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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지윤 작성일2018.04.23 조회3,9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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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방면 선무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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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정의 기간을 여든으로 본다면 지금 난 인생의 2/5라는 시점에 서 있으며 큰 굴곡 없이 그저 평범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 대부분의 삶의 모습이 그러하듯 나 또한 내가 처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조금 더 편안함을 추구하고 조금 더 풍족하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그렇게 나 혼자만의 만족을 향해 달려가기에 바빠서 난 주변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하였기에 나보다 더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내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난 뒤에 도움을 주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그들을 현재의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외면했으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는 것이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정상적인 모습이라 여기며 살아왔었다.

 

물론, 아주 가끔은 길을 걸어갈 때나 지하철을 탔을 때 어려운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면 의무적인 도움을 줬으며, ‘사랑의 리퀘스트’ 참여를 통해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적극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 도움을 주는 실천은 생각도 노력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2007년 여름, 우연한 기회에 포천시 신북면에 위치한 ‘노아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매스컴을 통해 여러 장애인시설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현장에서 원생들과 접촉하며 그들을 살피고 봉사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사실 나는 사회복지시설에 직접 찾아가 봉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시간과 정성과 무엇보다 참고 인내하는 마음이 요구되는 일이였기에 일상생활이 바쁜 나로서는 먼발치에서 단지 동정하는 마음만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찾게 된 ‘노아의 집’ 1일 자원봉사. 처음에는 원생들에게 선뜻 다가서기조차 꺼려하는 내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게 되고 그 당황스러움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용변을 못 가려서 옷에 실례를 하는 지체 정박아들을 자연스럽게 목욕시키고, 빨래도 하고 식사도 챙기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호기심에서 참여한 장애아들 도우미 역할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였기에 육체적ㆍ정신적으로 힘에 부치는 일이었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하였지만 몇 시간도 견뎌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짜증이 나고 힘겨워 얼른 하루가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내 자신을 되돌아보곤 했다. 그러면서 남을 잘되게 하기 위한 마음 하나만으로 이곳에서 헌신, 봉사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남들처럼 사랑이 그저 공허한 말로 끝나지 않고 행함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내 마음 한 귀퉁이에서 일어나는 뿌듯함과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단 하루의 자원봉사는 그들을 통하여 내 자신을 비춰봄으로써 내 스스로 삶의 존재 의미를 묻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또한 그것은 내 삶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

 

『전경』 구절 중 「故天地生人用人 以人生 不參於天地用人之時何可曰人生乎」(교법 3장 47절)라는 말이 있다. “天地가 사람을 내서 사람을 쓰는 것이다. 이러할 진데 사람이 태어나서 천지가 사람을 쓰고자 할 때 사람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찌 이를 인생이라 할 수 있으리오.” 난 이제 나에게 주어진 삶의 방향에 대한 각오와 다짐은 사회의 어둡고 그늘진 곳을 찾아가 그들의 아픔과 애환을 나누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그들과 함께 나누면서 살아가고자 한다.

 

이후, 나는 사회복지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독학을 통해 사회복지는 단순히 사랑과 봉사와 희생만을 가지고는 진정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회복지는 인간을 다루는 일이며,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녔기에 가치나 철학이 있어야 하고 그 철학을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 전문성이 없이는 봉사활동에 그칠 뿐임을 알았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남을 잘 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의 자세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거창한 것만을 주장하는 공허한 말은 싫다. 가끔은 내가 가진 옷을 벗어주고도 허허 웃으면서 길을 떠날 수 있는 노스님처럼, 그렇게까지는 살수 없어도 마음의 빛만은 잃지 않은 그런 자세로 살고 싶다.

 

난 오늘도 다짐한다. 나의 일에 가치를 두며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마음자세를 간직하기를, 어려운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도울 수 있기를, 거창한 이야기나 포부는 말할 수 없지만 어려움에 지쳐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손이 되기를, 지팡이가 필요한 이에게는 지팡이를, 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밥을, 친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친구가 되어주고 친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러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

    

 

<대순회보 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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