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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를 통해 본 나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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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주동 작성일2020.06.28 조회5,1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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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9 방면 교정 이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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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알기 쉽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관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이름을 남기고’라는 단어를 생각해볼 때에도 무엇을, 어떻게 남기는지에 대해 언뜻 대답하려면 막연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그 내용의 범위도 넓고 깊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름’에 내재한 가치와 속성을 밝히는 것은 내 존재의 의미를 함축하는 일이 될 수 있으므로 자못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가계도를 기록하여 족보처럼 책으로 만들어 물려주는 행위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열정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선조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혈통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신분제도가 없어졌다 하지만 장황한 족보를 내세우며 우수한 혈통을 과시하는 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가문의 정통성을 앞세워 개인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려는 심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족보에 대한 의식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그 의미가 퇴색되었는데, 그 중심에는 반상의 신분제도, 권력의 세습화, 기회의 불균등, 인권의 차별성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즉 초기에는 족보에 대한 정의와 개념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그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본질은 퇴색하고 껍데기만 남게 된 것입니다. 현재에는 그 존재가치의 의미마저 실종된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족보가 생성된 내력에 대해 근원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뜻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인의 뿌리 깊은 민족 정서를 이해하고, 그 속에 포함된 나의 존재의 생태적 원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서로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도 홀로 생겨나서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동양의 주류사상인 음양오행이 합리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음과 양이 서로 교차하고 오행의 흐름이 상생으로 변화하면서 만물을 생성하고 유지한다는 개념입니다. 우리 눈에는 안 보이지만 우주 만물은 이처럼 소홀함과 예외 없이 완벽한 순환질서 아래 오랜 세월을 형성해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그 속에 사는 인간들도 우연히 홀로 태어나고 존속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다단한 유기적 관계로 연결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의 우리 선조들은 자식을 타내려고 천지신명, 삼신할머니, 칠성님 등에 정성을 들여왔습니다. 정성을 지극하게 들이는 것은 신명들이 그 정성에 감응이 되어 원하는 자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자식을 얻지 못했을 경우나 대(代)를 잊지 못할 때는 정성이 부족하거나 적선적덕(積善積德)이 부족하여 감응을 얻지 못했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행위에 따른 결과로 인과응보의 논리가 우리 삶 속에서 있으며, 물질적인 현상보다 초월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정신적인 면에 비중을 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관습은 기복 신앙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이것은 인류의 기원과 더불어 존속하는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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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추리해보면, 나의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로 이어지는 조상님들이 자손의 번창을 위해 쏟으신 내리사랑으로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현재의 모습은 내가 잘나서가 아닌, 얼굴도 모르는 선조들이 오랜 세월 동안 대대로 공을 들여온 결정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선조들은 저승에 가서도 자손을 타내게 하고 흉화(凶禍)로부터 지켜준다고 믿었으니, 3년 시묘살이를 하며 위로는 4대 봉사를 하고 그 위로는 시제를 모시며, 땅에도 혈(穴)이 있다 하여 명당을 찾아 모시는 일은 자식 된 도리로서 효의 연장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가문의 명예나 혈통, 족보를 소중히 하는 일은 당연한 일로 이러한 미풍양속은 한민족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라 하겠습니다. 한국의 끈끈한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는 대가족, 마을공동체, 더 나아가 민족을 형성하는 원천이 되었으며, 우주적 차원으로 확대되어 조상님들과의 결속으로 이어져 하나의 거대한 운명공동체를 형성해 왔던 것입니다. 

  족보는 조상님들의 혼, 정성과 진실이 오랜 세월을 거쳐 혼합된 흔적 혹은 계보라 할 수 있습니다. 족보를 통해 조상님을 기억하고 공경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연장선인 ‘이름’은 나를 대표하는 상징적 표어이면서 혈연의 운명공동체에 귀속된 한 객체적 표어이며 나의 존재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일으키는 당위성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수도하면 운수는 조상들도 함께 받는다고 합니다. 이는 대대로 내려오는 한민족의 전통인 혈연공동체의 연계성을 궁구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그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선각들까지 더해서 생각해본다면, 현재 수도하는 나의 모든 모습은 이 모든 분의 땀과 정성이 이루어낸 일 것입니다. 출생의 내력이 담긴 족보와 나의 정체성의 뿌리를 생각해보니, 선각들의 각고의 정성으로 이어온 연운 아래 수도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큰 복인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항시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을 놓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고, 응당 스스로 해야 할 명분을 찾아 도리를 다해 은혜에 보답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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