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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이야기불정대(佛頂臺)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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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4.16 조회6,4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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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태수를 놀라게 한 서경덕의 해돋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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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재 정선(鄭敾),『 신묘년풍악산첩』중 불정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과거 금강산을 찾았던 시인ㆍ묵객(墨客)들은 은선대보다 좀 더 위쪽에 자리했던 불정대(佛頂臺)에 올라 금강산 4대 폭포의 하나인 십이폭포(十二瀑布)를 바라보고 동해의 일출을 감상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현재는 그 위치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옛날에는 금강산을 찾았던 많은 사람들이 내금강을 둘러보고 내ㆍ외금강의 경계인 내무재령을 넘어와 가장 먼저 찾던 곳이어서 옛 선비들의 기행문과 그림을 통해 그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을 뿐이다.

  기행문에 의하면 불정대 밑에는 불정암이란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이 암자에서 불정대를 우러러보면 막막하여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서쪽을 경유해서 북쪽으로 돌아 조금 내려오면 불정대와 맞닿아 있는 절벽에 이를 수 있다. 불정대는 암석이 우뚝 솟아 허공에 매달려 있는 듯한 곳인데 낭떠러지 앞에서 그 사이는 겨우 몇 보에 불과하지만 몇 천 길이 될지 모르는 깎아지른 낭떠러지를 겨우 사람 한두 발을 디딜 만한 외나무다리를 타고 건너야 불정대에 닿을 수 있다고 한다.

  불정대의 암석은 손바닥 형상인데, 그 위에는 수십 명의 사람이 앉을 만한 넓고 편안한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서쪽을 보면 십이폭포가 바라다 보이고 동쪽으로 굽어보면 동해바다가 발밑에 깔린다고 한다. 그리고 불정대 한 가운데 구멍이 하나 있는데, 지름은 두세 자 정도에 불과하지만 밑으로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고 한다. 일설에는 이 구멍이 아래쪽의 용연(龍淵)과 연결되어 있다고 전한다. 불정대에 앉아 아래를 바라보면 망망하여 마치 하늘에 올라 지상을 바라보는 듯한데, 조선 전기의 4대 서예가 중의 한 사람이었던 양사언(楊士彦, 1517~1584)이 지은 시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불정대> 

                                           - 양사언 -

  

땅 가득

비 뿌리는 선계(仙界)

하늘 구름

천제(天帝)의 의상(衣裳)

유연하게 인간 세상 내려다보니

청산(靑山)은

바닷가에 그대로 잇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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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사언뿐만 아니라 16세기의 유명한 성리학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1489~1546)도 젊었을 때 금강산 유람을 떠난 적이 있었다. 다음은 그가 금강산을 유람하던 중 불정대를 둘러보고 난 후 있었던 이야기이다.

  서경덕은 내금강 유람을 끝내고 내무재령을 넘어 유명한 불정대를 찾았다. 그곳에서 그는 십이폭포의 경관과 동해의 일출을 바라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가난한 선비였기 때문에 금강산 유람을 오래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조금만 더 가보자는 식으로 하루 이틀씩 지체하다가 바닷가로 나가서 귀로(歸路)에 올랐는데 그때는 벌써 노자가 다 떨어지고 없었다. 생각하던 끝에 그는 고성태수에게 통사정을 하기로 마음먹고 관청을 찾아갔다.

  태수는 원래 무관출신이어서 속으로 문관이나 선비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더욱이 벼슬도 없는 젊은 선비가 구걸하러 왔으니 서경덕이 그의 안중에 들 리가 없었다. 그래서 태수는 자리에 누운 채로 그를 맞으면서 “금강산을 돌아보니 무슨 장관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던가?”라고 물었다.

“불정대에 올라 해돋이를 본 것이 가장 귀중한 경치였소이다.” 

“어째서 그러한가?”  

“아주 이른 새벽에 급한 걸음으로 불정대 꼭대기에 올라가서 만 리나 되는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니 구름과 안개는 자욱하게 차 있고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것이 마치 세계가 처음 생겨났을 때 하늘땅의 구분이 없는 ‘혼돈’상태와 같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새벽노을이 점점 밝아오며 온 세상을 가렸던 장막을 걷어 올리듯 하였는데 맑고 가벼운 것은 하늘이 되고 흐리고 무거운 것은 땅이 되어 천지가 제자리를 잡은 것 같고 만 가지 물건들을 분간할 수 있게 되었소이다.  

  조금 후에는 오색영롱한 구름이 바다를 내리누르듯 하더니 붉은 기운이 하늘로 화살처럼 퍼져나가고 층층으로 밀려오는 파도는 붉은 빛깔로 반짝거렸습니다. 그러더니 둥그런 불덩어리가 받들리듯 솟아올라 비로소 바다 빛이 밝아지고 구름이 흩어졌소이다. 상서로운 햇빛이 넘쳐나니 눈이 부시어 바로 볼 수가 없는데 해가 뒹굴면서 점차 높아지니 온 우주가 광명에 차고 먼 봉우리들과 가까운 멧부리01들이 수놓은 실오리처럼 뚜렷이 안겨왔소이다. 참으로 붓으로 다 그려낼 수 없고 말로 형용할 수 없으니 이야말로 제일가는 장관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듣고 있던 태수가 벌떡 일어나 앉더니 “그대의 말이 매우 시원하도다. 사람들로 하여금 제 혼자 일어서서 살아갈 생각을 가지게 하는도다.”라며 탄복하였다.  

  금강산의 많고 많은 절경 가운데서도 비로봉이나 세존봉, 불정대, 미륵봉에 올라 바라보는 동해의 해돋이는 그야말로 일대 장관이다. 고성태수는 자신은 형용해낼 수도 없고 또 그처럼 깊이 느끼지도 못한 것을 뉘우치면서 서경덕의 높은 학식과 재능, 인격에 탄복해마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는 아무 벼슬도 없는 가난뱅이 서생에 불과했던 서경덕을 격에 없이 후하게 대접하고 식량과 노자도 넉넉히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대순회보> 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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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산등성이나 산봉우리의 가장 높은 꼭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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