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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서 살펴본 인간의 확장성과 상생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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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광희 작성일2018.12.17 조회5,9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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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조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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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경제, 정치, 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이슈이다. 대선후보 중 상당수가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준비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을 보면 대단한 화두임에 틀림없다. 작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4차 산업혁명의 출발을 알린 계기가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 융합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서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 1969년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 시스템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에 이어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 물리 시스템에 기반을 둔 산업상의 변화를 일컫는다.
  4차 산업혁명이 기존의 산업혁명과 가장 뚜렷이 구별되는 점은 공장이나 제품이 사람처럼 지능을 가지고 작동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영화나 소설에서만 보아 왔던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로봇, 인간의 사고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초인공지능 프로그램의 현실화가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기술이사인 레이 커즈웨일(Ray Kurzweil)은 이러한 일들을 향후 20~30년 안에 벌어질 현상으로 예측해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즉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또는 인간을 능가하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출현을 예고한 것이다. 한 발 더 나가 그러한 로봇과 인공지능의 능력이 고스란히 인간과 융합하게 될 때, 인류 스스로가 인간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며, 무엇을 인간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화제를 모았다.
  예를 들어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라고 정의할 때, 슈퍼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인간처럼 생각한다면 그 로봇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지, 혹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간과 같은 감수성으로 음악을 작곡하고 멋진 그림을 그리는 등의 창작활동을 하면 그것을 인간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 와 같은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인류가 생각해 왔던 인간성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진 것이다. 왜 이런 의문이 생겼으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융합혁명에서 찾을 수 있다. 융합혁명이란 산업과 산업, 인간과 기계 또는 그 이외의 모든 것과 무한히 합쳐져서 새롭게 생성되는 산업시스템을 말한다.

 

 

융합혁명과 인간의 확장성
  4차 산업혁명이란 한마디로 100개의 레고 조각으로 놀던 아이가 1억 개의 레고 조각으로 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만일 1억 개의 레고 조각에 각각 센서가 붙어 있고 그것들이 알아서 찾아가 결합하는 판단능력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또 그 하나하나가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전체를 인공지능(AI)이 조율하고 있다면 1억 개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정도의 변화를 ‘기하급수적 변화’라고 부른다. 사람이 한 걸음에 1m씩 걸어서 30발자국을 떼면 대략 30m를 간다. 이것이 산술급수적 변화이다. 그러나 만일 기계의 도움을 얻어 첫걸음에는 1m, 두 번째 걸음에는 2m, 세 번째 걸음에는 4m, 이런 식으로 2배씩 30번을 걷는다면 전체 길이가 10억m가 된다. 즉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2.6배에 이르는 엄청난 거리를 걷게 되는 셈이다. 이런 것이 ‘기하급수적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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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이 무서운 것은 그것이 기하급수적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과 달리 왜 4차 산업혁명만을 기하급수적 변화라고 부를까? 그 이유는 상상하기 힘든 ‘융합혁명’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모든 기술이 한꺼번에 융합되는 혁명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융합된다는 말인가. 크게 4가지이다.
  첫째,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의 융합이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이 인간처럼 똑똑해지고 그 로봇과 인간이 융합하면서 머지않아 한 사람 한 사람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러한 로봇의 잠재력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인간은 부모로부터 받은 지능(IQ)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야 하지만, 인공지능 로봇은 학습을 통해 계속, 거의 무한대로 똑똑해질 수 있다. 또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수천, 수만 배의 정보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기기가 사물인터넷으로 컴퓨터에 연결되고 그 컴퓨터가 인간과 융합되면서 인간의 힘도 거의 무한대로 커질 것이다.   
  따라서 무엇이 인간이고 어떤 것이 로봇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하는데, 인간의 고유한 생물학적 특성은 의미를 잃게 된다. 이보다 더욱 발전된 단계로 가면 인간 스스로 자신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고 아이 혹은 노인, 그리고 젊은이의 모습 중 자기가 원하는 형태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자신의 성별, 신체적 한계를 벗어던지고 자기가 원하는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 속에서 영원에 가까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꿈같은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둘째,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융합이다. 인간은 지금 사실 또 하나의 우주를 창조하고 있다. 바로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우주다. 가상 세계에서 경험하는 느낌이 현실 세계에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지게 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면 굳이 야외 골프장을 찾지 않아도 스크린 골프장에서 골프를 대신할 수 있다. 앞으로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모든 활동이 가상 세계에서도 그대로 경험하게 되는데 현실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꾸밀 수 있다. 이 융합은 인간에게 무한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인간과 로봇의 결합으로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벗어나듯이 사이버 스페이스는 인간에게 현실을 벗어나게 해서 그들에게 자신만의 소우주를 선물해 줄 것이다.
  셋째, 공학과 생물학의 융합이다. 지금까지 인간은 공학적으로 물건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이제 ‘합성생물학’이란 기술을 통해 인간이 생명과 사물을 융합하여 만들기 시작할 것이다. 최근에 야광을 발하는 해파리의 DNA를 고양이에게 주입하여 야광 고양이를 만들었고, 3D 프린터로 빵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머지않아 동네 의사가 사람의 기관지를 3D 프린터로 만들어 이식하는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전경』에 “궤합을 열면 옷과 밥이 나오며”라는 구절이 실감나는 세상이 온다는 말이다. 또 유전자 조합으로 이른바 ‘슈퍼맨’을 만들 수 있고 나노기술과 생명바이오 기술의 발달로 불가능으로만 생각했던 인간의 노화를 막고 지속적인 신체 리셋으로 영원한 삶을 꿈꾸게 되었다. 문자 그대로 인간과 신의 경계가 사라지는 미래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센서와 인간의 융합으로 ‘초연결사회’로의 진입이다. 인간의 몸과 모든 사물에 부착되는 센서들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여 거대한 빅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인간이 조작하지 않아도 각 사물에 부착된 센서들이 인간의 체온, 동공의 움직임,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등을 알아서 읽고 반응한다. 예를 들어 센서가 부착된 옷은 신체의 온도와 바깥의 온도를 계산해 항상 쾌적한 상태로 유지해 주고 방문의 손잡이는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혈압을 점검해 인간의 건강을 최적의 상태로 돌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센서가 부착되어 말이 달라도 자동으로 통역된다. 심지어 서로의 생각이나 감정 그리고 자신이 현재 감상하고 있는 풍경이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이러한 시대에 이르면 아마도 모든 것이 공개되는 투명한 사회를 예상해 본다. 정치적 부정이나 개인 간의 조그마한 거짓말도 할 수 없는 한마디로 무자기한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융합 혁명과 상생윤리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융합기술에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기존에 있던 인간의 한계를 넘어 다른 차원으로 인간의 경계를 확장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로 2016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을 주최한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회장은 이에 대해서 “놀라운 기술이 계속 등장하고 인간의 능력이 한계를 넘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기술의 발전 속도와 비교하면 인간의 도덕적, 윤리적 성숙은 뒤처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기술의 독점으로 발생하는 양극화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격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 차이는 개인의 노력으로 따라잡기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더욱이 소수의 엘리트가 나쁜 의도로 이 기술을 독점한다면 대부분 사람들이 그들에게 지배받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 가공할 살상 무기의 등장 역시 심각한 문제로 꼽을 수 있다. 지금의 핵폭탄만으로도 인류에게 커다란 재앙을 줄 수 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무기는 이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보여 자칫 인류의 공멸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밖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발달로 필요에 따라 인간이 인간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의 기호에 따라 맞춤형 아기를 낳을 수 있고, 의학실험에 필요한 인간을 만드는 등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슈바프 회장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제4차 산업혁명이 기존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모델에 가져올 파괴적 혁신은 결국, 권한을 가진 모든 이들이 스스로가 이 지구와 공동체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는 상호 협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4차 산업혁명은 ‘확장된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고 ‘인류 공동체를 위한 선’의 추구와 윤리적 공감대를 쌓아나가는 과정을 거쳐야만 우리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서 융합혁명이 불러올 인간의 확장성이 위에서 열거했던 장밋빛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전경』의 “그 문명은 물질에 치우쳐서 도리어 인류의 교만을 조장하고 마침내 천리를 흔들고 자연을 정복하려는 데서 모든 죄악을 끊임없이 저질러 신도의 권위를 떨어뜨렸으므로 천도와 인사의 상도가 어겨지고 삼계가 혼란하여 도의 근원이 끊어지게 되니 원시의 모든 신성과 불과 보살이 회집하여 인류와 신명계의 이 겁액을 구천에 하소연하므로”라는 구절에서 보듯이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인간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인간 이외의 모든 것들을 정복하려 들 때 오히려 이 세상을 망칠 수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이 도리어 인류의 자만과 교만을 부추겨 세상을 진멸지경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문명이 펼쳐진다 할지라도 이타주의 정신에 입각한 상생의 윤리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역시 허상에 불과한 것임을 통찰해야 할것이다.

 <대순회보> 193호

 

참고문헌
『전경』
이경주, 『4차 산업혁명 앞으로 5년』, 서울: 마리북스, 2016.
대한출판문화협회, 「책으로 읽는 4차 산업혁명」, 《출판저널》 489호, 서울: (사)대한출판문화협회, 2016.
신상규, 「자율기술과 플로리디의 정보윤리」, 『철학논집』 45 (2016), pp.269~296.
황기연, 「4차 산업혁명과 핵심이슈」, 『도시문제』 51 (2016), pp.18~21.
KBS1 특별기획 - 4차 산업혁명 다보스의 선택.
KBS1 오늘 미래를 만나다 -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1,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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