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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원서(桃李園序)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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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상범 작성일2018.12.10 조회6,0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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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방면 교감 송상범

 

  바야흐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첨단과학기술문명과 화려한 물질문명으로 말미암아 편리와 안락을 누리며, 황금만능주의에 너무도 귀와 눈이 멀고 심지어 마음마저 빼앗기며 살고 있지 않은가 한번쯤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 보고, 인간으로서 도덕을 밝히고 인륜을 다할 수 있는 방향성과 목표를 세워서 생활할 때 참다운 인생이라 하겠습니다. 『전경』에 상제님께서 “故天地生人 用人 以人生 不參於天地用人之時 何可曰人生乎”01(교법 3장 47절)라는 말씀처럼 하늘이 쓰시고자 하는 진실한 사람이 되기 위해 진력해야 할 것입니다.
 『전경』에 상제님께서 화천하시기 몇 달 전 일부 종도에게 명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종도인 김광찬의 조카 김병선에게 도리원서를 외우게 하셨는데, 원래 도리원서는 이태백의 『본집』에는 ‘춘야연종제도리원서(春夜宴從弟桃李園序)’라고 쓰여 있습니다.

  

  하루는 형렬이 상제의 명을 좇아 광찬과 갑칠에게 태을주를 여러 번 읽게 하시고 광찬의 조카 김 병선(金炳善)에게 도리원서(桃李園序)를 외우게 하고 차 경석ㆍ안 내성에게 동학 시천주문을 입술과 이를 움직이지 않고 속으로 여러 번 외우게 하셨도다.(행록 5장 7절)

  

  “동학가사(東學歌辭)에 세 기운이 밝혀있으니 말은 소ㆍ장(蘇秦 張儀)의 웅변이 있고 앎은 강절(康節)의 지식이 있고 글은 이ㆍ두(李太白 杜子美)의 문장이 있노라 하였으니 잘 생각하여 보라”고 이르셨도다.(교법 2장 42절)

  

  ‘도리원서’는 중국에서 시선(詩仙)으로 불릴 만큼 문장에 뛰어난 이백(李白, 701~762)이 지었습니다. 이백은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아울러 일컬을 정도로 중국 당(唐)대의 최고 시인입니다. 상제님께서도 글은 ‘이ㆍ두의 문장’이 있노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도리원서의 핵심이 무엇이기에 상제님께서 외우라고 하셨을까요? 이 시에 담긴 의미를 알아 보겠습니다.

  

春夜宴桃李園序 02
- 李白 -

 

夫天地者 萬物之逆旅 光陰者 百代之過客 而浮生若夢 爲歡幾何 古人秉燭夜遊 良有以也


  무릇 천지라는 것은 만물이 잠시 머물다 가는 여관이요, 세월이라는 것은 영원한 나그네라. 덧없는 인생이 꿈과 같으니 즐거움이 얼마이랴. 옛사람들이 촛불을 밝혀 밤이 새도록 노는 것도 진실로 좋은 까닭이 있음이라.

 

況陽春召我以煙景 大塊假我以文章 會桃李之芳園 序天倫之樂事 群季俊秀 皆爲惠連 吾人詠歌 獨慙康樂 


  더욱이 따뜻한 봄날이 나를 초대하였으니 아지랑이 너울대는 화창한 봄날이구나. 조물주께서 글재주를 나에게 잠시 빌려주시니, 복사꽃 오얏꽃 향기가 만발한 화원에 모여 형제간의 아름다운 모임을 기록하니 참으로 즐거운 일이로다. 젊은 수재들의 글은 모두 사혜련03과 같은데 내 노래는 홀로 강락04에 부끄럽네.


幽賞未已 高談轉淸 開瓊筵以坐花 飛羽觴而醉月 不有佳作 何伸雅懷 如詩不成 罰依金谷05酒數


그윽한 감상이 그치지 않고 고고한 담론은 청아한 향기를 발하는 도다. 성대한 연회가 열려 앉아 있는 친지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꽃과 같구나. 어느덧 술잔이 여러 순배를 돌고 도니 달빛에도 마음이 취하는구나. 좋은 시를 짓지 않는다면 어찌 고상하고 품위 있는 생각을 펼쳐 보일 수 있으리오. 만일 시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하면 벌주 석 잔을 마시게 하리라. 

  

  이 글에서는 먼저 대우주의 변화 속에 인생이란 지극히 짧은 꿈을 꾼 것 같은 것이며, 즐거움도 한때요 인간의 재주 또한 잠시 빌려주는 것이며, 그 재주와 슬기로 천륜을 다해야 인간의 도리를 실천하는 것이며, 후세에도 길이 이 뜻을 전하니 진정한 즐거움이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랑하고 베풀며 살기에도 너무도 짧은 세월입니다. 이를 위하여 먼저 매사에 솔선수범하고 이웃과 화합하며, 늘 자신을 반성하고 잘못이 있으면 용서를 구해서 빌고 바로잡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상제님의 ‘正心修身齊家治國平天下 爲天下者不顧家事’06 라는 말씀처럼 실천한다면,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초석이 되리라 봅니다.
  이렇게 짧은 인생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도주님께서 포유문에 말씀하신 바에 따라, ‘나의 심기를 바르게 하고 나의 의리를 세우고 나의 심령을 구하여 상제님의 임의(任意)에 맡겨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제님의 임의가 무엇일까요? ‘상제님께서 뜻하시는 대로’를 말씀하신 것으로 곧 유지(遺志)이며, 유지는 도주님의 유법(遺法)에 나타나 있고, 도주님의 유법은 도전님의 유훈(遺訓)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수도인은 도전님 분부를 수명(壽命)처럼 모시고  수도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다가와도 참고 견디며 수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대순회보> 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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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하늘이 사람을 쓰고자 할 때 참여치 않는다면 어찌 인생이라 할 수 있겠는가.

02 이백(李白)이 봄날 밤에 형제와 친족들과 함께 복숭아와 오얏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연회를 하고 각자 시를 지으며 놀 적에, 그 시편(詩篇) 앞에 그 때의 감상과 함께 일의 차례를 펴놓은 문장이다.

03 성명은 사혜련(謝惠連, 397~433)이고, 강락의 족제(族弟)로서 10세 때부터 강락과 함께 시를 잘 지었다는 시재(詩才)를 말함.

04 본명이 사령운(謝靈運, 385~433)이고, 남조 송(宋)의 산수 시인으로 강락후(康樂候)로 봉해져 강락으로 불리며 명문장가로서 이백이 그의 시풍을 흠모했다고 전한다.

05 진(晉)나라 석숭(石崇)의 동산. 석숭은 여기서 자주 잔치를 베풀면서 시를 짓지 못하는 사람에게 벌주로 세 잔을 먹였다 함.

06 ‘위천하자불고가사’는『대순회보』, 118호 p.1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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