제님의 응답으로 음식의 의미를 넘어 상제님의 뜻이 기운으로 담겨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상제님을 모시는 마음의 예로써 그 음식에 다가서야 한다는 말씀이다. 

  우리 전통 제사에서부터 행해왔던 음복례(飮福禮)는 말 그대로 복(福)을 마신다는 뜻인데 신명이 흠향(歆饗)했던 제물을 다시 인간이 먹음으로써 신명이 내린 복을 얻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것을 접촉주술(接觸呪術)08적 의미라고 하는데 본래는 술이 접촉주술의 매개였으므로 음복(飮福)이라고 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고려 말 이래 『주자가례(朱子家禮)』를 통해 사대부 집안에서 행해졌고 종묘대제와 같은 나라의 제사나 동제[洞祭: 마을을 지키는 동신(洞神)에게 지내는 제사] 등에서 음복례를 행했다.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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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정월대보름치성 사진.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이러한 음복례에서 추구하는 복(福)의 의미에 대해서이다. 그 복이란 고대 농경사회가 추구한 오복(五福)과 농사의 풍요이기도 하지만 참다운 의미에서의 복은 만물의 근본인 도(道)에 따르는 삶의 충실이라고 보았고 만물의 근원에 대한 보은의 마음과 그 마음을 전하는 정성의 삶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보은과 정성의 삶이 대복(大福)이라면 일상의 소소한 물질적 행운은 소복(小福)이라 여겨 대복에 이르면 소복은 자연스럽게 따르는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하늘은 인간이 올린 정성의 진심에 따라 복으로써 응답하므로 어떤 대가를 기대하는 마음은 사사(私私)롭다고 여겨 무엇보다 마음의 순수를 강조했다.10 

  또 한 가지 제사 의례에서 중요시한 것은 의식을 통해 받은 복을 참례자들만 가지지 않고 친지와 이웃 모두와 함께 나누는 것이다. 신령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라는 모든 관계에서 복을 공유하며 조화로운 세상을 열어가고자 하는 소망이 바로 제사 의례를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조화와 화합의 뜻이 제사 의례를 단순한 원시적 주술 행위에서 고도의 인문(人文)적 행위로 끌어올리는 가치가 된다.

  치성과 음복에 대한 도전님 훈시와 한국의 전통 제사 의례를 통해 생각해보면 치성과 음복 의례가 가진 소중한 의미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나와 천지 만물의 근원이신 상제님과의 소통으로서의 가치이며 또 하나는 근원을 찾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만물이 근원을 중심으로 서로 하나라는 자각에 이르게 하는 매개로서의 가치이다. 나머지 하나는 정성으로 얻은 복을 아낌없이 세상 모두에게 펼치는 상생의 덕으로서의 가치이다. 인간은 근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할 삶의 소명을 찾는다. 상제님을 모시는 마음속에 천지 만물과 하나가 되는 드넓은 자신을 발견하여 상생과 화평의 세상을 열고자 하는 뜻이 이러한 의례의 가치인 것이다.

 

 

 

 

 

01 최기복, 금장태, 「유교의 음복」, 『종교ㆍ신학연구』 3호 (1990), p.181. 

02 “조상을 받들고 신명(神明) 앞에 치성을 드리는 일에도 정성의 예를 갖추어야 하므로 사념(私念)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공경심을 가져야 한다.” <83.5.1>, 『대순지침』, p.69.

03 “우리 도에서 천상에 계시는 하느님께 올리는 것과 집에서 제사 지내는 것이 비슷한 것이다. 구천상제님 하감지위, 옥황상제님 하감지위라는 말이 있지 않으냐! 모든 음식을 갖다 놓고 하감하시고 응감하시도록 정성을 드리는 것이다.”,  「도전님 훈시」 (1991. 2. 12.)

04 이경원, 「대순진리회 치성의례의 종교적 특질에 관한 연구」, 『신종교연구』 20권 20호(2009), p.2.

05 최기복, 금장태, 앞의 글, p.179.

06 금장태, 『유교사상과 종교적 세계』, (파주: 한국학술정보, 2004), p.203.

07 「도전님 훈시」, (1989. 3. 18).

08 어떤 물건과의 접촉 후에도 그 물건의 영향력이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 『네이버 백과사전』.

09 「음복례」, 『네이버 백과사전』.

10 최기복, 금장태, 앞의 글,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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