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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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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1.22 조회4,5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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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송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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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는 좀처럼 보기 드물지만, 가까운 옛날 시골 부엌에서 커다란 가마솥에 불을 지펴 모락모락 피우던 연기와 함께 밥을 짓는 구수한 냄새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다. 밥은 보통 쌀·보리 등의 곡물을 솥에 넣어 물을 적당히 붓고 끓여 익힌 음식이다. 일상생활에서 먹는 밥은 배가 고플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처럼, 우리에게 무척이나 친근하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우리의 주식(主食)이라서 그런지 매일 먹는 것임에도 물리지 않고, 특히 외국에 나가면 우리나라 밥이 너무나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밥은 생명활동 에너지의 기본적인 공급원으로서 우리 몸에 에너지를 생성시켜 생명을 유지하고 활동할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쌀 미(米) 자를 파자하면 ‘八 十 八’이 되는데, 이는 한 알의 쌀알을 만들기 위해서는 88번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고 활동하게 하는 에너지인 기(氣) 자는 기운 기(气)에 쌀 미(米) 자를 합성한 글자로 쌀을 찔 때 증발하는 수증기를 형상한 것이다.  
  한편, 쌀을 밥으로 변화시키는 도구가 솥[鼎]인데, 억만대중의 주용기(主容器)가 가가호호(家家戶戶)의 밥솥이다. 밥과 솥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솥이 없이는 밥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솥을 밥솥이라고 한다. 우리 도는 도주님의 진법을 따르는 정도(鼎道)다. 정도(鼎道)가 곧 정도(正道)이다. 억만대중이 사는 법이 밥인데, 이런 의미에서 밥은 법과 통한다고 할 수 있다. 법(法)은 물[水]이 가는[去] 길이고, 밥은 인간이 살아가기위해 필요한 것이다. 속담에 “쌀독에서 인심 나는 법”이고, 상제님께서는 “내 밥을 먹는 자라야 내 일을 하여주는 법”01이니 밥이야말로 인간사(人間事)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척도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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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은 인정을 나누는 매개체라 할 수 있다.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을 식구(食口)라고 한다. 오랫동안 같이 살면서 한솥밥을 먹으니 식구(食口)는 또한 오랠 구(久) 자를 써서 식구(食久)이다. 한솥밥은 같은 솥에서 푼 밥이라는 뜻으로 동정식(同鼎食)이라고도 한다. 우리 도인들이야말로 모두 같이[同] 도주님[鼎]의 진법(眞法)을 밥 먹듯이[食] 일상적으로 실천 수행하니 한솥밥 식구이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만나면 헤어지기 싫은 것이 도인 사이다. 서로 도의 인연으로 만났으니 한 가족처럼 친밀하며 소중한 관계다. 우리는 같은 식구가 아니라도 밥을 먹으며 인정을 나누고 오랜만에 만나거나 가까운 친구 사이에도 식사를 같이 하며 정담을 나눈다.
  밥은 식록의 상징이기도 하다. 상제님께서는 “이제 너희들이 지금은 고생이 있을지라도 내가 단식하여 식록을 붙여 주고 여름에는 겹옷을 겨울에는 홑옷을 입어 뒷날 빈궁에 빠진 중생으로 하여금 옷을 얻게 함이니 고생을 참을지어다. 장차 천하만국을 주유하며 중생을 가르칠 때 그 영화는 비길 데가 없으리라.”(예시 82절)는 희망의 메시지도 남겨 주셨다.
  밥은 또한 자신의 덕을 나누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전경』에 “하늘이 우로(雨露)를 박(薄)하게 쓰면 만방(萬方)에 원이 맺히고, 땅이 수토(水土)를 박(薄)하게 쓰면 만물(萬物)에 원이 맺히며, 인간이 덕화(德化)를 박(薄)하게 쓰면 만사(萬事)에 원이 맺힌다(天用雨露之薄則必有萬方之怨 地用水土之薄則必有萬物之怨 人用德化之薄則必有萬事之怨).”(행록 3장 44절)고 하였다. 우로를 베푸는 것이 하늘의 일이고 수토를 베푸는 것이 땅의 일이라면 남에게 덕을 베풀어 남을 잘 되게 하는 것은 인간의 일이다. 산속의 들꽃이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주변에 향기를 풍기듯이 인간이 남에게 덕을 베푸는 것은 자연스런 인성(人性)의 발로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남에게 덕을 베풀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가 식사를 대접하는 일이다. 식사는 생명활동의 원천이므로, 이를 함께함으로써 타인과의 친근감을 높임은 물론 어떤 일을 할 때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쉽다.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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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해원시대이므로 길성 소조(吉星所照)의 길은 다른 데 있지 않고 덕(德)을 닦고 사람을 올바르게 대우하는 것에 있다. 흔히 ‘대접한다’는 말의 의미는 대접에 음식물을 담아내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손님대접 할 때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전경』에 “내 밥을 먹는 자라야 내 일을 하여 주느니라.”(교법 1장 25절)는 성구(聖句)도 나에게 덕을 입은 사람이라야 내 일을 해준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남을 사랑하는 어진 마음으로 넉넉히 베풀 줄 아는 심덕(心德)을 길러야 할 것이다. 음덕양보(陰德陽報)는 속담처럼 남이 모르게 쌓은 나의 성탑(誠塔)은 반드시 과보가 있게 마련이니 천리(天理)의 극진함이란 털끝만한 인욕(人慾)의 사(私)가 없는 법이다.
  이렇게 소중한 밥은 식습관을 통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문화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우리 도인들의 식문화(食文化)는 인류사회의 귀감이다. 우리는 음식을 들기 전에 상제님을 비롯하여 천지신명께 그리고 그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 수고한 모든 분께 감사의 식고(食告)를 드린다. 물 한 잔, 음료수 한 잔을 마실 때도 식고를 드리고 심지어 공기를 마시는 고마움에도 감사의 념(念)을 올린다. 참으로 천지의 은혜를 알고 해원상생(解冤相生)·보은상생(報恩相生)의 도리를 실천하는 선진문화의 모본(模本)이 아닐 수 없다. 인간에게 생명과 수명과 복록을 주신 분은 상제님이시다. 그러므로 상제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상제님의 친은(親恩)에 보답하기 위하여 성(誠)·경(敬)·신(信)을 다하는 것이 인도(人道)의 근본이다.03 여기에 밥을 먹기 전에 드리는 식고의 본질이 있다.
  우리 도인들은 식사를 다하고 나서 음식물을 남기지 않고 밥 한 톨도 남기지 않는다. 한 알의 쌀을 만드는 데는 하늘과 땅의 공력이 들어가고, 농부의 손을 88번 거치는 노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찌 한 톨의 쌀알인들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상제님께서는 항상 밥알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면 그것을 주우셨으며 “장차 밥을 찾는 소리가 구천에 사무칠 때가 오리니 어찌 경홀하게 여기리오. 한 낟 곡식이라도 하늘이 아나니라”고 하셨다.04 요즘은 사회에서도 ‘음식물 남기지 않기 운동’을 하며 도인들의 식문화를 따라오고 있다.
 밥의 의미도 소중하지만,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기원전 460~377)는 보통 ‘의학의 아버지’ 혹은 ‘의성(醫聖)’이라고 불리는 그리스의 의사로서 “음식을 약으로 삼고 약을 음식으로 삼아라.”,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 한다”고 하였다. 즉, 음식을 소중한 약처럼 대하라는 뜻이다.
  끝으로 허균의『한정록』과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의 내용이 담긴 식시오관(食時五觀: 음식을 대하는 다섯 가지 마음가짐)05을 통해 음식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도 바람직한 일 일 것이다.

  

一. 음식을 보면 그 속에 담겨 있는 노고를 헤아리고, 그것이 어디서 나왔는지 생각해 보라.
二. 자신의 덕행이 완성되었는지 결여되었는지를 헤아려서 공양을 받아야 한다.
三. 마음을 절제하여 지나친 탐욕을 없애는 것으로 근본을 삼아야 한다. 특히 맛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까탈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四. 음식을 몸에 좋은 약으로 알고 몸이 파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먹어야 한다.
五. 군자는 도업(道業)을 먼저 행하고 그 다음에 음식 먹을 생각을 해야 한다.

<대순회보> 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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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교법 1장 25절 참조.
02 이민규,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더난출판, 2006, p.164 참조.
03 『대순진리회요람』, p.20 참조.
04 교법 1장 13절.
05 김정호, 『조선의 탐식가들』, 따비, 2012, p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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