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이야기어느 효자(孝子)와 효양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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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2.24 조회6,587회 댓글0건본문
온정리에서 발연소계곡을 지나 남강을 따라 난 자동차길을 얼마간 가면 송림계곡의 입구인 백천교 다리에 이르게 된다. 송림계곡은 금강산 중심봉우리의 하나인 일출봉과 장군봉에서 뻗은 산줄기 사이에 형성된 계곡이다. 이곳에는 금강산 4대 폭포의 하나인 십이폭포와 송림사터가 있고, 백천담을 지나 남강으로 흘러드는 백천천골짜기의 경치들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백천교에서 500m쯤 백천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백천담이라고 하는 큰 소(沼)를 만날 수 있다. 길이 62m, 너비 32m, 깊이 4.5m인 백천담은 청송담과 함께 이 계곡 안에서 가장 큰 소 중의 하나이다. 그 주변에는 폭포와 연못, 잔솔나무숲 등이 있어 그 풍경이 자못 볼만한데, 밑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소의 맑은 물속에서 뛰어노는 산천어는 보는 이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백천담을 보고 길에 올라서면 위쪽으로 송림사터로 향하는 길과 개울 오른쪽으로 발연동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나온다. 일명 ‘효양고개’로 알려진 이 고개에는 진표율사와 관계된 전설 외에도, 가난하게 살았던 어느 총각이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자 했던 또 하나의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옛날 송림사 아랫마을에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총각이 있었다. 그들은 몹시 가난하여 하루에 한 끼 죽도 먹기 어려운 처지였다. 그러나 총각은 자신이 굶더라도 늙은 어머니가 배를 곯지 않도록 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래서 그는 마른일 궂은일을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지 맡아서 부지런히 하였고 어쩌다 좋은 음식이 생기면 그것을 어머니께 가져다 드리곤 했다.
그러나 조그마한 시골에서 삯일이 있으면 얼마나 있었겠는가! 그 모자는 굶기를 부자가 밥 먹듯이 하며 지냈는데, 어느 날 고개 너머 발연사에서 심부름꾼을 구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 소식을 듣고 총각이 곧바로 발연사로 찾아갔더니, 발연사에서는 품삯은 따로 없고 밥만 먹여준다는 조건을 제시하였다. 그는 한 사람 몫의 세 끼 밥이면 두 사람이 죽을 끓여 먹을 수 있을 터이니 지금까지 겪어온 생활보다는 그래도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총각은 절간 심부름꾼이 되었는데 절간 일도 고된 것이었다. 아침부터 밤중까지 물을 긷고 마당과 길을 쓸었으며, 쌀 찧고 나무 해오고 풀을 뽑는 등 온갖 잡역들을 쉴 새 없이 해야만 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해도 차려지는 밥상은 고작 밥 한 공기에 김치 몇 조각이나 콩나물대가리 한 줌이 전부였다. 고된 노역의 대가로는 너무나 보잘것없는 음식이어서, 총각이 그것을 혼자 다 먹는다고 해도 주린 배를 채울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러나 효성이 지극했던 그는 집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음식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밥을 타면 한달음에 고개 너머 송림계곡의 마을까지 이십 리 길을 달려갔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몇 년을 두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세 번씩 그 고개를 오르내렸다. 그의 정성이 하도 지극해서 동네 사람들은 그 고개의 이름을 ‘효양(孝養)고개’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대순회보>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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