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감사로 변화된 나의 수도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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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연 작성일2020.10.12 조회4,684회 댓글0건본문
잠실6 방면 선사 채수연
동료 선사의 우연한 권유로 매일 매일 100가지 감사함을 쓰는 나의 ‘100 감사 일기’는 시작되었다. 전부터 100 감사의 효용을 지식적으로 많이 접한 덕에 이를 실생활에서 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어쩌면 매일 매일의 똑같은 타성에 젖어 있던 나 스스로가 나를 잡아 이끈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늦은 오후의 시간 대부분을 100가지의 감사로 되뇌고 되뇌며 한땀 한땀 채우게 되었는데 긍정적인 밝은 생각에 마음을 모으니 내 안의 환한 행복 세포가 나날이 살찌는 듯했다.
그 밝은 긍정성에 매료되어 짧지 않았던 100일이란 기간을 무사히 채워 나갈 수 있었던 듯하다. 100가지 감사함을 열심히 적으며 지금껏 늘 내 곁에 있던 존재들이 하나, 둘,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며 연일 자신의 눈부신 가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긍정의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면 그 이면의 놀라운 가능성이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보는 관점을 변화시킨다는 건 참 많은 것을 되돌리는 힘을 갖고 있었다. 또한, 한번 가라앉기 시작하면 끌어올리기 어려웠던 마음을 다잡아 마법의 주문을 외우듯 “감사합니다”를 되뇌면, 단비를 맞은 듯 가슴이 시원해지며 새롭고 밝은 관점으로 현 상황을 다시 되돌려 보게 되는 것이었다.
영어 단어에서도 감사의 뜻이 있는 ‘thank’를 살펴보면 ‘감사함을 전한다’라는 뜻을 지닌 고대 영어 ‘pancian’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데, ‘pancian’의 뿌리가 되는 단어 ‘panc’는 ‘생각하다’라는 뜻을 지닌 ‘think’의 어원이 된다고 한다. 이는 감사의 본질이 생각에 생각을 다해 생각하는 ‘사려 깊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하루에도 우리는 수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하루에 보통 5만 가지, 많으면 6만 가지에서 8만 가지 정도의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대부분의 생각은 어제도 그제도 했던 생각의 찌꺼기를 나도 모르게 또다시 곱씹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자주 집중하며 나도 모르게 주파수를 맞추어대는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들은 늘 비슷한 패턴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일기를 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가졌던 고질적인 부정성이 선명하게 떠오름을 지켜보게 되었다. 자연스러운 명현반응처럼 매일같이 반복되는 100가지의 긍정은 내 안의 먼지와도 같던 어두운 부분도 함께 들추어내는 역할을 한 것이었다. 일기를 쓰기 전에는 살피기 어려웠던 어둡고 깊은 부정성이 나에게 뒤엉켜 있음을 인식하며, 내 마음이 늘 좇던 틀을 가만히 주시할 수 있었다. 생각은 삶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자 에너지가 되는데 마음은 늘 보던 것, 듣던 것, 생각하던 것의 자취를 좇게 된다. 그러므로 삶을 변화시킨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우선되는 것이다. 그렇게 찬찬히 기록하고 다시 되짚어 나가는 일기 쓰기 작업은 어두운 생각의 뿌리를 솎아내며, 밝은 생각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드는 ‘성찰’의 힘을 선사해 주었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현재의 매 순간은 선물과도 같이 우리를 찾아온다. 내게 주어진 상황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현실은 눈부신 기적이 되어 내게 다가오기도 하고 어제와 같은 어눌한 시간으로 우리 곁에 머물기도 한다.
감사 일기를 쓴지 80여 일이 되어가던 날 아버지께서 응급실에 가셨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황급히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내 마음은 왠지 불안한 감정에 이리저리 뒤숭숭해 있었는데 도착해서 바라본 황망한 아버지의 모습과 남동생의 한껏 예민해진 얼굴, 참담한 응급실의 여러 상황은 요란하게 내 마음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피투성이가 된 수많은 환자와 정신없이 내 곁을 오가는 병원 관계자들의 여유 없는 표정들, 나와 같이 불안해하는 수많은 보호자의 눈초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마주 대하는 낯선 풍경이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가고 시간이 흘러가자 이내 나의 마음 한쪽에서는 습관처럼 ‘감사합니다’가 조용히 되뇌어지며 긴박한 순간들을 조용히 추스르기 시작하였다. 힘든 순간이었음에도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한결 편안해지며 밝아지기 시작했으며 안심이 되어갔다. 100 감사의 효능을 새삼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 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버지의 몸 상태도 많이 호전되기 시작했는데 마치 100 감사 일기의 마침표를 힘겹게 찍는 듯했다. 나에게 일어난 이 사건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고 지혜로운 선택은 수많은 훈련 속에서 부단하게 반복하고 노력하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깊이 자각했다. 감사 일기는 쉴 새 없는 생각의 바다에서 더할 수 없는 밝음을 계속 건져 올려 앞으로 다가올 미래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지를 내 가슴에 심고 또 심게 해주었다. 덕분에 그 낯설고 받아내기 힘든 위기의 순간들조차 순탄하게 내 곁을 흘러 돌아나가게 된 것이다.
이 드넓은 우주가 돌아가는 데 감사가 갖는 에너지가 가장 크게 공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숱한 위인들과 유명인사들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고 꼭 나오는 가르침에는 늘 감사가 함께했다. 감사의 밝은 메시지는 이 병든 세상 속에 무심히 유영하는 우리에게 밝은 희망과 기적을 발견케 하는 등대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어그러지고 닫힌 마음을 다시 열어 감사를 생각하게 되면 내 곁의 모든 존재는 축복이 되고 환한 복락이 되는 것이다. 지난 100일의 시간 속에서 이전보다 나는 좀 더 너그러움의 여유와 윤택한 풍요로움을 나의 그릇에 담았음을 분명 자각할 수 있었다. 온 세상을 녹여 버릴 듯 숨 막히게 무더웠던 한여름의 더위도 서늘한 대기의 숨결로 우리 곁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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