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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 : 물질에 치우친 문명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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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창심 작성일2018.12.10 조회5,4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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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릉1-6 방면 교감 노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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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 유난히 잦은 폭우에 피해가 컸다. 우면산이 무너지는 바람에 산 아래 아파트가 흙더미에 묻혔고 도심 한복판 큰길이 빗물에 잠겨 차와 사람이 오도 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이런 상황이 폭우 때문에 생긴 자연재해라기보다 인간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산하를 마구 들쑤셔놓은 채 대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다. 하지만 우리는 재해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못하고 있다. 더 큰 피해가 생기기 전에 작은 섬나라 나우루 이야기를 통해 해답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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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누린 문명의 이기.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그에 따른 물질적 풍요를 그저 누리기만 하다가 이제는 바다로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나라 나우루. 적도 부근의 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 나우루 공화국은 앨버트로스라는 새의 똥이 오랜 세월 산호초에 쌓여서 만들어졌다. 산호초에 쌓인 그것은 인광석으로 변했고 섬은 온통 인광석으로 가득했다. 화학비료의 원료인 인광석은 유럽 국가들이 탐내는 귀중한 자원이다. 


  영국의 포경선이 처음 나우루를 발견했을 때, 섬에는 코코넛을 따고 물고기를 잡고 자급자족하면서 유쾌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 섬에 인광석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것을 탐내는 나라들이 몰려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그 틈에 오스트레일리아 군대가 섬을 점령했다. 전쟁이 끝나고 국제연맹이 섬을 통치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군이 섬에 들어왔고 나우루 사람들은 인광석을 캐는 노동자로 일하면서 생산한 인광석의 5%를 대가로 받았다. 1945년 일본군이 철수하면서 수많은 피해만 남긴 채 전쟁은 끝났다. 국제연맹이 해체되고 뒤이은 국제연합에서 나우루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영국이 공동으로 통치할 것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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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광석을 가져가려는 외국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시작한 저항운동이 결과적으로 나우루의 독립을 이끌었다. 1968년 4,000명의 섬사람들은 ‘나우루 공화국’으로 독립하고 1월 31일을 독립기념일로 정했다. 이렇게 바티칸과 모나코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작은 독립국이 되었다. 섬 둘레가 약 19킬로미터로 차를 타고 한 바퀴 도는 데 30분, 전체 면적 21제곱킬로미터로 여의도의 2.5배 크기, 국기는 적도 아래 별 하나 그려진 모양이다. 


  이제 인광석은 나우루 국민의 것이 되었다. 다른 섬의 인광석은 고갈되고 있었고 태평양에서 이 귀중한 자원을 가진 곳은 이곳 나우루뿐이었다. 앨버트로스 똥 덕분에 나우루는 부자 나라가 되었다. 나우루 인광석공사가 채굴과 수출을 해서 벌어들인 이익금의 절반은 국가 예산으로, 나머지는 지방정부 평의회에서 관리하며 채굴장 토지 소유자들에게 이익금을 나눠주고 남은 돈은 외국 부동산 사업 등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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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소나 과일을 재배하던 땅은 인광석 채굴지로 바뀌었다. 자기 땅에서 나는 인광석이 다른 나라 들판에 양분을 제공하는 동안 나우루 땅은 부서지고 구멍이 났다. 나우루 국민들은 자기 땅을 척박하게 만드는 대신 다른 나라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대가로 놀고먹었다. 섬에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게 되었지만 맛있는 통조림은 얼마든지 사 먹을 수 있었다. 식수는 광천수를 수입해서 마시고 생필품조차도 전량 수입했다. 인광석 덕분에 풍성해진 나우루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농산물, 빵과 신선한 달걀, 고기, 샐러드, 밀봉용기에 들어 있는 냉동 제품들을 사왔다. 화물선들은 자동차와 오토바이, 전자제품을 수송했다. 수입품은 엄청나게 비쌌지만, 나우루인들은 돈을 낼 능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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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우루인들은 더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고 물건을 수리하지도 않았다. 고장 나면 버리고 다른 것으로 교체했다. 생산도 하지 않았고 음식을 만들지도 않았다.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식당을 차리고 나우루 사람들은 차를 타고 와서 밥을 사 먹었다. 섬에 있는 19킬로미터의 국도를 바닷바람을 쐬려고 자동차로 무한정 달렸고 비행기를 전세내어 외국으로 쇼핑도 갔다. 국가가 인광석을 팔아 나눠주는 돈을 그저 마구 소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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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우루는 인광석의 이익을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배분했기에 빈부 차이가 거의 없다. 세금도 없다. 학교도 병원도 전기료도 공짜고 결혼하면 나라에서 방 두 칸에 거실과 부엌이 있는 집을 그냥 준다. 인광석 채굴 작업은 주변 섬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몫이 되었다. 그렇게 독립 이후 1980년대까지 나우루 공화국은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로 불렸다. 하지만 먹고 놀다 보니 인구의 78.5%가 비만으로 당뇨병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고 전통적으로 살찐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상황을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다. 인광석의 매장량은 점점 줄고 21세기 전에 인광석이 고갈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었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오스트레일리아에게 예전에 그냥 채굴해 간 인광석의 대금을 요구해서 1억 700만 오스트레일리아 달러를 받았다. 그러나 나우루 평의회가 적립금으로 세계 각지에 부동산 투자를 했지만 실패했다. 임대 수입으로 국가 재정이 충당될 수는 없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어도 나우루 사람들은 여전히 일하지 않았다. 과거 자급자족하던 생활을, 강제노동에 시달린 식민지 생활을 잊었고 일하지 않고 노는 생활만 기억할 뿐이다. 고기잡이는 여가 활동에 불과했고 어부가 되려는 사람은 없었다. 오랜 채굴 작업으로 황폐해진 국토는 휴양지로도 관광지로도 만들 수가 없었다. 1990년대에 와서는 인광석을 판 수입이 확연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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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우루 정부는 재외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국적을 팔았고 세금이 없는 이 나라에 은행을 만들어 국외 자본도 받아들였다. 비밀자금을 숨기려는 사람들의 검은 자금이 몰렸고 다른 나라들의 비난도 몰렸다. 2001년 9월 11일까지는 이렇게라도 운영이 되었지만 9·11 이후 세계가 힘을 합쳐 테러리스트에 맞서면서 테러리스트 자금 세탁의 온상지로 지목된 나우루 은행은 무너졌다. 국가 재정의 악화로 노동자들 임금을 주지 못하자 수많은 외국인이 떠났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난민을 수용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섬에 들어왔고 총인구의 20%를 차지했다. 인광석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대책 없이 난민만 늘었어도 나우루 정부는 어떤 방침도 정하지 못했다. 유일한 입국 수단이던 나우루 항공도 재정 적자로 운항이 정지되었다.  
  난민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노동자들도 체불 임금에 대해 투쟁을 했다. 2004년 4월, 파산위기의 심화로 부채를 갚을 수 없어 부동산이 압류되었다. 다행히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빌려준 자금 덕분에 파산 위기는 면했지만, 난민 수용 대행 서비스도 끝났고 나우루는 이제 돈을 벌어들일 방법이 없다.

  일하지 않는 생활습관, 냉동식품을 사 먹고 100미터 거리도 차를 타고 간다. 2000년 말 노천에 버려진 거대한 폐품, 방치된 차량 고철과 고장난 가전제품은 번영을 누렸던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100년 사이에 이 섬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풍요로운 생활을 누렸지만, 경작지와 그들의 문화를 잃었다. 제멋대로 살면서 탐욕스럽게 부를 좇는 과정에서 자원은 고갈되었다. 얻은 것과 잃은 것, 어느 쪽이 많은지는 지금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위기가 나우루에 닥쳐올지도 모른다. 물질적 안락에 빠져 자신의 문화를 등한시하고 과거를 망각하고 환경을 돌보지 않은 인간의 역사를 보여주는 나우루. 물질에 치우친 문명은 인류의 교만을 불렀고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려는 데서 모든 죄악을 저질렀다. 물질세상뿐만 아니라 천지인 삼계가 혼란하여 천하창생이 진멸할 지경에 닥쳤음에도 조금도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재리에만 눈이 어두운 우리 인간의 미래가 나우루 공화국과 무엇이 다를까? 우리가 스스로 깨닫지 않는 한 지구의 역사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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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회보> 1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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