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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을 기회로 바꾼 스타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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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청섭 작성일2018.01.20 조회5,4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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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을 기회로 바꾼 스타빌레

 

선산1 방면 교감 이청섭

 

 

오래 전 TV에서 우연히 접한 프로 중, 세월이 흘러도 내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에 지칠수록 더더욱 생각이 나 내게 말없는 힘이 되어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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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인 기예르모 스타빌레(Guillermo Stabile, 1905~1966)에 대해 극화한 내용이었다.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이름인 그는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축구선수이면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21년간(1939~1960) 지휘하여 코파 아메리카(Copa America)01에서 팀을 6번이나 정상에 올려놓은 명장이기도 하다. 그는 1930년 제1회 월드컵 대회에 출전하여 4경기에 8골을 터뜨려 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득점왕으로 유명해졌다. 2006년 FIFA에서 월드컵 사상 첫 헤트트릭의 주인공으로 미국 선수인 버트 페이트노드로 정정 보도하기 전까진 ‘최초의 득점왕’ 외에 ‘최초의 헤트트릭02’이라는 수식어가 같이 따라붙은 스타였다. 1966년에 생을 마감하였으니 생전에는 이 두 가지 유명세를 다 누린 셈이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축구에 두각을 나타내며 등장한 건 아니었다. 그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진다.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 같은 그런 얼굴이다.

 

TV에 방영된 내용을 보면, 축구를 너무 하고 싶었던 그는 가난한 집안 형편상 정식 축구부원이 되진 못하고 대신 볼보이를 하면서 축구부의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 선수들의 유니폼 빨기, 축구장 잔디깎기, 용품 정리, 청소 등등…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남은 시간을 이용하여 축구를 연습하고 싶었지만, 이같은 잡일들을 하느라 제대로 뛸 시간도 없을 뿐더러 동료 선수들을 포함하여 감독도 그를 무시하고 박대하는 입장이라 그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그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왔다. 우루과이에서 개최된 초대 월드컵 대회에서 강호 멕시코 팀과 결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당시 아르헨티나의 주전 스트라이커였던 마누엘 페레이라가 출전을 포기하고 조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유는 학기말 시험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으로선 정말 황당한 이유로 보이지만, 당시 시대 상황을 보면 아주 이해 못할 건 아닌 것 같다. 초대 월드컵 대회는 지금처럼 유명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이 대회가 축구의 종주국인 유럽의 잉글랜드를 제치고 남미에서 개최하기로 결정이 나자 많은 국가들이 불참을 선언했다. 당시 남미는 아직도 많은 유럽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유럽인들의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본다면 시험 때문에 귀국할 정도로 그 당시에는 이 대회가 대단하게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든, 멕시코와의 경기를 앞두고 마음이 급해진 감독은 주전 공격수의 공백을 스타빌레로 대신하기로 한다. 그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것이 아니라 패배해도 핑계거리가 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스타빌레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보란 듯이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인다. 엄청난 스피드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헤트트릭을 터뜨리면서 활약하여 6대 3으로 팀이 멕시코를 이길 수 있도록 몫을 톡톡히 한 것이다. 이후 남은 경기에서도 총 8골을 넣음으로써 월드컵 사상 첫 득점왕에 오르게 된다. 비록 이 대회에서 아르헨티나는 개최국인 우루과이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이후 그는 떠오르는 축구스타로 주목 받았다. 축구선수로는 키가 작은 편(168㎝)인 그는, 100m를 11초로 달리는 빠른 발로 허리를 한껏 숙여 낮은 자세로 상대 수비진을 파고들며 그라운드를 누빔으로써, 신체적 제약을 극복하며 마음껏 선수생활을 누리게 된다.

 

 

방송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건 힘들 때마다 그가 주문처럼 뇌까린 그의 어머니의 말이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행운이 찾아온다는… 언제 나아질지 기약 없는 현실에 좌절하고 마음 약해질 때마다 이 말을 되뇌며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팀 내의 잡다한 일을 대충이 아니라 열심히 하면서 필요한 기초체력은 물론 여러 과학적인 지식들을 체득해 나갔다.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스타가 아니라, 이같은 현실을 발판으로 삼아 남모르게 실력을 갖춰 나갔던 것이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고 믿는다. 위기조차 ‘위태로운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하는 식으로 시간 보내지 말고 주어진 일에 충실히 하면서 준비해 나간다면, 스타빌레처럼 기회가 올 때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으리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본다.

      

      

 

 

 

 

01 1916년 창설된 남아메리카 국가 사이에 벌이는 축구대회.

 

남미의 월드컵으로 남아메리카에서 규모가 가장 큰 대회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경기이기도 하다. 대회 명칭은 1975년부터 사용되었다.(출처-두산백과사전)

 

02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3골(이상)을 득점하는 것을 말한다.

 

 

<대순회보 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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