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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불사토양고대(泰山不辭土壤故大) 하해불택세류고심(河海不擇細流故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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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승룡 작성일2018.12.10 조회5,9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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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방면 선사 오승룡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 진시황과 승상(丞相) 이사(李斯)에 얽힌 일화(逸話) 중, ‘태산불사토양고대(泰山不辭土壤故大) 하해불택세류고심(河海不擇細流故深)’이라는 고사가 있다. 태산은 조그만 흙도 사양하지 않아 무릇 크고, 큰 강과 바다는 미미한 물줄기도 가리지 않아 무릇 깊다는 뜻이다. 이는 생각이 다르거나 옳은지 그른지를 구분하지 않고 사람을 포용해야 대업(大業)을 이룰 수 있다의 비유적 표현으로, 『사기(史記)』 「이사열전(李斯列傳)」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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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 개의 크고 작은 나라가 서로 패권을 다투던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 그 무렵 능력 있는 인재들은 출신국을 떠나 자신들의 능력이 받아들여지는 나라에서 정치활동을 했었는데, 이들을 가리켜 객경(客卿)이라 불렀다. 그중 순자(荀子)로부터 천하를 다스리는 제왕의 지략을 습득한 초(楚)나라 출신 이사(李斯)가 진나라 왕에게 두터운 신임을 얻어 천하통일이라는 과업에 핵심 인물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러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수많은 객경들이 그를 정계 진출의 표본으로 삼을 정도였다. 하지만 조정의 수구 기득권층인 왕족과 대신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 출신 관리들을 추방해야 한다며 들고 일어났다. 바로 축객령(逐客令)01이 내려진 것이다.

  물론 이사도 논의의 대상이 되어 내쫓을 인물의 명단에 들어 있었다. 보다 못한 이사는 먼저 붓을 들어 자신의 생각을 적어 왕에게 상소했다. 그 내용은 예전 목공과 효공이 뛰어난 객경들을 중용한 예를 들어, 진나라가 이처럼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외국의 인재나 문물을 배척하지 않는 점을 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의치 않자 직접 왕에게 “신이 듣건대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기에 점점 더 커지고,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에 점점 깊고 넓어지는 것입니다.(泰山不辭土壤故大 河海不擇細流故深) 뛰어난 군주는 사람을 배척하지 않기에 그 덕치(德治)가 널리 전해지는 것입니다. 이로써 국토는 사방으로 끝이 없고 백성에게는 이국(異國)이 없으며, 사시사철 아름다움이 충만하고 귀신이 복을 내립니다. 이는 오제삼왕(五帝三王)께서 적이 없었던 바와 같습니다”라고 진언(進言)하였다. 격동의 전국시대에 다양한 인재가 필요했던 진나라 왕에게 이사의 말은 꼭 필요한 진언이 아닐 수 없었다. 이내 왕은 그의 의견을 수용했을 뿐만 아니라 축객령 취소와 함께 그를 승상(丞相)에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자 수많은 전국의 객경들이 입소문을 통해 속속 진나라로 모여들었다. 그 이후 진나라에서는 인재 부족의 어려움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다양성과 차이를 넘어선 수많은 객경의 중용은 20년 후, 진나라가 천하통일이라는 대업의 초석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이 모든 것이 포용과 관용의 진언을 올린 이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나라가 다르고 시대가 다르더라도 다양성과 차이점을 인정하고 관용과 포용의 정신을 발휘했던 국가나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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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릇 이 고사의 의미는 수도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포덕(布德)사업에 있어서 각자 그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수도인 모두 태산과 하해와 같은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상제님의 진리를 미처 접하지 않은 다양한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서, 그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자연 감화(感化)되어 스스럼없이 다가설 것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수도에 있어 기본적으로 길러야 할 심성(心性)이 아닐까 생각된다. 도전님께서도 “도를 믿는 자는 안 믿는 자에게 더욱 친화(親和)를 두터이 하여 이해와 관용을 베푸는 것이 상생의 진리이다”(『대순지침』, p.31)라고 당부하신 바 있다.

  선·후각 사이도 마찬가지다. 체계 질서를 바르게 세우려면, 관용과 포용을 베풀고 서로를 보듬어 함께 가야 한다. 그러나 만약 한 수도인이 크던 작던 어떤 실수를 저질렀을 때, 그때마다 지적하고 처벌한다면 당사자는 불만을 토로하다 끝내 불신(不信)을 조장할 것이다. 이는 귀 어두운 사람에게 계속 큰소리를 질러대면 듣는 사람도 덩달아 큰소리 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구나 자신의 노선을 위해 우량 씨앗만을 편애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그렇게 사정(私情)에 치우쳐 편애한 결과는 서로간에 불신(不信)을 불러일으켜 중상모략(中傷謀略)으로 서로를 헐뜯게 되고, 결국 그 체계의 미래는 불투명하게 된다. 그래서 도전님께서는 모든 처사에 무편무사(無偏無私)하고, 책망보다 자애가 더 큰 것임을 깨닫고 처사하라고 당부 하셨다.

  우리 만수도인들은 대인의 공부를 하는 자들이다. 대인은 그만큼 도량 또한 넓어야 함을 뜻하기도 한다. 도량이 넓다는 것은 사소한 것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바다가 깨끗한 하천이나 더러운 하천을 구분하지 않고, 큰 하천이나 작은 하천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만수도인들은 태산과 하해와 같은 마음, 즉 포용과 관용으로써 타자와 상하를 대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도전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 그 체계가 바로 세워져 상생대도가 펼쳐지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포용과 관용은 옛 선비들의 덕(德)을 쌓음에 초심의 일환이었고, 바른 처세의 하나였으며, 삶의 지혜였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대순회보> 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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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진나라에서 정계 활동을 하는 타국 출신의 인재들을 내쫓는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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