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당신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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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경 작성일2018.04.05 조회5,511회 댓글0건본문
자양9 방면 정리 김윤경
『전경』 교법 2장 46절에 “이웃 사람이 주는 맛없는 음식을 먹고 혹 병이 생겼을지라도 사색을 내지 말라. 오는 정이 끊겨 또한 척이 되나니라”고 쓰여 있습니다. 제게는 참으로 마음에 와닿은 구절입니다.
일상에서 이 구절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일화들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입장이란 상대적인 것이기에 누군가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또한 이 글 속 사람들의 이름과 직위를 바꾸어 실제 누구인지 알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첫 번째 일화
좀 까다로운 이선사가 있었다. 갓 입도한 내수가 연락소에 올 때마다 이선사를 만나 인사를 하다 보니 정이 들었는지 연락소에 오면서 무언가 사 오고 싶다고 선각에게 필요한 것을 물어보았다.
딱히 무엇이 필요한지 몰랐던 선각은 이선사에게 내수가 작은 마음의 표시를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하고는 연락소에 필요한 것을 물어보았다. 이선사는 커피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커피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붙었다.
최근에 새로 출시된 00커피믹스로, 이왕 사 오는 거 가장 비싼 것을 사 왔으면 한다고 했다. 더운 여름날, 가까운 마트에 가보니 신제품이라서 그런지 물건이 없었다. 좀 먼 곳에 있는 마트까지 한 군데 두 군데…, 내수는 대형 마트를 서너 군데나 돌아다니니 좋았던 마음에 서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원하는 물건을 사 온 내수가 선각에게
“다시는 이선사가 원하는 것을 사주고 싶지 않아요”
라고 말했다.
선각은 이선사에게
“왜 그 커피여야 하며 꼭 비싼 것이어야 합니까?”
라고 물었다.
이선사의 대답은 단순했다.
“안 먹어 본 커피라서 먹고 싶었고, 이왕이면 비싼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냥 그 내수가 스스로 선택한 커피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어떤 물건이건 좋고 나쁨이 없이 무조건 정성으로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모두가 나눠 마실 내수의 정성 어린 커피에 개인의 요구를 굳이 담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 일화
이선무와 김선무는 서로 나름 친한 사이였다. 이선무는 김선무의 생일에 조금은 비싼 브랜드매장에서 산 스카프를 선물했다. 마침 김선무 옆에는 한창 사이가 좋아지고 있는 박선무가 앉아 있었다. 김선무가 선물을 받는 것을 본 박선무가
“김선무는 좋겠어요. 저도 그런 거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러워했다.
며칠 뒤 이선무는 섭섭한 마음이 생겼다. 자신이 선물한 스카프를 박선무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선물은 했고 주인은 김선무가 되었으니 물건의 처리 여부는 김선무에게 달려있기에 할 말은 없었지만 섭섭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가고 난 뒤 이선무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김선무에게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김선무는 이미 스카프가 하나 있었고, 하나 더 생겼으니 한창 친해지고 있는 박선무에게 하나를 주고 싶었던 거였다. 이선무는 자신의 섭섭한 마음을 얘기했다.
“이렇게 내가 묻기 전에 김선무가 먼저 사정을 얘기했으면 당연히 이해했을 겁니다. 그리고 스카프가 두 개였다면 내가 준 걸 쓰고 원래 가지고 있던 걸 박선무한테 줬으면 덜 서운했을 거예요.”
그 이후로 이선무는 김선무에 대해 친함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선물을 받은 사람이 선물을 준 이의 입장에서 조금만 더 생각했다면 상황은 약간 달라지지 않았을까? 좋은 마음으로 준 선물이 받는 이의 사소한 잘못으로 섭섭한 마음이 생기고 서로의 정이 멀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세 번째 일화
무엇이든 불평이 많고 매사에 여러 가지 토를 다는 선사가 있었다. 어느 교정이 양말이 여러 개 생겨서 주변에 몇 개씩 나눠주었다. 다른 사람은 고맙다고 하면서 아주 좋아했다. 하지만 박선사는
“저는 이렇게 목이 긴 양말은 불편해서요. 너무 조여서 불편하고, 스타일도 안 나거든요. 플랫슈즈만을 신기 때문에 목 짧은 양말이면 더 좋은데…”
라고 말했다
좋은 마음으로 양말을 권한 교정은 도리어 박선사 마음에 드는 것을 주지 못해 미안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을 주면 되니 다음에 다른 양말을 주겠다고 하며 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박선사가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아는 이선무에게 주면 될 것 같아요”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후로 교정은 여분의 물건을 사람들에게 나눠줄 때나 함께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경우 박선사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박선사는 항상 토를 달아요. 안 줄 수도 없고 줄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소한 말 한마디가 저에게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달라고 하는 요구로 느껴지거든요.”
어차피 물건을 받을 거고 자신이 쓰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줄 생각이라면 부담스러운 말은 하지 말고, 고맙다는 말만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번은 중간임원끼리 화합하자는 의미로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 약속한 적이 있었다. 여름도 되었으니 삼계탕을 먹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때 박선사가
“저는 삼계탕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시원한 것이 당기는데…”
라고 했다. 그래서 다 같이 냉면을 먹기로 의견을 모았다.
“냉면은 잘하는 곳이 가까운 데 없잖아요. 멀리까지 가야 하는데 움직이기 힘들어요”
라고 박선사가 토를 달았다. 결국은 가까우면서도 시원하고 박선사가 좋아하는 것을 맞추다 보니 냉콩국수와 팥빙수를 먹게 되었다. 그날 누군가는 팥빙수를 먹지 않았다. 팥빙수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딱히 못 먹는 음식이 아니라면 화합하려는 분위기에 일조한다는 마음으로 다수에게 맞추었다면 어땠을까? 불평의 말과 토를 다는 말이 결국은 복을 차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오고 가는 정이 있습니다. 그 정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무언가를 주고받음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고, 좋은 말도 해주고 싶었던 것 등이 사소한 것이라도 챙기려는 행동으로 드러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에서 나오는 정성스럽고 애틋한 정이 생각 없이 던지는 한마디나 자신의 편리대로 하는 행동 때문에 관계가 소원해지다 못해 끊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소소한 오해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기도 하지만 각자의 성격 때문에 생겨나는 결과도 많을 겁니다. 오해는 대화하다 보면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니 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치지 못한 습관이라면 잘못해서 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도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담금질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이 없으면 가까이하지 말라’는 『전경』 구절도 있습니다. 자신의 이기적인 말과 행동 때문에 상대방이 상처를 받지 않는지 둘러보아야 합니다. 정성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고, 크고 작음을 나의 잣대에 대어 재지 말아야 합니다. 진심이 전달되지 않고 왜곡된다면 도리어 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글은 읽는 이에 따라서 편향된 글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싫고 좋음이 분명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러한 일화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순회보 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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