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풍속, 부부지간의 맞절 > 오피니언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HOME   >  열린마당   >   오피니언  

오피니언

설날 풍속, 부부지간의 맞절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2.19 조회4,034회 댓글0건

본문

 
연구원 윤미정
 
 
  2016년 병신(丙申)년은 ‘붉은 원숭이의 해’이다. 천간(天干) ‘병(丙)’이 상징하는 색상은 붉은색이고, 지지(地支) ‘신(申)’은 원숭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붉은 색은 건강, 부유, 명예를 뜻했으며 원숭이는 영리하고 재주 많은 동물로 여겨졌다.

  병신년을 맞아 설계하고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한 각오와 다짐을 새롭게 하려면 새해 첫날을 의미 있게 보낼 필요가 있다. 예로부터 1월을 정월(正月)이라 했는데, 이는 한 달을 잘 보내야 일 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말이다. 정월의 첫날을 잘 보내는 것이 정월과 일 년을 평안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일 년의 첫날은 정월 초하루(음력 1월 1일)로 설날이라 한다. 설날이라는 명칭은 ‘한 해가 서는 날’, ‘해가 시작하는 날이라 낯설다’, ‘설익은 날’ 등 다양한 의미에서 유래되었다. 한자어로는 ‘해의 시작일’이라는 의미에서 ‘원일(元日)’, ‘세일(歲日)’이라 하고 설날 아침을 ‘정조(正朝)’, ‘원단(元旦)’이라고 한다. 우리 종단에서는 이날, 양위 상제님을 위시한 15신위와 천지신명 전에 치성을 올리는데, 이것을 원단치성이라 한다.

  설날 우리 선조들은 일 년을 무탈하고 평안히 보내기 위해 다양한 의식과 행사를 했다. 차례(茶禮)를 지내면서 보본의식(報本意識)을 지님과 동시에 한 해 동안 집안의 번영과 평안을 조상님께 기원하였고 세배를 통해서 가족·친지 간, 이웃 간 인사와 덕담을 나누며 정신적 유대를 강화하였다. 윷놀이, 연날리기, 널뛰기, 제기차기 등의 민속놀이와 세화(歲畵)01, 문배(門排)02 등의 민간신앙을 통해 공동체의 결속을 다짐은 물론, 액운을 막고 새해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였다.03 이는 모두 가족 간의 유대와 공동체의 화합을 다져 가정화목과 이웃화합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솔선수범(率先垂範)하여 가정화목을 이루고 이웃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도통진경을 이루는 길이라는 도전님의 말씀04을 상기해볼 때 잘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았던 선조들의 지혜라 하겠다.

  특히 가정은 사회의 기초집단으로 가정이 화목해야 건전한 사회가 형성된다. 가정은 ‘부부를 중심으로 그 부모나 자녀를 포함한 집단’이므로 부부화목은 가정화목의 기초이다.   ‘부부 일심동체(夫婦一心同體)’ 또는 ‘무촌(無寸)’이라는 말이 있듯이 부부는 사람이 일생 갖는 대인관계 중 가장 밀접한 관계이다. 가까운 사이인 만큼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부부간에 요구되는 도리며 이러한 도리를 다할 때 부부가 화목해지고 평화로운 가정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스스럼없이 대하다가 부부의 예가 무너져 가족 구성원 간에 갈등을 겪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에 부부지간에 무너진 예를 바로 세우고 부부사이의 정을 돈독히 하기 위한 노력으로 현대예절에서는 세배 시 부부간의 맞절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예절에서는 세배를 수시세배와 의식세배로 구분하고 있다. 수시세배는 어른을 뵈면 즉시 하는 세배로 개별세배라고도 하고, 의식세배는 차례를 지낸 다음에 온 가족이 큰 방에 모여서 의식행사로 하는 세배이다.05 의식세배 가운데 설날을 맞아 부부지간에 맞절하도록 한 부분이 있다. 이것은 부부가 동등한 권한으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여 자녀교육에 모범을 보이고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경』에 “自卑而尊人(자비이존인)”06이라 하여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라 하신 것처럼, 전통예절에서 절은 남에게 몸을 굽혀 공경하는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부부지간에 맞절을 하는 것도 감사와 치하, 존중의 의미가 있다. 자신과 부부의 연을 맺어준 것과 자식을 안겨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통해 노고를 치하하며 인격을 존중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맞절은 세배 시만이 아니라 결혼기념일, 생일 등 각종 기념일에 행하면 더욱 좋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 부부지간 사소한 예의 실천은 도통진경이라는 큰 이상을 현실화시키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맞절에 담긴 배우자에 대한 공경심을 평생의 지침으로 삼는다면 부부화목하여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을미년이 저물어가던 겨울, 언 가슴을 녹여줄 따뜻한 기사가 실렸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거(Mark Zuckerberg) 부부가 세 번의 유산 끝에 얻은 딸을 위해 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며, “우리가 사는 오늘의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네가 자라기를 바란다.”라고 기부 이유를 밝혔다.07 사람은 사회를 이루어 공동체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기에 공동체의 환경에 따라 개인의 삶의 질도 달라진다. 그러므로 현명하고 지혜로운 부모는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건전한 사회를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다. 후천선경 건설에 주력하는 우리 수도인 또한 슬기로운 부모임에 틀림없으며 이것이 진정한 가족애가 아닐까 한다. 진정한 가족애는 부부화목에 기초하여 이웃을 돕고 인류를 구원하는 실천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Daesoon_178_대순광장01.jpg솔선수범, 가정화목, 이웃화합으로 도통진경을 이룰 수 있다는 도전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병신년 새해를 맞아 배우자에게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아 부부지간의 맞절을 올려보자. 
 
<의식세배의 절차>08
 의식세배에 참가하는 가족 구성원은 조부모, 부모, 숙부모, 당사자(성년), 사촌 동생(미성년)으로 설정한다.

① 조부모가 있는 곳을 북쪽으로 보고 방위를 정하여, 동쪽에 남자 어른이, 서쪽에 여자 어른이 세대별로 늘어서서 서로 마주본다.

② 조부모 내외가 맞절하면 아랫세대들도 동시에 부부지간에 맞절한다.09

③ 조부모가 앉으면 모든 자손이 절을 올린다. 그 자손 중 가장 어른이 조부모에게 새해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인사말을 건네면 조부모는 자손들에게 덕담한다.

④ 부모가 조부모의 동남쪽과 서남쪽에서 각각 남향해 서고 숙부모가 절을 올리면 답배하고 앉는다. 아랫세대들이 부모와 숙부모에게 각각 절을 올린다.10

⑤ 당사자가 동쪽11에 앉으면 사촌 동생이 서쪽에서 그에게 절을 한다.(미성년자의 절에는 답배하지 않는다.)

 
 
 



 

01 정초에 도화서(圖畵署)에서 수성(壽星), 선녀, 직일신장(直日神將)을 그려 임금에게 드리고, 고관끼리 서로 선물하던 것으로 새해를 송축하고 재앙을 막기 위해 그린 그림을 말한다.
02 정초에 장군상을 그린 그림을 궁궐 대문에 붙이는 것을 말한다. 민간에서는 용과 닭을 그려 대문에 붙였다.
03 ≪대순회보≫, 128호, 「치성이야기」, p.51 참조.
04 ≪대순회보≫, 6호, 「도전님 훈시」 참조.
05 김득중, 『실천생활예절』, (서울: 중화서원, 2009), pp.327-328.
06 예시 55절.
07 <조선일보> 2015년 12월 5일, “[사설] 딸에게 유산 대신 ‘더 나은 세상’ 물려주겠다는 저커버그” 참조. 저커버그와 그의 중국계 아내가 보유한 페이스북의 주식 가치는 450억 달러(약 52조 22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08 김득중, 앞의 책, pp.327-328 참조. 전통배례는 큰절과 평절의 구분이 있으나 여기서는 절로 통일하였으며 절은 가가례(家家禮)에 따라도 무방할 듯하다.
09 가장 웃어른이 배우자가 없으면 가장 웃어른께 먼저 절을 올린 뒤, 부부지간에 맞절한다.
10 의식행사에서의 배례는 웃세대에게 큰절로 겹절을 하므로 숙부모와 아랫세대가 동시에 부모에게 절을 올리고 부모는 숙부모에게 답배하고 앉아 아랫세대의 절을 받는다. 여기서는 절의 구분이 없으므로 부모세대 형제지간에 배례가 끝나면 아랫세대들이 절을 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11 서쪽과 동쪽 가운데 해 뜨는 동쪽이 상석(上席)이 된다.
 
 

                                             

<대순회보 178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12616)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전화 : 031-887-9301 (교무부)     팩스 : 031-887-9345
Copyright ⓒ 2016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