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를 통해 다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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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창심 작성일2018.12.10 조회6,093회 댓글0건본문
금릉1-6 방면 교감 노창심
“I SEE YOU”
영화 아바타의 주제곡의 제목이면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이다. 이 말은 인도 문화권에서 쓰는 “나마스떼”라는 인사말의 “당신에게 깃들어 있는 신께 문안드립니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우리는 모두 세상과 서로를 보지만 각자가 다른 것을 본다. 같은 산을 보아도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본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도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다. 지구에서 3.5 광년이나 떨어진 외계행성 판도라에 막대한 장비를 가지고 온 인간들은 그 행성의 참모습을 보지 못한다. 그들은 오직 행성에 있는 값비싼 자원을 채취하려는 욕심에 차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하늘 사람은 보지 못한다. 그들을 가르칠 수가 없었다. 이미 가득 찬 잔은 채울 수 없지.”라는 나비족의 대사처럼. 판도라 행성의 자연 생태와 나비족을 연구해 온 그레이스 박사가 “판도라 행성의 식물과 동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나무 하나를 자르면 숲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라고 하자 비웃는 사람을 보며 자연에 무지한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쩌면 우리들도 가득 찬 잔일지 모르겠다.
과학자인 그레이스 박사는 과학적 지식을 근거로 숲 전체와 나비족을 ‘본다’. 그 ‘본다’는 지식을 통해서 머리로 보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영화 후반부에 부상을 입은 박사가 나비족의 방식으로 치료를 받을 때 “제이크, 나는 그녀를 만났어, 그녀는 정말 있어!”라고 말한다. 박사는 대지의 신인 ‘에이와’를 영적으로 만나서 마음으로 본 것이다.
주인공 제이크는 박사와 달리 모든 상황을 순수하고 열린 마음으로 보려고 하였다. 그는 영화에서 순수하고 강한 영혼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비록 나비족의 모습을 빌어 만든 아바타를 통해서이지만 “나의 잔은 비어있다”라는 그의 대사처럼 그는 판도라 행성의 생명과 나비족을 온 몸으로 느낀다. 제이크가 머리카락 끝에 달린 촉수 같은 기관으로 판도라 행성의 말[馬]과 하늘을 나는 이크란과 교감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어떠한 목적이나 욕심 없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려 할 때 진정한 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심지어 영화 속 세계가 너무 멋있어서, 영화가 끝나고 다시 차가운 현실 세계에 돌아왔을 때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차가운 회색 빌딩과 무표정한 군중들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을 살다보면 가끔 극심한 소외감과 외로움에 빠진다.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가도 가족 간의 대화는 단절된지 오래고 각자의 방에 틀어 박혀서 혼자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게 요즘 현실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빡빡한 이 현실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현대인들의 소망 중 하나 일 것이다. 갈수록 대화가 단절되고 우리는 점점 더 고립되면서 소통하고 교감하는 법과 ‘보는’ 법을 잊어버렸다. 자연을 보지 못하고 서로를 진정한 마음으로 보지 못하게 되었다.
영화는 우리가 발전시켜온 문명에 대해 회의의 눈길을 보낸다. 문명화되면서 우리는 잃어버린 게 많다. 마음으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는 심령은 마음이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들에겐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포유문에 사람의 가장 진귀한 보배가 심령이라 하였다. 그 심령을 통하면 만물과 질서를 함께 할 수 있고 귀신과도 수작(酬酌)할 수 있다고 하였다.01 즉 우리에게는 자연, 그 자연 속에 있는 신의 뜻을 마음으로 보는 능력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영화를 보고 대지의 신 에이와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주인공 제이크가 나비족 여인 네이리티를 처음 만나서 그녀를 따라갈 때 성스런 나무의 씨앗이 제이크를 감싼다. 에이와는 제이크가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이며 장차 제6대 ‘토루크 막토’가 되어 판도라 행성을 구할 것을 알았을까? 그리고 처음에 인간들이 신성한 숲을 파괴했을 때는 왜 에이와는 침묵하다가 나중에 전체 나비족들이 연합하여 인간들에게 대항할 때 응답하였을까? 영화 속 대사에서 “에이와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아. 단지 자연의 균형을 맞출 뿐이야.”라는 말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판도라 행성 대지의 신에게는 외계에서 온 인간도 포용의 대상이었다. 에이와는 부상을 입고 죽어가는 외계인 인간을 치료하려고 했다. 영화가 묘사한 대지의 신은 지극히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으면서도 만물을 공평하게 대하고 있다. 인간들을 지켜보고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세계와 나비족의 세계를 동시에 ‘보았으며’ 숲과 생명을 ‘본’ 주인공 제이크가 나비족의 마음을 움직여 하나로 규합될 때를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은 이미 3D의 환상적인 영상을 눈으로 보아야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로 마음의 눈이 어두워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판도라 행성의 숲과 생명체들의 신비한 모습은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지구의 모습이다. 우리는 하늘을 나는 새와 동물들과 곤충 그리고 식물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그들의 영역을 파괴했다. 이미 인간으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숲이 파괴되고 수많은 생명체들이 멸종하였다.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는 결국 인간의 존엄성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다. 자연을 착취하는 우리는 결국 자신들마저 수단으로 삼고 이용하려 할 것이다.
순수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진정으로 볼 수 있다. 신은 머릿속에만 있거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무언가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은 ‘보지’ 못할 뿐이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다른 사람의 깊은 내면을, 그리고 자연을. 상제님을 알고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음에 다시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재리에 눈이 어두워 천하 창생이 진멸한 지경에 놓였음을 몰랐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는 기회가 되었다. 아마도 세상은 영화라는 물질문명을 통해서 우리에게 신명의 존재를 알려주려는 것 같다.
<대순회보> 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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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교운 2장 4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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