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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0.03 조회5,6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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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교무부

 

  한 구둣방 주인 세묜이 아내, 아들과 함께 어느 농부의 집에 세 들어 구두를 짓고 고치는 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아내와 같이 번갈아 입는 털외투가 한 벌밖에 없었으며 그것도 다 해져 누더기가 돼버렸다. 그래서 새 털외투를 지을 양털을 사려고 벌써 2년째나 벼르고 있었다. 가을이 되자 구둣방 주인에게는 얼마의 돈이 모였고 마을 농부들에게 빌려 준 돈을 받아 털외투를 사러 나왔는데 아무도 돈을 갚지 않았다. 구둣방 주인은 속이 상하여 보드카를 마셔 버린 뒤 양털도 사지 못하고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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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구둣방 주인은 길모퉁이에 있는 교회 근처까지 왔다. 그런데 교회 뒤에 무언가 하얀 것이 보였다. 그것은 사람이었다. 그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벌거벗은 몸으로 교회의 벽에 기대앉아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구둣방 주인은 무서운 생각이 들었고 괜히 다가갔다가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교회 앞을 지나치자 양심의 가책을 받기 시작했다. 세묜은 발걸음을 되돌려 그 사나이 곁으로 갔다.
  세묜은 그에게 자신의 두루마기를 벗어 입히고 한 농부에게 가죽 수선을 부탁받아 들고 온 펠트 구두를 신겼다. 사나이는 자신에 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하느님께 벌을 받고 있다고만 말하였다. 딱히 갈 곳도 없다 하니 세묜은 자신의 집으로 가서 몸을 좀 녹이자고 하였다.
  세묜의 아내는 남편이 양피 외투도 사오지 않고 술 냄새가 나는 데다 어디서 벌거벗은 건달을 데리고 왔다고 생각하니 부아가 치밀었다. 기분이 상하여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아내에게 세묜이 말 했다. “마뜨료나, 당신 마음속엔 하느님도 없소?” 마뜨료나는 이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젊은이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 젊은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살펴 주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자 젊은이는 갑자기 명랑해지며 찡그렸던 얼굴을 펴고 마뜨료나 쪽으로 눈을 쳐들어 빙그레 웃었다. 마뜨료나는 남자에게 셔츠와 바지를 주었다.
  그 남자, 미하일은 세묜의 구둣방에서 일을 돕게 되었다. 세묜이 무슨 일을 가르치든 미하일은 금방 배웠다. 그리하여 사흘째부터는 오랫동안 구두를 만들어 온 사람처럼 일하기 시작했다. 한 해가 지나 미하일만큼 멋지고 튼튼하게 구두를 짓는 사람은 없다는 소문이 사방에 퍼졌다. 그리하여 이웃 마을에서까지 구두를 맞추려고 사람들이 몰려와 세묜의 수입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어느 겨울날이었다. 털외투를 입은 신사가 마차에서 나와 세묜네 집을 향해 층계를 올라왔다. 머리는 거의 천장에 닿을 정도였고, 몸은 방안을 가득 채울 것만 같았다. 그 신사는 거만하게 세묜을 윽박지르며 1년이 지나도 모양이 변하지 않으며 실밥이 터지지 않는 장화를 바란다고 하였다. 미하일은 신사를 보지 않고 그의 뒤쪽 구석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을 띠더니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신사는 문쪽으로 나가다가 깜박 잊고 허리를 굽히지 않았으므로 문설주에 머리를 부딪쳤다. 신사는 욕을 퍼붓고 머리를 문지르며 마차를 타고 떠나 버렸다.
  미하일은 주인의 말대로 신사의 가죽을 받아 들고 책상 위에 두 겹으로 포개놓은 다음 칼을 들고 자르기 시작하였다. 마뜨료나는 미하일의 곁으로 가서 그가 하는 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뜨료나는 장화 만드는 일을 보아왔는데, 미하일은 장화 모양과는 달리 가죽을 둥글게 자르고 있었던 것이다. 미하일은 신사의 가죽으로 슬리퍼를 한 켤레 꿰매어 놓고 있었다.
  세묜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 이게 무슨 짓인가? 내 목을 자르려고 그래! 나리는 장화를 주문했는데 자네는 무엇을 만들어 놓았는가?” 바로 이때 계단에서 쿵쿵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그 나리의 하인이었다. “나리께서 집으로 돌아가시던 도중에 마차에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마님께서 장화는 필요 없게 되었으니 대신 죽은 사람이 신는 슬리퍼를 빨리 만들어 달라고 하셨어요.” 미하일은 남은 가죽을 둘둘 말았다. 그리고 다 만든 슬리퍼를 들고 탁탁 치더니 앞치마에 문지른 다음 하인에게 내주었다.
  세월이 지나, 미하일이 세묜의 집에 온 지도 벌써 6년이 되었다. 그는 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무 데도 나가지 않았고 쓸데없는 말도 하지 않았으며, 그동안 두 번밖에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한 번은 이 집에 처음 오던 날 마뜨료나가 저녁 밥상을 준비할 때였고, 또 한 번은 죽은 신사가 구두를 맞추러 왔을 때였다.
  어느 날 온 가족이 집에 모여 있었을 때 한 여인이 자기 집 쪽으로 오고 있었다. 옷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여인은 털외투에 숄을 두른 두 계집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여자아이들은 얼굴이 똑같아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한 아이가 왼쪽 다리를 저는 것만이 달랐다.
  미하일은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줄 몰랐다. 마치 두 아이를 아는 것만 같았다. 세묜은 아이의 발 치수를 재다가 아이가 어쩌다 절음발이 되었는지 물었고 여인은 아이들과 자신에 얽힌 사연을 말하였다.
  “6년 전의 일입니다. 얘들의 아버지는 농사꾼이었는데 어느 날 숲 속에서 일을 하다가 나무에 깔려 세상을 떠버렸습니다. 사흘 후 그의 아내는 쌍둥이를 낳고 하루도 살지 못했어요. 게다가 어머니는 애를 깔고 죽었습니다. 그래서 한 다리를 못 쓰게 되었던 것입니다. 마을 여자 중에 젖먹이가 있는 것은 나 혼자뿐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낳은 지 8주밖에 안 된 첫아들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지요. 그런데 하느님의 뜻으로 두 아이는 잘 컸으나 내 아이는 두 살 때 죽어 버렸습니다. 이 두 아이가 없었다면 나 혼자 무슨 재미로 살아가겠어요! 그러니 얘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얘들은 내게 촛불과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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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은 한 손으로 절름발이 아이를 안고, 또 한 손으로는 뺨에서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마뜨료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부모 없이는 살아도 하느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이 정말인 것 같군요.”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미하일은 무릎 위에 손을 얹고 앉아서 천장을 쳐다보며 빙그레 웃고 있었다.
  주인 내외는 미하일의 몸에서 빛이 나는 것을 보았다. 세묜은 일어나 미하일에게 머리를 숙이며 몸에서 빛이 나는 이유와 세 번 웃은 이유에 대해 물었다. 미하일이 대답했다. “내 몸에서 빛이 나는 것은 내가 하느님의 벌을 받았다가 이제 용서받았기 때문입니다. 또 내가 세 번밖에 웃지 않은 것은 하느님의 세 마디 말씀을 깨달아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는 하느님의 그 세 마디 말씀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마디 말씀은 주인마님께서 나를 가엾게 생각하셨을 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웃었습니다. 또 한마디 말씀은 부자 나리께서 장화를 주문했을 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웃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말씀은 방금 두 여자아이를 보았을 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로 웃었습니다.”
  세묜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미하일, 자네는 무슨 죄로 하느님의 벌을 받았으며, 그 세 마디 말씀은 무엇인지 말해주게.” 미하일이 대답했다. “나는 하늘나라의 천사였는데 하느님의 말씀을 어겼습니다. 하루는 하느님께서 어느 여인의 영혼을 거두어 오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그 여인은 쌍둥이를 낳고 남편이 며칠 전에 죽고 돌봐줄 친척이 없으니 자신이 키울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산모의 영혼을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다시 가서 산모의 영혼을 가져오너라. 그러면 세 가지 말의 뜻을 알게 되리라.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안 주어진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리고 이 세 가지를 알게 되면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오게 되리라.’ 나는 다시 세상으로 내려와 산모의 영혼을 거두었습니다. 이때 산모의 시체가 침대 위에 뒹굴며 한 아이를 짓누르는 바람에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여자의 영혼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려고 할 때 마침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제 날개를 꺾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의 영혼만 하느님께로 가고, 저는 땅 위에 떨어져 길바닥에 누워 있었던 것입니다.”
  세묜과 마뜨료나는 자기네와 함께 살아온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자 두려움과 기쁨으로 눈물을 흘렸다. 천사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홀로 벌거숭이가 된 채 들판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교회를 발견하고 몸을 피하고자 그리로 갔습니다. 내가 사람이 되어 처음으로 본 사람은 송장과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나를 보자 얼굴을 찌푸리고 더욱 무서운 얼굴이 되어 지나가 버렸습니다. 나는 낙심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이 되돌아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좀 전까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던 그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습니다. 그 사람은 내 곁으로 다가와 옷을 입혀 주고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한 여자가 나와 말을 했습니다. 그 여자는 남자보다 한층 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입에서 나오는 죽음의 입김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그 여자는 나를 추운 밖으로 몰아내려고 했습니다. 그때 만약 나를 내쫓았다면 그 여자도 죽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때 갑자기 남편이 하느님에 대한 얘기를 하자 그 여자는 곧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우리에게 저녁상을 차려 주며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때 나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빙그레 웃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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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에 온 지 일 년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한 사나이가 와서 일 년 동안 닳지도 터지지도 일그러지지도 않는 장화를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의 등 뒤에 내 친구였던 죽음의 천사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날이 저물기 전에 부자의 영혼은 떠나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사람은 일 년 신어도 끄떡없을 장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오늘 저녁 안으로 죽는다는 것을 모른다.’ 그때 나는 ‘사람에게 안 주어진 것은 무엇인가?’라는 두 번째 말씀을 깨닫고 두 번째로 빙그레 웃었습니다.
  6년째가 되었습니다. 어느 여인이 쌍둥이 계집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나는 이 아이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부모 없이는 아이들이 자라지 못하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이렇게 남이 키우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여자가 남의 자식을 가엾이 생각하고 눈물을 흘렸을 때 그 속에서 살아계신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였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 나는 세 번째로 웃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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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의 몸은 벌거숭이가 되고 온몸이 빛으로 둘러싸여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는 더 큰 소리로 말했다. “모든 사람은 자기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어머니에게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또 그 부자 신사는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산 사람이 신을 장화인지 저녁나절에 죽을 사람에게 필요한 슬리퍼인지 그걸 알 만한 힘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내가 사람이 됐을 때 살아남게 된 것은 내 자신의 걱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길을 가던 사람과 그 아내의 마음에 사랑이 있어 나를 불쌍히 생각하고 사랑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 고아가 살아남게 된 것도 그들 자신의 걱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른 여자의 마음속에 사랑이 있어 그들을 불쌍히 생각하고 사랑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걱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마음속에 존재하는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떨어져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자 자기에게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우쳐 주지 않았으며, 서로 모여 살아가기를 원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사는 사람이며, 하느님은 그 사람 안에 계십니다. 하느님은 곧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 목소리로 집이 흔들리더니 천장이 갈라지면서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세묜 내외와 아이들은 바닥에 엎드렸다. 천사의 등에서 날개가 펼쳐지더니 하늘로 올라갔다. 세묜이 다시 정신을 차려 보니 집은 전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방안에는 그들 가족 이외엔 아무도 없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이 이야기는 ‘사람 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 안에는 무엇이 없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하느님과 천사, 구두수선공의 삶을 통하여 묘사하였습니다.
  사람의 재능과 도량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기국(器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그릇이 크다, 또는 작다.”라는 표현으로도 씁니다. 그릇은 그 안에 무언가를 담는 용도로 씁니다. 사람의 그릇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이 이야기에서의 첫 번째 질문입니다. 세상에 떨어진 천사는 처음으로 대면한 인간의 얼굴에서 지옥의 모습을 보지만 세묜이 벌거벗은 미하일을 보고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일으키는 순간 얼굴에 생기가 돌면서 온화한 표정으로 바뀝니다. 세묜 안에 있는 그 무엇이 그를 이렇게 바꾸어놓은 것일까? 이 의문은 세묜의 집에 도착하여 그 아내의 푸대접을 받지만 “당신 안에는 하느님도 없소?”라는 세묜의 말을 듣고 마음이 차분해진 아내의 친절을 받으면서 미하일은 깨닫습니다. ‘아! 사람의 마음 안에는 ‘사랑’이 있는 거구나!’
  이야기에서 신사는 자신이 1시간 뒤에 죽을 것도 모르고 그렇게 위세를 떱니다. 눈앞에 종이 한 장을 가리면 그 밖을 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간이죠.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 알지 못하는 것이고, 이것이 “사람 안에 없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입니다.
  미하일은 두 쌍둥이 자매의 사연에서 인간은 부모 없이는 살아도 사랑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인간은 빵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 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입니다.
  사람의 그릇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기성의 종교에서는 기독교는 사랑을 말하고 유교는 인(仁)을 말하며, 불교는 자비(慈悲)를 말하지만 결국 그것은 모두 같은 것입니다. 우리 도에서도 사랑을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상제님께서는 “원수의 원을 풀고 그를 은인과 같이 사랑하라. 그러면 그도 덕이 되어서 복을 이루게 되나니라.”(교법 1장 56절) 하셨고, 『대순지침』에는 “모든 사람을 가족과 같이 사랑하고 아껴서 마음으로 따르도록 하여 포덕하라.”01 하였으며, 『대순진리회요람』02에는 “항상(恒常) 남을 사랑하고 어진 마음을 가져 온공(溫恭) 양순(良順) 겸손(謙遜) 사양(辭讓)의 덕(德)으로써 남을 대할 때에 척(慼)을 짓지 않도록 하라.” 하였습니다.
  같은 사랑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폭과 깊이가 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 사랑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 부모님의 사랑, 가족애, 동포애, 조국애, 신(神)의 사랑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랑이 있습니다. 그 사랑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사랑이 도(道)의 덕(德)입니다. 그 모든 사랑은 도·덕의 다른 모습일 뿐입니다.
  도전님께서 훈시(訓示)하신 “인류의 평화는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여 인보상조(隣保相助)의 미덕으로 밉고 고움이 없이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도의 무한대한 진리에 있음을 이해하라.”03는 말씀은 우리 도(道)에서 말하고 있는 사랑의 깊이와 넓이가 얼마나 광대무변(廣大無邊)한지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하는 성구(聖句)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은 바다입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마음의 그릇 안에 바다를 담을 수 있을 때, 밉고 고움이 없이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도량이 갖추어져 인류는 서로 화평하게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도(道)의 덕(德)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사람이면 누구나 심수덕행(心修德行), 즉 마음을 밝고 맑게 가지고 덕을 행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고, 더 나아가 전 세계 인류를 내 가족과 같이 사랑할 때,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는 우리 도의 목적을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순회보> 149호


참고문헌
·L. N. 톨스토이 저/ 정다문 엮음, 『톨스토이 단편선』, 도서출판 풀잎, 2006.
·L. N. 톨스토이 저/ 글공작소 엮음, 『공부가 되는 톨스토이 단편선』, 아름다운사람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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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대순지침』, p.77.
02 『대순진리회요람』, p.20.
03 『대순지침』,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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