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문우(禹)임금의 사양지심(辭讓之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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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0.04 조회7,259회 댓글0건본문
글 교무부
순임금이 말씀하셨다.
“내게로 오시오, 그대 우여. 내가 임금 자리에 있은 지가 33년이나 된데다 나이도 90을 넘어 100살이나 되어가니, 일하기에도 게을러지는구려. 그대는 게을리 말고 나의 백성을 다스려 주시오.”
우가 말하였다.
“제 덕이 모자라 백성이 의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고요(皐陶)는 힘써 덕을 베풀었기에 그 덕이 아래에까지 미쳐 백성이 감복하여 따르고 있습니다. 임금님께서는 잘 생각하십시오.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도 그 공적 때문이고, 그 사람을 버리더라도 그 공적은 남아 있습니다.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그 사람의 말을 하는 것도 그 공적 때문이고,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우러나오는 것도 그 공적 때문입니다. 임금님께서는 그의 공적을 잘 생각해 보십시오.”
순임금이 말씀하셨다.
“고요여, 신하들 가운데 나의 정령(政令)을 범하는 자가 없는 까닭은 그대가 사(士)가 되어 오형(五刑)을 밝히고 오교(五敎)를 도와, 나의 다스림이 잘되도록 기약하였기 때문이오. 형벌을 쓰되 형벌을 쓸 일이 없어지도록 하여, 백성이 중정(中正)에 맞도록 한 것은 그대의 공이오. 더욱 힘써주시오.”
고요가 말하였다.
“임금님의 덕에 허물이 없으시어 신하들에게는 수수하게 대하시고 백성은 너그럽게 다스리셨습니다. 벌은 아들에게 미치지 않게 하시고, 상은 후대에까지 미치게 하셨습니다. 모르고 저지른 죄는 아무리 커도 용서하시고, 일부러 저지른 죄는 아무리 작아도 벌주셨습니다. 죄가 의심스러울 때는 가볍게 벌주시고, 공(功)이 의심스러울 때는 후하게 상주셨습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느니, 차라리 법을 쓰지 않으셨습니다. 임금님의 호생지덕(好生之德)이 백성의 마음에 흡족히 젖어 있어, 관리들을 거스르지 않게 된 것입니다.”
순임금이 말씀하셨다.
“내가 다스리고 싶은 대로 다스려서 사방이 바람에 쏠리듯 따르게 된 것은 오직 그대가 훌륭했기 때문이오.”
순임금이 말씀하셨다.
“내게로 오시오, 우여. 홍수가 일어나 내가 심려하였지만, 믿음을 이루고 공을 이룬 것은 오직 그대가 어질기 때문이었소. 나랏일에 부지런하고 집안일에 검소하여, 스스로 만족하고 잘난 척하지 않은 것도 오직 그대가 어질기 때문이었소. 그대가 자랑하지 않지만 천하에 그대와 더불어 재능을 다툴 자가 없으며, 천하에 그대와 더불어 공을 다툴 자도 없소. 내가 그대의 덕을 크게 여기고, 그대의 큰 공을 아름답게 여기고 있소. 하늘의 돌아가는 운수가 그대 몸에 있으니, 그대는 마침내 임금의 자리에 오를 것이오.
인심(人心)은 위태롭고 도심(道心)은 은미하니, 오직 정일(精一)해야만 진실로 그 중정(中正)을 잡을 것이오.01 근거 없는 말은 듣지 말고,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은 꾀는 쓰지 마시오. 사랑할 만한 사람이 임금이 아니겠으며, 두려워할 만한 사람이 백성이 아니겠소. 임금이 아니라면 백성은 누구를 떠받들겠소? 백성이 아니라면 임금도 나라를 지키지 못하오. 공경하며 그대의 자리를 삼가서, 그들이 바라는 일을 공경히 닦으시오. 천하가 곤궁해지면 하늘의 녹도 영영 끝날 것이오. 입이 좋은 말도 내지만 싸움도 일으키니, 나는 다시 말하지 않겠소.”
우가 말하였다.
“공신들을 하나하나 점쳐서, 길한 사람을 따르십시오.”
순임금이 말씀하셨다.
“우여, 관청에서 치는 점은 먼저 뜻을 결단한 뒤에 큰 거북에게 명하는 법이오. 그런데 나의 뜻이 먼저 정해졌고, 여러 신하의 생각이 모두 같으며, 귀신도 따르고 거북점과 시초점(蓍草占)02도 다 같이 따랐소. 점을 칠 때에 길한 것은 거듭 치지 않는 법이오.”
우가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굳이 사양하자, 순임금이 말씀하셨다.
“그만 사양하시오. 오직 그대만이 임금 자리에 적합하오.”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요임금 사당에 명을 받고 백관을 거느렸는데, 순임금이 처음 임금 자리에 나아갈 때와 같이하였다.
이 이야기는 『서경』 「우서」 ‘대우모’ 2, 3장에 나오는 순임금과 우(禹), 지금의 법무장관격인 고요(皐陶)가 정사를 논하는 장면입니다. 임금과 신하, 다음번 왕위 계승자가 나누는 아름다운 겸양과 사양의 미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천하의 임금 자리를 덕이 있는 다른 사람에게 사양하는 모습이 있고, 임금은 백성이 편안하고 법령이 잘 집행되어 정사가 평온한 덕을 신하에게 돌리고, 신하는 백성을 위하는 임금의 호생지덕(好生之德)이 백성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여 나라가 평온한 것이라며 임금의 덕을 칭송합니다.
단편적인 이야기이지만 우임금의 처세와 사양지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자리에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상제님께서 “신명은 탐내어 부당한 자리에 앉거나 일들을 편벽되게 처사하는 자들의 덜미를 쳐서 물리치나니라. 자리를 탐내지 말며 편벽된 처사를 삼가하고 덕을 닦기에 힘쓰고 마음을 올바르게 가지라. 신명들이 자리를 정하여 서로 받들어 앉히리라.”(교법 1장 29절) 하셨습니다.
나라에도 국가조직이 있고 사회에도 단체나 모임이 있어 어디에나 그 지위와 역할에 따른 자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이 자리는 인망(人望)과 신망(神望)에 의하여 주어지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있는 것이 추천제입니다. 자신은 겸손하게 사양하고 주변의 추천에 의하여 주어진 자리는 오래갈 뿐 아니라 주변에도 커다란 유익을 줍니다. 자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 사람의 덕이 크면 클수록 하늘의 태양이 말없이 군생만물의 생장에 혜택을 내리듯 그 덕은 지대합니다.
더구나 도(道)의 일은 상제님의 덕화와 신명의 기운으로 하는 것이므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은 버려야 합니다. 무슨 일이건 일을 당하고 보면 신명의 알림귀로 다 알게 되고 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처녀가 애 낳는 법을 배우고 시집을 가는 것이 아니고, 순임금이 역산(歷山)에서 밭 갈고 뇌택(雷澤)에서 고기 잡을 때 선기옥형의 이치를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임금이 되고 나서는 선기옥형을 알게 되듯이 당국하면 알게 되는 법입니다. 내가 뭘 좀 해보겠다는 인식이 아니라 나 자신은 상제님과 신명의 쓰임이 되는 도구라 생각하고, 마음을 바로 하고 의리를 세우며 모든 것을 상제님의 임의(任意)에 맡기는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도인은 자리가 주어지면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 자리가 자신의 분수에 합당한지를…. 도전님께서 매사에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분수에 맞게 하는 것이 해원의 요체라 하셨습니다.03 또한, 도인의 야망심을 경계하시어 “천자(天子)를 도모하는 자는 모두 죽으리라.’ 하셨으니 이는 수도인의 허영과 야망심을 경계하신 말씀이다.”04라고 하셨습니다.
『성경』에도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네가 누구에게나 혼인 잔치에 청함을 받았을 때에 상좌에 앉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청함을 받은 경우에 너와 저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이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 주라 하리니 그때에 네가 부끄러워 말석으로 가게 되리라. 청함을 받았을 때에 차라리 가서 말석에 앉으라. 그러면 너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벗이여 올라앉으라 하리니 그때에야 함께 앉은 모든 사람 앞에 영광이 있으리라.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05
둘째,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여야 합니다. 우임금은 8년간의 치수사업 동안 자신의 집을 세 번이나 지나친 경우가 있었는데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三過其門而不入].06 우임금인들 어찌 처자식이 보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천하사를 하는 사람이 공과 사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상제님의 천지공사에 참여하는 일꾼은 순결한 마음으로 온 정성을 다하여야 합니다. 상제님께서 “이제 말세를 당하여 앞으로 무극대운(無極大運)이 열리나니 모든 일에 조심하여 남에게 척을 짓지 말고 죄를 멀리하여 순결한 마음으로 천지 공정(天地公庭)에 참여하라.”(예시 17절) 하셨고, “나는 삼계의 대권을 주재하여 선천의 도수를 뜯어고치고 후천의 무궁한 선운을 열어 낙원을 세우리라.” 하시고 “너는 나를 믿고 힘을 다하라.”(공사 1장 2절)고 분부하셨습니다.
도인은 자신의 위치를 알고 직분 수행에 조그마한 차질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도전님께서 “남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자기의 직분을 바로 하여 자신부터 바르게 하는 것이 수신(修身)이다.”07라고 하시며, “도인들은 자신들의 기량에 따라 응분의 직분이 주어졌으니 맡은 바를 밝게 행하여야 한다.”08고 강조하셨습니다.
셋째, 바르게 처사해야 합니다. 우리 도에서 일 처리를 바르게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일 처리를 바르게 한다는 것은 지시가 있었을 때에는 만사를 제쳐놓고 그것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일은 천지의 공적인 일이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지는 지시는 사적인 것이 아니고 천지의 공사(公事)입니다. 그러므로 지시를 받았을 때는 그것부터 즉시 처리하는 것이 바른 처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전님께서 “맡은 임무에 충실히 복무하고 지시를 받았을 때는 지체 없이 수행하는 것이 바른 처사이다.”09라고 훈시하신 것입니다.
위의 장면에서는 또한, 요·순·우임금이 서로 전한 심법(心法)이 나옵니다. 채침(蔡沈)의 「서전 서문」에 “정일집중은 요순우가 서로 전한 심법이다(精一執中 堯舜禹相授之心法也).”는 구절이 나오는데, 여기서 정일집중(精一執中)은 위에서 순임금이 우에게 전한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의 준말입니다. 물욕에 의하여 일어나는 사사로운 욕심인 인심(人心)은 위태롭고, 천성(天性)이며 양심(良心)인 도심(道心)은 미묘하여 간직하기 어려우니, 오직 정성과 일심으로 진실로 그 중정(中正)의 도리를 지키라는 의미입니다. 실로 성인들이 서로 전한 치세의 심법으로 오늘날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근원처를 돌아보게 하는 심오한 경구입니다.
상제님께서 “요·순(堯舜)의 도가 다시 나타나리라.”10고 하셨는데, 사람들이 욕심을 여의고 천성(天性) 그대로의 양심(良心)을 회복하여 천자(天子)의 자리라도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이것이 바로 요·순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사람이 진실로 양심의 자리에 거할 때 만승천자의 자리가 눈 아래 내려다보이는 것입니다.
우리 도인은 우임금의 사양지심에 관한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언제나 남을 사랑하고 어진 마음을 가져 온공(溫恭)·양순(良順)·겸손(謙遜)·사양(辭讓)의 덕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자리를 탐내지 말며, 맡은 바 직분에 충실히 복무하고, 지시를 받았을 때는 지체 없이 수행하여 조그마한 차질도 없게 성·경·신을 다하여야 하겠습니다.
<대순회보> 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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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02 시초라는 빳빳한 풀 나무를 가지고 치는 점. 나중에는 시초 대신 구하기 쉬운 댓가지를 주로 사용함.
03 『포덕교화기본원리 2』, p.7 참조.
04 『대순지침』, p.42.
05 『성경』, 눅14: 8~11.
06 『맹자』, 「이루 하」, 「등문공 상」 참조.
07 『대순지침』, p.64.
08 『대순지침』, p.79.
09 『대순지침』, p.47.
10 교운 1장 46절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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