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의 편지 > 독자코너

본문 바로가기

독자코너
HOME   >  열린마당   >   독자코너  

독자코너

삼촌의 편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성필 작성일2019.03.21 조회4,525회 댓글0건

본문

 

 

백암3방면 교정 박성필


  

  정미야, 지난번 통화하고 나서 마음이 많이 안정이 되었다는 말에 삼촌도 기뻤단다. 한 시간 넘게 통화하면서도 전화로 못 다한 얘기가 많아 아쉬웠다. 너에게 했던 좋은 말들을 다시 편지로 보내달라고 해서 한참을 고민하다 보낸다.
  주변에서 너를 안 좋게 대하는 친구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잖아. 측은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는데, 삼촌이 한 말을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는 아름다운 보석을 품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낮은 문화의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게 된다면 본인이든 타인이든 누구든 부족한 모습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말했었지. 사람은 누구나 성인군자가 될 수 있고 부처나 신선이 될 수 있는 존재이지만 부정적인 환경(상대를 이용하고 피해를 주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죄가 되는지 모르는 환경)속에서 살다보니 스스로를 망치고, 남에게도 고통을 주는 행동을 하고, 나쁜 마음을 품으면서 그것이 잘 못된 것인지 모르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것이란다. 정미 네가 그것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앞으로 스스로 고쳐가고 가꿔갈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지만, 그것을 모르는 친구들은 계속 남에게 피해를 주는 등의 문제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참 안타깝기만 하고 마음이 아파서 측은하다고 말 한거야.
  몇년 전부터 너에게 『명심보감』이나 『사자소학』이나 『논어』 등 옛 성인들의 좋은 글을 읽으라고 얘기했지만 솔직히 네가 그때는 삼촌의 말이 와 닿지 않아서 읽지 않은 걸 알아. 대학교에 가고 인간관계에서 불편함과 아픔을 겪으면서 예전에 했던 삼촌의 말들이 이제야 조금 이해를 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전화 통화에서도 얘기했듯이, 『명심보감』에 ‘암실기심(暗室欺心)하더라도 신목여전(神目如電)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했었지? ‘어두운 방에 있어도, 마음을 속이더라도, 신(하늘)의 눈은 번갯불과 같이 밝게 알아낸다.’는 말이야. 전화 통화할 때 한참 설명했지만, 종교도 없고 경험이 부족한 네가 이해하기 쉽진 않은 내용이야. 더 쉽게 말하자면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란다. 내가 남을 아프게 한다면 나도 언젠가는 아파야 하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야. 반대로 얘기하면 내 마음이 아프다면 나도 언젠가는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 마음 닦는 공부를 십여년간 해온 삼촌도 아직 덜 닦인 게 많아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거나 받기도 한단다. 하물며 마음을 닦은 적이 없는 네가 가슴에 상처받고 울고 그러는 건 결코 문제가 있는 건 아니야. 단지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기 힘들어서 그러는 거야. 어려운 한자 구절을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약간만 생각해 보면 쉽단다. 예전에 삼촌이 적은 시를 보고 느껴지는 바가 있었으면 하는구나.

 

 

받는 게 쉬울까 주는 게 쉬울까,
받는건 쉽지만 불만도 받게되고,
주는건 힘드나 희망도 주게되지,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가
받거니 주거니 주거니 받거니 하고,
인생은 서로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게지.
주기만 해도 짧은 인생
받기만 해도 짧은 인생

 

나는 차라리
주는 인생을 살련다.

 

 

76fb3d6f2d415f1e5350db89d0562192_1553129 

 

 

  지금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한명밖에 없다고 했지? 그런데,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행복할까? ‘덕불고 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란 말이 있어.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라는 뜻이야. 마음에  베풀고자 하는 덕이 있고 행동이 따르면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처럼 주변에 때가 되면 좋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있단다.
  너와 나의 인연도 그런 인연일지도 모르겠다. 잠시 일하면서 만난 인연이지만 수년간 이렇게 인생에 대해 대화를 하고 좋은 말을 주고받는다는 건 참 덕(德)스러운 인연이 아닐까? 그러니 지금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적다고 서운해 할 것 없어. 지금 사람들이 주로 공유하는 문화는 남을 이용하고 비판하고 짓밟는 게 너무 일상화 된 문화가 아니니? 그런 문화 속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낸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너에게 남아 있어주는 친구들은 많지 않을 거야. 그래서 진정한 이웃, 진정한 친구는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인 거야. 그게 덕(德)이 있는 사람일 거고. 정미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화상에서 얘기 했잖아. 삼촌은 분명 정미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친구들이 마음 아프게 하더라도 그 친구들을 싫어하거나 원망하진 않고 왜 그런지 이유만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야. 정미는 천성이 착한 사람인 거지.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아름다운 보석을 품고 있지만 때가 너무 많이 껴서 그것을 닦아야 한다고 했잖아. 태어나면서 묻어 있는 때는 닦기 어렵지만 살면서 묻은 때는 닦을 수가 있어. 그래서 옛 성인들께서 하신 말씀을 읽어보라고 하는 거란다. 전화상에서 했던 얘기를 다시한번 들려줄게.

 

 

非禮不動(비례부동)

非禮勿視(비례물시)
非禮勿聽(비례물청)
非禮勿言(비례물언)
非禮勿動(비례물동)

 

예가 아니면 행하지 않는다.(마음을 닦고 지키는 원리)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76fb3d6f2d415f1e5350db89d0562192_1553129 

 

 

  눈과 귀를 열고 바라보는 현실의 대부분이 감정을 흔들고, 마음을 어지럽히고,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이다 보니 자신을 밝고 깨끗하게 닦아 간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야.
  그렇지만 네가 대학생의 어린 나이임에도 이런 말을 어느 정도 알아들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보석을 찾기를 원한다면 예(禮)가 아닌 부정적인 문화와 거기에 젖어 나쁘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아파하고 실망하지 말자고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해. 그리고 되도록 좋지 않은 것은 보지 않고 좋은 글, 좋은 음악, 좋은 풍경 등을 많이 보면서 마음을 정화해 나가야 한단다. 너의 나이가 스무 살이 넘었다면 최소한 같은 기간인 스무 해 정도는 노력해야 완전히 정화 될 수 있을 정도로 힘들지도 몰라. 그만큼 마음을 깨끗이 닦는 건 어려운 일이란다. 그래도 다행인 건 너의 천성이 예쁘고 효심도 있어서, 스스로 마음이 어두워지고 성공하지 못하면 부모님께 불효한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거야. 사람마다 천성이 다르기 때문에 삼촌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건 아니거든.
  수많은 깨달음을 얻어 성인의 경지에 오른 분들 중에 율곡 이이의 글 몇 자를 적어 본다.

 

 

『격몽요결(擊蒙要訣)』 「입지장 (立志章-뜻을 세우는 부분)」 中에서.

 

 

1. 初學(초학)이 先須立志(선수립지)하되 必以聖人自期(필이성인자기)하여 不可有一毫自小退託之念(불가유일호자소퇴탁지념)이니라

  처음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뜻을 세우되, 반드시 성인(聖人)이 되겠다고 스스로 기약하여 털끝만큼이라도 자신을 작게 여겨서 핑계 대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2. 蓋衆人與聖人(개중인여성인)이 其本性則一也(기본성즉일야)라
  보통사람이나 성인이나 그 본성은 마찬가지이다.

 

3. 雖氣質(수기질)은 不能無淸濁粹駁之異(불능무청탁수박지이)나     
而苟能眞知實踐(이구능진지실천)하여
  비록 기질은 맑고 흐림과 순수하고 잡됨의 차이가 없을 수 없지만, 만약 참되게 알고 실천하여

 

4. 去其舊染而復其性初(거기구염이복기성초)면    
則不增毫末而萬善具足矣(칙부증호말이만선구족의)리니 衆人(중인)이
豈可不以聖人自期乎(기가불이성인자기호)아    
  옛날에 물든 나쁜 습관을 버리고 그 본성의 처음을 회복한다면 털끝만큼도 보태지 않고서 온갖 선이 넉넉히 갖추어질 것이니, 보통사람들이 어찌 성인을 스스로 기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5. 故(고)로 孟子道性善(맹자도성선)하시되 而必稱堯舜以實之曰  
人皆可以爲堯舜(이필칭요순이실지왈 인개가이위요순)이라하시니
豈欺我哉(기기아재)시리오.
  그 때문에 맹자께서는 모든 사람의 본성이 착하다고 주장하시되 반드시 요 임금과 순 임금을 일컬어 실증하시며 “사람은 모두 요 임금이나 순 임금처럼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으니, 어찌 나를 속이시겠는가? (요, 순임금-상고시대 성인으로 추앙받던 군주)

 

6. 當常自奮發曰 人性本善(당상자분발왈 인성본선)하여 無古今智愚之殊(무고금지우지수)어늘, 聖人(성인)은 何故獨爲聖人(하고독위성인)이며 我則何故獨爲衆人耶(아칙하고독위중인야)

  마땅히 항상 스스로 분발하여 “사람의 본성은 본래 선(善)하여 고금(古今-옛날과 지금)과 지우(智愚-지혜롭거나 어리석음)의 차이가 없거늘, 성인은 무슨 연고로 홀로 성인이 되시며, 나는 무슨 연고로 홀로 중인(衆人-평범한 사람)이 되었는가."

 

7. 良由志不立(양유지불립), 知不明(지불명), 行不篤耳(행불독이)라 志之立(지지립), 知之明,  行之篤(지지명, 행지독)이 皆在我耳(개재아이)니 豈可他求哉(기가타구재)리오.
  이는 진실로 뜻을 확립하지 못하고 아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고 행실을 두터이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말미암은 것일 뿐이다. 뜻을 확립하고 아는 것을 분명히 하고 행실을 두터이 하는 것은 모두 나에게 달려 있으니, 어찌 다른 데서 구하겠는가?

 

8. 顔淵曰 舜何人也(안연왈 순하인야)며 予何人也(여하인야)오
有爲者 亦若是(유위자 역약시)라하시니 我亦當以顔之希舜爲法(아역당이안지희순위법)이니라
  안연(顔淵)은 “순(舜) 임금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훌륭한 행동을 하는 자는 또한 순임금과 같을 뿐”이라고 말씀하셨으니, 나 또한 마땅히 안연이 순임금이 되기를 바란 마음가짐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76fb3d6f2d415f1e5350db89d0562192_1553129 

 

 

  정미야 너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주변상황과 사람에게 휘둘리지 말고 먼저 잘 해 줄 수 있는 것만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다. 너 자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존재하고 세상도 존재하는 거야. 짧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는 너 스스로 정하는 것이란다. 삼촌이 해주고 싶은 말,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해줄 수 있는 말은 열심히 배워서 현재의 너의 모습에 머물러 있지 않았으면 한다. 성인군자가 되고 부처가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모든 것이 나 자신에게 달려 있으니 나만 변하고 나만 밝아진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면 분명 언젠가 너는 세상에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거야. 아니 이름을 남기지 않더라도 하늘은 너의 행동과 너의 마음을 가상히 여겨 복(福)을 줄 거라고 믿는다.
  이렇게 몇 시간에 걸쳐 편지를 쓰는 것은 삼촌이 너 만한 나이에 세상을 구하고 자신을 닦아 성인의 경지가 되고자 마음을 먹었지만, 이 나이가 되어보니 너무 주변상황과 내 마음속의 헛된 잡념에 핑계를 대며 수없는 시간을 낭비하며 살아온 게 아쉽기 때문이란다. 너를 위해 글을 쓰며 십몇 년 전, 너처럼 젊었을 때를 생각하며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란 말을 믿고 나도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정진하려 한단다.
  내가 바뀌고 정미가 바뀌면 우주가 바뀔 수도 있어. 욕심과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주변 친구들과 많은 사람들을 측은히 생각하고 우리부터 마음속에 있는 보석을 꺼내 보자. 마음의 때를 닦고, 좋은 글을 보고, 좋은 생각을 하고, 바르게 행동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모습이 달라져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거야.
  항상 자기 전에 좋은 생각하고 마음으로 잘못한 점 반성하고 너만의 인생의 뜻을 꼭 세우길 바란다. 뜻을 세우면 행동할 수 있고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 잡을 수 있단다. 내가 한말은 한마디도 허투로 한말이 아니니 많이 새겨보길 바라고, 좋은 글 많이 보고 꼭 실천하기 바랄게. 또 통화하고 또 편지 하자꾸나. 부족한 글이나마 끝까지 읽어 주어서 고마워. 잘 지내고 다음을 기약하자.

 

- 삼촌이 집에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12616)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전화 : 031-887-9301 (교무부)     팩스 : 031-887-9345
Copyright ⓒ 2016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