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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초소 옆 나무는 이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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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주 작성일2019.03.12 조회5,0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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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 8방면 평도인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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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 초소 옆에 한 나무가 있었다. 진풍이(안동 초소에서 기르는 개)의 그늘이 되어주기도 하고 누군가의 핸드폰 배경 화면이 되기도 했던 예쁜 나무가 있었다.


  반질반질 이마의 땀을 닦으며 꼬마는 초소로 향하던 중 나무 주변에 모여 있는 아저씨들을 보았다. 나무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주변의 흙을 빙 둘러 파내고 있었다. 이즈음, 다른 나무들도 파내어져 어디론가 실려 가는 것을 여럿 보았던 터라 꼬마는 쉽게 알아차렸다. 쉽게 알아차렸으나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언제나 나무를 돌봐주시는 친절한 나무 아저씨가 우리 초소 옆의 가장 예쁜 나무를 뽑아 가리라곤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래 물었다. “아저씨, 우리 나무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 목소리는 서운함 때문에 퉁명스러웠다. “응, 일각문 건너편으로 폭포를 만드는데 그리로 가는 거란다. 거기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깨달아 빛날 거란다.” “정말요? 그럼, 좋은 거구나!” 아까의 서운함은 다 사라지고 기대감에 부푼 목소리였다. 꼬마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나무가 좋은 곳에 가기를, 그리고 그곳에서 사랑받으며 빛나기를 상제님께 심고드렸다.


  몇 날을 기다린 끝에 쫑긋 세운 꼬마의 귀로 폭포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이 들렸고 나무의 멋진 모습을 기대하며 폭포를 향해 달려갔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폭포의 장관에 즐거워했다. 꼬마는 폭포를 볼 겨를도 없이 나무를 찾기 시작했다. 사람들 눈에 띄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무들은 꼬마가 찾는 그 나무가 아니었다. 기대감이 불안감으로 바뀔 때쯤 나무를 찾았지만 잠시 바라보다가 걸음을 떼었다. 나무의 반대편으로. 폭포를 보며 환호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울먹울먹 꼬마는 예전에 나무가 있던 곳으로 향했다. 나무가 떠난 빈 구덩이에 흙을 툭툭 차 넣으며 나무를 떠올렸다. 아름다운 폭포, 그 주변의 빛나는 나무들. 그러나 꼬마가 아끼고 사랑한 나무는 한쪽 구석 키 큰 나무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또 한 번 흙을 ‘툭’ 차버리고는 중얼거렸다. “빛나지 않잖아.”


  밝은 한낮, 바쁜 사람들과 다른 시간 속에 있는 듯, 한 남자가 폭포 가에 서서 구석진 곳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여전히 거기 있구나. 좋은 곳 다 빼앗기고 구석에서 초라하게 빛도 보지 못하고….” 남자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내 미래가 이렇듯 초라할 거란 걸 네가 미리 보여 주었던 거구나.” 남자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걸음을 떼었다. 나무를 향해. 잎을 만져 보았다. 뾰족 뾰족 침엽수 잎의 따끔거림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남자는 꼬마가 되어 예전처럼 나무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무는 꼬마의 손에 몸을 부비며 말했다. “네가 내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어.” 옛날을 회상하듯 바람에 몸을 맡기고 말했다. “내가 안동초소 옆에 있을 때, 넌 가끔 나를 찾아와 예쁘다며 말을 걸어 주었지. 참 행복했단다.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고 누군가가 날 알아주는 것에 뿌듯했어. 그래서 기쁨이 될 수 있도록 나를 갈고 닦았지. 어느 날 나무 아저씨가 좋은 곳으로 보내 주신다기에 승낙했고 다른 아저씨들의 손길에 나를 맡겼어. 땅이 파헤쳐지고 잔뿌리가 잘려나가고 어디론가 실려가 드디어 폭포 가에 심어졌어. 난 내가 대견스러웠어. 잘 참고 이겨냈으니까. 수고했다며 스스로 칭찬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어. 멋진 폭포와 우아하고 아름다운 나무들, 힘 있는 바위들이 보였고…, 내가 어디 있는지 알아버렸지. 억울하고 서운하고 원망스러웠어. ‘이렇게 구석지고 햇볕도 들지 않는 곳에 나를 심어버리다니! 내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닌 저 희한하게 생긴 나무가 있는 바로 저 자리라고!!’ 방금 전까지도 아름답기만 했던 나무는 추해 보이고, 힘 있어 보이던 바위들은 괴팍해 보였어. 천국이었던 폭포가 지옥으로 변한 거야.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너와 비슷한 아이가 찾아와서는 구석구석 살피더니 내 밑에 있는 돌을 쓰다듬어 주는 거야! “여기 있었구나? 잘 안 보여서 찾았어. 그래도 이렇게 멋진 폭포를 이루는 데 한몫하는 걸 보니 뿌듯한 걸! 나중에 또 올께.” 한참을 내 그늘에 가려진 바위를 내려다보던 나무가 기분 좋은 듯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도 폭포의 한 부분이라는 걸 그 아이 덕에 알게 됐고, 사람들이 폭포를 보러 오는 것 또한 나를 보러 오는 것이기도 하다는 걸 알았어. 예전에 안동초소 옆에 있을 때가 생각나더라. 그땐 더 후미지고 사람들도 자주 와 주지 않던 곳이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기뻐하는 모습에 더 기쁨을 주고자 노력했는데 이 멋진 곳에 있으면서 불평만 하고 있었지 뭐야. 내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 이 바위친구도 이곳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나도 그에 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단다. 너에겐 작고 사소한 것일지 모르지만 잘 보면 예전보다 키도 크고 풍성해진 가지와 잎이 보일 거야. 만약 저 위의 좋은 자리에 있었다 하더라도 노력하지 않은 채 더 좋은 자리만 바랐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야.” 나무는 작은 꼬마를 보며 미소 지었다. “꼬마야. 지금의 네 모습이 예전의 내 모습 같아 더 안쓰럽구나. 넌 항상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상제님의 덕화에 감사하던 아이였어. 네가 항상 상제님의 품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네 자리를 불평하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면 하는 게 옛 친구의 바람이야.” 말을 마친 나무는 다시 바람에 살랑 살랑 몸을 맡겼다. “고맙다. 나무야. 친구야.” 꼬마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었다. “다음에 또 올게.”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일각문 건너편 멋진 폭포의 구석진 곳엔 자기 자리에서 항상 노력하는 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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