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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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연정 작성일2019.10.24 조회5,636회 댓글0건본문
금릉 방면 정무 제연정
토성도장 미륵불 앞에서 수호를 서는 중이었다.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곳이 있어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유심히 쳐다보니 작은 개미 한 마리가 뒤집힌 채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게 아닌가! 날개 달린 개미가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맞아 뒤집힌 채 바둥거리고 있었다.
상제님께서는 어려서부터 호생(好生)의 덕이 많으시어 나무 심기를 즐기시고, 미세한 곤충도 위기에서 구하시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작은 생명을 하찮게 여기고 관심조차 두지 않는 메마르고 삭막한 성격이다. 평소대로라면 이번에도 그 작은 미물에 신경은커녕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밟고 지나가도 몰랐을 것이다.
그날은 미륵불 앞에서 수호를 서는 중이라 작은 생명에 대한 마음이 평소와 좀 달랐던 것 같다. 처절하게 발버둥 치는 개미를 보는 순간 대순성전에 상제님의 호생(好生)의 덕에 관한 성화가 생각난 것이다. 어린 시절의 상제님께서 불어난 물에 오도 가도 못 하는 개미들을 보시고 나무판자를 대어 개미들이 무사히 물을 건너게 하시는 모습이다.
‘그래! 상제님께서는 이런 개미도 살리고자 하셨지!’
들고 있던 우산으로 개미를 바로 세워주려다가 쇠로 된 우산 꼭지에 오히려 찍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솔잎 하나를 주워 뒤집힌 개미 다리에 살짝 닿게 해주었더니 개미는 그걸 딛고서 간신히 몸을 가누는 듯했다. 그러나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에 금세 뒤집혔다. 다시 솔잎으로 지지해주니 가느다란 다리로 간신히 딛고 서서 몇 발짝을 겨우 움직였다. 처마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빗물의 습격을 피하려면 열심히 걸어가야만 했다. 개미는 빗물에 젖어 묵직하게 늘어진 날개를 등에 진 채 가늘고 짧은 다리로 빗물 위를 헤엄치듯 움직였다. 우연히 발견해서 살려낸 개미를 향해 나도 모르게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는 곳을 헤엄쳐서 지나가는 게 힘겹겠지만 조금만 더 가면 뭍이 나올 테니 힘내라고.
개미가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견뎌내기엔 너무 버거워 보였다. 나는 우산을 펼쳐서 개미가 안전한 곳으로 갈 때까지 빗물을 잠시 막아주었다. 다행히 처마 안쪽까지 무사히 들어와서 빗물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기력을 회복하지 못한 그 개미가 과연 무사히 제 갈 길을 갈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관심을 가지고 좀 더 지켜보았다.
개미가 처마 안쪽으로 들어오는 듯했는데 마치 나를 향해 오는 것 같았다. ‘아니겠지’ 하며 가려는 길에 방해되지 않도록 옆으로 비켜섰는데 개미가 내가 옮겨선 방향으로 몸을 틀어서 오는 게 아닌가! ‘에이 설마 우연이겠지’하고 반대쪽으로 옮겨 섰더니 정말 내가 서 있는 곳을 향해서 다시 방향을 바꾸어서 오고 있었다. 그 순간 뭔지 모르게 뭉클하고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정말로 이 개미가 자길 살려줘서 고맙다며 나를 알아보고 이렇게 따라오는 것인가.’
이렇게 작은 생명이 자길 살려준 존재를 알아보고 반응을 보인다는 게 너무나도 놀라웠다.
이 개미가 어떻게 하려는 걸까 궁금하여 끝까지 지켜보고 싶었다. 개미는 내가 있는 쪽을 향해 오더니 내 신발을 타고 힘겹게 버둥거리며 올라왔다. 개미가 내 신발 위로 올라서는데 ‘내가 이 개미를 데리고 가서 키우거나 끝까지 책임지고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기 집으로 가든 어디든 제 갈 길로 가라고 다시 땅에 떨구어주었다. 그랬더니 그 개미는 더 집착이나 미련 없이 자기 갈 길을 가려는 건지 내가 서 있는 곳에서부터 멀어지더니 처마 바깥에 빗물을 맞으며 자연으로 돌아갔다. 돌아서 가는 개미를 지켜보며 애틋한 마음으로 ‘부디 가서 잘 살아라.’ 하고 빌었다.
지금 당장은 구해준 이 곁에 있으면 안전하겠지만 본래 있던 곳이 아니기에 온전한 삶을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리라. 언제 무슨 위험에 처하게 될지 몰라도 자연의 생태계에서 살아가야 그 생리에 맞게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의존하면 편안하고 안락하게 지낼 순 있겠지만 그 안위가 영원할 수 없으리라. 자신의 겁액과 업보에 부딪히더라도 상제님의 덕화 속에서 풀어나가야 천지의 이치에 맞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그래서 상제님께서도 물에 갇힌 개미 떼를 떠안아 뭍으로 올려주시지 않고 나뭇가지로 다리를 놓아 스스로 건너갈 수 있도록 하신 거구나!
비록 30여 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조그마한 개미를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깨우칠 수 있었다. 또한, 깨침을 열어주신 상제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벌레만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징그럽다고 싫어하며 최대한 빨리 보이지 않게 하려고 서슴없이 죽이던 나였다. 그런 내가 작은 벌레를 소중한 생명으로 여기고 다칠까 봐 노심초사 마음 졸이다가 금세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된 것이다. 마치 순수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고 함부로 막 대하던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온화한 미소를 띠고 이 모든 걸 지켜보고 계신 상제님께서 "잔인하고 삭막한 네 마음을 되돌아보고 고쳐나가 많은 생명을 살려라."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네! 상제님 마음을 닮아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상제님 덕화를 널리 전해서 많은 생명을 살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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