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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雜草)에 대한 두 가지의 상념(想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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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수진 작성일2018.12.06 조회6,0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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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부전방면 선무 신수진

 

[잡초] 경작지·도로 그 밖의 빈터에서 자라며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풀로, 여기에는 목본식물(木本植物 : 나무와 같이 단단한 줄기를 가진 식물)까지도 포함시키는데, 작물의 생장을 방해하고 병균과 벌레의 서식처 또는 번식처가 되고 작물의 종자에 섞일 때는 작물의 품질을 저하시킨다.(두산세계대백과 2002년판)

 

인간의 편견이 빚어낸 피해자, 잡초   

  백과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쓸모없다는 이미지의 굴레가 씌워진 ‘잡초(雜草)’는 무조건 뽑아 없애버려야 한다는 아주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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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잡초’라는 개념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즉 사람의 판단 기준에 따라 잡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참 모호한 것이다. 예를 들면 명아주(=는장이)01라는 풀이 있다. 번식력과 생명력이 강한 이 풀은 나무처럼 크고 두껍게 자라며(높이 약 1m, 줄기 두께 약 3㎝) 가볍고 질기기 때문에 옛날부터 노인들의 지팡이 재료로는 최고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풀은 잡초로 분류될 뿐만 아니라 논밭에서 자라는 강해초(强害草)로 취급되기까지 한다.

  명아주가 잡초로 생각되는 까닭은 농작물의 재배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명아주를 재배하는 밭에 고추줄기가 하나 불쑥 올라온다고 하면 영락없이 고추가 바로 잡초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렇게 ‘잡초’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니 풀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고려대 강병화 교수는 인간이 정한 기준에 따라 천대받는 불쌍한 잡초에 대해 이런 말을 들려준다.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습니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또한 잡초입니다.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되는 것이죠. 

산삼도 원래 잡초였을 겁니다. 

 

(『토종들풀의 종자은행 이야기』 중에서) 

 

  그렇다. 그런 것이다. 원래 자연에는 잡초란 없는 것이다. 그저 들풀만이, 야생초(野生草)만이 있을 뿐이다. 야생초는 비나 바람이 흙을 씻어내고 날려버리는 것을 막아주며 그들이 가진 많은 실뿌리로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또 황폐한 땅에 먼저 자리를 내려 그들의 목숨으로 영양분을 만들어줌으로써 다른 생명체들이 자랄 수 있는 삶의 근거지를 마련해 주니, 실로 야생초는 많은 생명체의 서식처이자 안식처이며 자연을 살찌우는 보고인 것이다.

  가꾸고 돌봐주는 이가 아무도 없어도! 끊임없이 주변 환경이나 인간들에게 핍박을 당해도! 단단한 아스팔트를 뚫고 생명의 싹을 피워내는가 하면 질경이처럼 밟히면 밟힐수록 더욱더 잘 뻗어나가는 야생초! 역경에 끊임없이 마주치는 용기를 가진 야생초는 인간들에게도 ‘잡초처럼 강하게 살자’는 삶의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쯤에서 우리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지금 우리는 야생초를 잡초로 천시하듯 당장 별 효용이 되지 못한다 하여 업신여기고 내다버리는 것이 있지는 않은가? 혹 자신만의 잣대로 상대방을 가늠한 결과, 자기 자신이 시나브로02 수많은 척(㥻)을 생산해내는 공장이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함을 깨우쳐주는 야생초    
  잡초에 대한 상념은 단지 잡초가 야생초로서 다시 재조명되어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과연 내가 있어야 할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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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파도처럼 하늘거리는 갈대밭들을 보자. 비록 이 갈대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고 하지만, 만약 이 옆에 기름저장탱크가 있다면 이 갈대들은 단박 제거해야 할 대상, 곧 유해초(有害草)가 되고 만다. 제아무리 명아주가 유용한 풀일지라도 논둑이나 들판에서 자라야 쓸모가 있지 논밭에서 자란다면 그야말로 박멸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렇게 갈대도 명아주도 적절한 자리에 있지 못한다면, 나름대로 가치를 지닌 야생초의 신분에서 다시 천덕꾸러기 잡초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이런 생각들조차 사람의 가치에 따라 야생초를 잡초로 천시하는 ‘인간 편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런저런 관계를 통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자신의 처지에서 보면 결코 대충 넘길 이야기는 아니다. 
  이것은 스포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팀을 이루어 경기를 할 때는 개인기 외에도 조직력이 있어야 한다. 조직력은 각자 맡은 포지션에서 전체 팀을 생각하며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제 역할을 다 할 때 극대화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여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팀에서 자신의 자리를 일단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 골키퍼가 골을 넣고자 하는 욕심에 자신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상대팀의 골문 앞에서 계속 서성거린다면 그 팀의 조직력이 와해되는 것은 물론 상대팀을 결코 이길 수도 없다. 어느 사회에서건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실 인생에 있어서 자신의 자리라는 것! 이것은 알기 어려울 때도 있고 또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지키기 힘들 때도 있다. 그러나 이를 알고도 지키지 못하면 야생초가 잡초로 전락해 버리듯 우리 역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 이제 우리 모두 나 자신을 한번 되짚어보자. 나는 수도인으로서 과연 수도인의 자리에 있는지? 또 수도인으로서의 자리는 잘 지키고 있는지를 ….

<대순회보> 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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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명아주과의 한해살이풀로 꽃은 6~8월에 핀다. 어린순은 나물로 하고 생즙은 일사병과 독충에 물렸을 때 쓰는데 많이 먹으면 피부병을 일으킨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 분포하며 산지의 숲 가장자리에서 자란다.

02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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