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문순치황제 출가시(順治皇帝 出家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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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0.04 조회6,876회 댓글0건본문
글 교무부
순치황제는 중국 청나라 세번째 임금으로서 6살에 즉위하여 18년 동안 단 하루도 쉴 새 없이 싸워서 중원(中原)을 통일시켰다. 그리고 23세 되던 해에 출가하였다.
그는 전생에 인도의 수도승이었는데 그 나라 왕의 폭정에 백성이 시달리자, 수행 선정 가운데 ‘내가 왕이었다면 백성을 위하여 왕도로써 정치할 것이거늘’ 하고 찰나 생각을 한 인과로 중국의 제왕이 되었다. 그의 전생담이 다음과 같이 전해온다.
어느 절에 노스님 한 분이 있었다. 덕이 높고 수행이 깊은 노스님은 여간해 아프지도 않고 대중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어느 날 짓궂은 손자 상좌들이 “노스님 언제 옷 벗으실 겁니까?” 하고 여쭈면, “뒷산 바위가 무너지는 때에 옷을 벗으마.” 하였다.
하루는 상좌에게 지필묵을 가져오라 하고 사람 얼굴을 그린 후에 눈동자는 남겨두며 하는 말이 40년 후에 이 그림을 걸개로 하여 중원 천하를 돌아다니며 “자기 영(靈) 찾으시오.” 하고 소리를 치고 다니면 내가 나타나 눈동자를 그려줄 것이라 하고는 목욕재계하고 의복을 단정히 하고 좌탈입망(坐脫立亡)01하니 갑자기 뒷산 바위가 무너져 내렸다.
40년 후에 청나라에는 순치황제가 황제의 자리에 올라 마상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수행하여 중원 천하를 통일하여 자금성에 앉아 있는데 성 밖에서 문득 “자기 영(靈) 찾으시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찌 된 영문인지 수소문하여 그 사람을 입궐시키니 어느 스님이 걸개그림을 들고 있는데 눈동자가 없었다. 황제가 붓을 들어 눈동자를 그려주자 “40년 만에 스승님을 뵙습니다.” 하면서 스님이 큰절을 올리고 연유를 말하니 순치는 홀연히 자신의 전생을 깨달았다.
그 길로 곤룡포를 벗어 던지고 출가하여 산으로 들어가 시를 지으니 그것이 유명한 순치황제 출가시이다.
天下叢林飯似山(천하총림반사산) 곳곳이 총림이요, 쌓인 것이 밥이거늘
鉢盂到處任君餐(발우도처임군찬) 대장부 어디 간들 밥 세 그릇 걱정하랴.
黃金白璧非爲貴(황금백벽비위귀) 황금과 백옥만이 귀한 줄 알지 마소
惟有袈裟被最難(유유가사피최난) 가사 옷 얻어 입기 무엇보다 어려워라.
朕乃大地山河主(짐내대지산하주) 내 비록 산하대지의 주인이련만
憂國憂民事轉煩(우국우민사전번) 나라와 백성 걱정 마음 더욱 시끄러워
百年三萬六千日(백년삼만육천일) 백 년, 삼만육천 날이
不及僧家半日閒(불급승가반일한) 승가에 반나절 한가함에 못 미치네.
悔恨當初一念差(회한당초일념차) 당초에 부질없는 한 생각으로
黃袍換却紫袈裟(황포환각자가사) 가사 장삼 벗고 곤룡포를 입게 됐네.
我本西方一衲子(아본서방일납자) 내 본디 서천축(西天竺) 스님인데
緣何流落帝王家(연하류락제왕가) 어찌 된 인연으로 제왕가(帝王家)에 떨어졌나.
未生之前誰是我(미생지전수시아) 태어나기 전 그 무엇이 내 몸이며
我生之後我是誰(아생지후아시수) 태어난 뒤 내가 과연 뉘련가.
長大成人纔是我(장대성인재시아) 자라나 사람 노릇 잠깐 동안 나라더니
合眼朦朧又是誰(합안몽룡우시수) 눈 한 번 감은 뒤 내가 또한 뉘런가.
百年世事三更夢(백년세사삼경몽) 백 년의 세상일은 하룻밤의 꿈속이요
萬里江山一局碁(만리강산일국기) 만 리의 이 강산은 한판 바둑 노름이라.
禹疏九州湯伐桀(우소구주탕벌걸) 우임금이 구주를 나누었으나 탕임금 걸을 치며
秦呑六國漢登基(진탄육국한등기) 진시황 육 국을 차지하였으나 한 고조 새기틀을 닦았네.
兒孫自有兒孫福(아손자유아손복) 자손들은 저 스스로 제 살 복을 타고났으니
不爲兒孫作馬牛(불위아손작마우) 자손을 위한다고 마소 노릇 그만 하소.
古來多少英雄漢(고래다소영웅한) 예로부터 많고 적은 영웅들이
南北東西臥土泥(남북동서와토니) 동서남북 사방에 한 줌 흙으로 누워 있네.
來時歡喜去時悲(내시환희거시비) 올 적에는 기뻐하고 갈 적에는 슬퍼하니
空在人間走一回(공재인간주일회) 헛되이 인간세에 와서 윤회하고 가는도다.
不如不來亦不去(불여불래역불거) 애당초 오지 않았으면 갈 일이 없으리니
也無歡喜也無悲(야무환희야무비) 기쁨이 없었는데 슬픔인들 있을 쏜가.
每日淸閑自己知(매일청한자기지) 나날이 한가로움 나 스스로 알 것이라.
紅塵世界苦相離(흥진세계고상리) 이 풍진 세상 속에 온갖 고통 여일세라.
口中吃的淸和味(구중흘적청화미) 먹는 것은 맑고 담백한 음식이요
身上願被白衲衣(신상원피백납의) 입는 것은 누더기 한 벌 원할 뿐이로다.
四海五湖爲上客(사해오호위상객) 사해와 오호에 노니는 자유로운 객이 되어
逍遙佛殿任君棲(소요불전임군서) 부처님 도량 안에 마음대로 노닐세라.
莫道出家容易得(막도출가용이득) 세속을 떠나는 일, 하기 쉽다 말을 마소.
昔年累代重根基(석년루대중근기) 숙세에 쌓아 놓은 선근(善根) 없이 아니 되네.
十八年來不自由(십팔년래부자유) 지난 18년간 자유라곤 없었으니
山河大戰幾時休(산하대전기시휴) 산하대전으로 어찌 쉴 틈이 있었겠는가.
我今撤手歸山去(아금철수귀산거) 내 이제 손을 털고 산속으로 돌아가니
那管千愁與萬愁(나관천수여만수) 천만 가지 근심 걱정, 내 아랑곳할 일 없네.
이 같은 시를 지으면서 승가 생활에 익어갈 무렵에 순치의 대를 이어 여덟 살에 등극한 강희황제가 조정의 혼란상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아버지가 보고 싶어 수소문하여 찾아갔다. 순치의 방에는 ‘짐과차(朕過此)’02라는 글귀만 남아 있고 순치는 없었다. ‘짐과차’ 세 글자에 강희는 아버지의 굳은 뜻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순치는 절간의 부목(負木)03으로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스님들을 모시면서 곤룡포를 입고 지은 업장을 녹였다. 천하를 정복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정복하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순치황제 출가시는 불가에서 널리 회자하는 수행의 법문입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불가에서 10명이 출가하면 8명은 10년 안에 하산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세속의 미련과 집착은 끊기 어려운데, 스님들은 이 순치황제의 출가시를 보면서 황제의 자리도 마다하고 수도승의 길을 걸은 순치황제를 생각하며 불퇴전(不退轉)의 마음을 다잡았을 법합니다.
상제님께서 “선천에서는 인간 사물이 모두 상극에 지배되어 세상이 원한이 쌓이고 맺혀 삼계를 채웠으니 천지가 상도(常道)를 잃어 갖가지의 재화가 일어나고 세상은 참혹하게 되었도다.”(공사 1장 3절)라고 하셨듯이 선천 상극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상에서 원척을 짓기보다는 세속을 여의고 출가하여 마음 닦는 수도를 하는 것이 인생을 잘 살아가는 하나의 방편이 됩니다. 관계를 맺지 않으면 척지을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삼일수심(三日修心) 천재보(千載寶), 백년탐물(百年貪物) 일조진(一朝塵)”04이라 하여 세상 부귀영화의 덧없음을 노래하였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상극지리(相克之理)가 인간과 사물을 지배하여 죄를 먹고 사는 동안 무수한 원척을 지어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숙세의 업장을 씻을 길이 없어 누대를 통하여 슬픔의 역사와 애통한 인생 여정을 윤회과정을 통하여 반복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선천에서는 세속을 떠나 출가하여 악업을 짓지 않고 그동안 쌓인 업장을 녹이는 마음 닦는 수행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상등의 삶이 되는 것입니다. 왕위 계승의 자리를 뒤로하고 출가하신 석가모니나 황제의 자리를 내려놓고 산속에 들어간 순치황제의 경우가 이것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닦는 일이 왕이나 황제의 자리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상제님께서도 “도를 닦은 자는 그 정혼이 굳게 뭉치기에 죽어도 흩어지지 않고 천상에 오르려니와 그렇지 못한 자는 그 정혼이 희미하여 연기와 물거품이 삭듯 하리라.”(교법 2장 22절) 하시고, “천지의 조화로 풍우를 일으키려면 무한한 공력이 드니 모든 일에 공부하지 않고 아는 법은 없느니라. 정 북창(鄭北窓) 같은 재주로도 입산 三일 후에야 천하사를 알았다 하느니라.”(교운 1장 35절) 하셨습니다. 또한 “내가 부안 지방 신명을 불러도 응하지 않으므로 사정을 알고자 부득이 그 지방에 가서 보니 원일이 공부할 때에 그 지방신(地方神)들이 호위하여 떠나지 못하였던 까닭이니라. 이런 일을 볼진대 공부함을 어찌 등한히 하겠느냐.”(교운 1장 63절) 하시며, “너희들도 지성을 다하여 수련을 쌓으면 모든 일이 뜻대로 되리라.”(권지 2장 35절)는 가르침을 통하여 수도와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수도공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우리 도나 선천의 종교나 매일반이지만 수도 방법에는 차이가 납니다. 선천에는 가정과 사회와 인연을 끊고 산속에서 수행하였다면 우리 도에서는 가정과 사회가 곧 수행의 도량입니다. 『전경』에 “불지형체(佛之形體) 선지조화(仙之造化) 유지범절(儒之凡節)”이라 하셨듯이 불(佛)은 형체만 있는 것이라 배 속의 아이와 같습니다. 불가에서 앉는 법이 배 속에서 아이가 있는 모습과 같이 태좌법(胎坐法)입니다. 석가불은 좌불(坐佛)이고 미륵불은 입불(立佛)이며 갓을 쓰고 있습니다. 아기는 걸어 다니지 못하고 머리도 깎고 있으며 결혼도 못 합니다. 병아리가 성계(成鷄)가 되면 벼슬을 달듯이 사람도 어른이 되면 풍잠을 달고 갓을 씁니다.
아기는 태중에서 적멸(寂滅)의 도를 닦습니다. 어른은 자기 성찰과 인간관계의 도를 닦습니다. 그래서 어른의 수행에는 자기 수행과 대인 수행이 있으며, 우리 도에서 자기 수행의 요체는 무자기(無自欺)이고, 대인 수행의 요체는 언덕(言德)과 해원(解冤)이며, 대인 수행의 지상과제는 보은(報恩)과 적덕(積德)입니다. 이것이 우리 도의 다섯 가지 가르침인 훈회(訓誨)입니다.
훈회와 수칙에는 대순진리회 수도 법방의 정수가 녹아 있습니다. 대순진리(大巡眞理)는 솔선수범·가정화목·이웃화합으로 사회를 화평하게 하고 세계평화를 이루어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는 진리입니다.05 도를 닦는다고 하면서 가정화목을 저해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진실로 가정화목은 후천선경 건설의 초입문입니다.
우리의 수도는 곧 상제님의 덕화를 널리 선양하는 포덕(布德)입니다. “‘위천하자(爲天下者) 불고가사(不顧家事)’라는 것은 세상 사람들을 다 내 가족과 같이 사랑하라는 뜻”06이라고 하신 도전님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고, 모든 사람을 가족과 같이 사랑하고 아껴서 마음으로 따르도록 하여 포덕함으로써 상제님의 덕화를 전 세계에 펼쳐나가야 하겠습니다.
<대순회보> 170호
참고문헌
박원자, 『길 찾아 길을 떠나다』, 서울: 김영사, 2007.
조현철, 『시인의 밭에서 시를 캐다』, 서울: 키메이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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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앉아서 돌아가심.
02 내가 이곳을 지났노라.
03 절에서 땔나무를 하여 들이는 사람.
04 삼 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 년의 보배가 되고, 백 년 동안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에 티끌이 되느니라.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
05 『대순지침』, p.20 참조.
06 《대순회보》 118호, 「청계탑」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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