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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현 작성일2018.12.15 조회6,7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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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실 교감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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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사의 사자상(출처: 위키백과 www.wikipedia.org)

  

  ‘빈사(瀕死)의 사자상(獅子像)’은 1821년 덴마크의 조각가 베르텔 토르트발젠(1770~1844)이 기획하고 루카스 아혼(1789~1856)이 1824년 완성한 작품으로 스위스 루체른에 세워졌으며 길이 10m, 높이 6m에 달하는 대형 조각상이다. 사자는 죽어간 스위스 용병들을 상징하며 심장이 찔렸음에도 부르봉 왕조의 백합 문양이 새겨진 방패를 지키고 있는 것은 왕실에 충성스런 용병들의 모습을 찬양하는 것이라 한다. 사자상 위에는 “HELVETIORUM FIDEI AC VIRTUTI”라는 라틴어 명문이 새겨져 있으며 그 의미는 “헬베티아(스위스)의 충성심과 용감함”이라는 뜻이다.
  빈사의 사자상은 스위스 루체른의 작은 연못 건너편 절벽에 있다. 죽음을 앞둔 사자 조각상은 스위스의 슬픈 역사를 말하고 있다.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 스위스는 당시 유럽 최빈국 중 하나였다. 무역도, 산업도 발달하지 않아 나라 안에서 먹고 살 방법이 막막했다. 그래서 가족들을 깊은 산 속에 숨겨 놓고 남의 나라에 생명을 담보로 대리전을 치러주는 용병이 그들의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다. 용병은 스위스의 국가산업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산업의 자산과 경쟁력은 용병들의 신의, 용맹, 충성심이었다. 
  1792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 프랑스 루이 16세와 앙투아네트 왕실 가족을 시민혁명군으로부터 끝까지 지킨 것은 프랑스 군대가 아니라 스위스 용병들이었다. 시민혁명군이 왕궁을 포위하자 프랑스 수비대는 모두 도망쳤다. 하지만 스위스 용병은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시민혁명군이 퇴각의 기회를 주었는데도 계약 기간이 몇 개월 더 남아 있다는 이유로 목숨을 건질 수 있는 혁명군의 제의를 거절하고 끝까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어갔다. 그때 전사한 786명의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한 것이 바로 심장에 창이 꽂혀 있는 사자가 부르봉 왕가의 문장이 새겨진 방패를 가슴에 안고 죽어가는 모습을 담은 ‘빈사의 사자상’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 사자상을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감동적인 바위’라고 했다.
  당시 전사한 한 용병이 가족에게 보내려던 편지가 발견되었다. 그 편지에는 “우리가 신용을 잃으면 우리 후손들이 영원히 용병을 계속할 수 없기에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계약을 지켜내기로 했다.”라고 쓰여 있었다. 가난한 조국과 그들 후손의 생존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약속을 지켜낸 스위스 용병은 1527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가 로마를 약탈할 때 마지막까지 교황을 지켜냈다. 이후 지금까지 로마 바티칸 궁전의 경비는 스위스 용병들이 담당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 스위스 용병의 신화는 목숨을 걸고 지켜낸 ‘스위스 은행’의 전통으로 이어졌고 스위스를 신용과 안전에서 세계 최고의 사회적 자본국가로 올려놓았다. 
  증자(曾子)의 아내가 장을 보러 가려는데 아이가 울면서 따라가겠다고 하자 “돌아와서 돼지를 잡아줄 테니 집에 있어라” 하고 달래니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 증자의 아내가 장에 갔다 오니 증자는 돼지를 잡으려 했다. 이에 아내가 놀라 아이를 달래려고 한 말인데 정말 돼지를 잡으면 되겠냐고 하자. 증자는 말하기를 “장에 갔다 와서 돼지를 잡아주겠다고 하니 아이는 말을 들은 것이 아니요. 자식에게 거짓말을 가르치려 하는가? 어미가 자식을 속이면 자식이 어미를 믿지 않게 된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돼지를 잡았다고 한다.
  수도하는 사람은 목전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손해도 감수해야 하며,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약속한 일의 실행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도문에 들어올 때 상제님 전에 충실한 도인이 되어 영시불망(永侍不忘)할 것을 굳게 맹세하였다. 이러한 상제님과의 맹세를 끝까지 잘 지켜야 하겠다.

<대순회보> 1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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