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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문벌거벗은 임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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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0.03 조회5,7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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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박영수
 

  옛날에, 옷을 매우 좋아하여 많은 돈을 옷치장 하는 데 낭비하는 임금님이 살고 있었다. 임금님은 군인들을 돌보지도 않고, 또 연극 같은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자기의 새 옷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면 숲으로 나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었다. 누군가 임금님을 찾으면 대신들은 “회의 중이십니다.” 하고 말하는 대신 “옷을 갈아입고 계십니다.” 라고 말할 정도였다.
  임금님이 사는 곳은 이웃 나라의 사람들이 오가는 큰 도시였다. 어느 날, 그곳에 사기꾼 두 명이 찾아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공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감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짜는 옷감은 색깔과 무늬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일할 능력이 없거나 바보 같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옷감이라고 말했다.
  ‘그것참, 신기하군. 그 옷감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면 신하 중 누가 쓸모 있고 없는지 알 수 있겠군. 똑똑한 신하를 고르는 데 이용할 수도 있겠어. 그래 즉시 그 옷감으로 옷을 만들게 해야지.” 
  임금님은 두 사람을 궁궐로 불렀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많은 계약금을 주었다.
  그들은 두 개의 베틀을 설치했다. 그러나 베틀 위에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았다. 그들은 빈 물레에 앉아 밤늦도록 일하는 척했다.
  임금님은 옷감이 얼마나 짜였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바보이거나 직위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임금님은 불안했지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꾀를 하나 냈다. 다른 사람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옷감의 신비한 힘에 대한 얘기는 온 나라 국민이 이미 알고 있었고, 자기의 이웃이 어떤 사람인지 모두가 알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정직한 장관을 직공들에게 보내야겠다. 그 장관이라면 옷감이 어떠한지 잘 볼 수 있을 거야. 그보다 더 자기 직무를 잘해 내는 사람은 없어.”
  임금님은 늙은 장관을 보냈다. 그래서 늙은 장관은 두 사기꾼이 일하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맙소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구나.” 장관은 두 눈을 크게 떴다.
  두 사기꾼은 부디 가까이 와서 보라고 간청했다. 게다가 한술 더 떠 아름다운 색깔의 예쁜 무늬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늙은 장관은 눈을 더 크게 떴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바보란 말인가?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내겐 장관 직위에 있을 능력이 없단 말인가? 아냐, 이 옷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는 없어!’ 늙은 장관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자, 왜 아무 말씀도 않으십니까?” 직물을 짜는 체하고 있던 직공이 물었다.
  “오, 정말 아름다워요! 아주 멋지군요! 이 옷감이 썩 마음에 들더라고 임금님께 말씀드리지요.” 늙은 장관이 대답했다.
  “그것참 기쁘군요.” 두 직공은 옷감의 이름을 말하면서 그 진귀한 무늬를 설명했다. 늙은 장관은 직공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임금님에게 돌아가서 직접 본 것처럼 똑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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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공들은 옷감을 짜는 데 필요하다면서 많은 돈과 비단과 황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베틀에는 실 한 올 걸려 있지 않았다.
  임금님은 옷감이 얼마나 짜였는지 알아보려고
이번에는 영리하기로 소문난 젊은 신하를 보냈다. 얼마 전에 늙은 장관이 찾아갔을 때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나는 바보가 아니야! 내가 대신의 자격이 없단 말인가? 말도 안 돼. 눈에 보이는 것처럼 행동해야겠군.’ 그 대신은 보이지도 않는 옷감을 칭찬했다.
  “제가 이제까지 본 것 중 최고입니다!” 사기꾼을 만나고 온 그는 이렇게 임금님에게 말했다. 도시의 사람들은 너나없이 모두 이 옷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제 임금님은 그 옷감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대신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갔다. 대신 중에는 먼저 그 직공들에게 갔던 두 명의 대신도 끼어 있었다.
  여전히 사기꾼들은 실 한 올 없는 베틀에서 열심히 옷감을 짜는 척했다.
  “정말 근사하지 않습니까? 페하, 보십시오. 이 근사한 색깔과 무늬를!” 사기꾼들을 만났던 두 대신이 텅 빈 베틀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에겐 그 옷감이 보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임금님은 눈앞이 깜깜했다.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다니! 그것참 기가 막힌 일이로군. 내가 바보인가? 내가 왕이 될 자격이 없단 말인가? 거참, 끔찍한 일이로군.’ 임금님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옷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오, 정말 좋구나! 짐의 최고의 찬사를 얻을 만하도다.” 임금님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텅 빈 베틀을 살펴보았다. 임금님을 따라온 대신들도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도 임금님처럼 말했다. “오, 정말 멋지군요!”
  그들은 임금님에게 행진할 때에 새 옷을 입고 나가시라고 말했다.
  “훌륭합니다! 근사합니다. 기막히게 좋습니다!” 이 옷에 관한 소문은 곧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사람들은 모이면 옷감 이야기를 했다. 임금님은 그 사기꾼들에게 기사 훈장을 수여하고, ‘궁정 직조사’라는 칭호도 주었다.
  행진이 시작되는 바로 전날 밤이었다. 사기꾼들은 베틀에 앉아 열여섯 개의 불을 밝혔다. 임금님의 새 옷을 마무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사기꾼들은 베틀에서 옷감을 들어내 공중에서 큰 가위로 잘랐다. 그리고 실도 없는 바늘로 기웠다.
  마침내 사기꾼들이 말했다. “자, 옷이 완성되었습니다.” 임금님이 대신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왔다. 그들은 마치 무엇인가를 받치고 있는 것처럼 한쪽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보십시오, 여기 바지가 있습니다. 이것은 윗도리입니다. 여기 망토가 있습니다. 이 옷은 거미줄처럼 가볍습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 같지요. 그것이 바로 이 옷의 장점이랍니다.”
  “네, 그렇습니다!” 대신들도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폐하, 이제 그 옷을 벗으시지요. 저희가 직접 새 옷을 입혀 드리겠습니다. 여기 큰 거울 앞으로 서십시오.” 임금님은 사기꾼들의 말을 듣고,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었다. 그들은 임금에게 새 옷 하나하나를 입혀 주는 척했다. 그리고 임금님의 몸을 잡고 뒤에 끌리는 옷자락을 단단히 매어 주는 척했다. 임금님은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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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합니다, 폐하. 기막히게 잘 맞습니다.” 대신들이 말했다.
  “행렬 중 폐하의 머리 위에 받치고 갈 천개를 든 시종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예식 담당 장관이 말했다. 옷자락을 끌고 가야 할 시종들은, 마치 옷자락을 들어 올리려는 것처럼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공중에 들고 있는 것처럼 걸어갔다. 자기들이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치 채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드디어 임금님의 행진이 시작되었다. 길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외쳤다. “어머나, 임금님의 새 옷 좀 봐. 정말 근사해!” 누구도 자기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만약 그런 말을 했다가는 바보가 될 테니. 임금님의 어떤 옷도 이 옷처럼 찬사를 받지는 않았다.
  그때였다. “임금님은 아무것도 안 입었잖아.” 마침내 한 꼬마가 말했다.
  “이 순진한 아이의 말을 들어보세요!”
  그 꼬마의 아버지도 주위를 살펴보면서 여러 사람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임금님은 아무것도 안 입었대. 저기 저 아이가 그러는데 아무것도 안 입었대. 사실은 내 생각도 그랬어.”
  “임금님이 벌거벗었다!” 마침내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임금님은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사람들의 말이 옳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행차를 도중에 그만둘 수는 없다.’
  임금님은 아까보다 더 당당하게 걸었다. 그리고 시종들도 여전히 임금님의 기다란 옷 소매를 높이 쳐드는 시늉을 하면서 아주 의젓하게, 그리고 천천히 임금님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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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에서 임금은 옷을 좋아하고 온통 겉꾸밈에 신경을 씁니다. 두 사기꾼의 거짓말을 기반으로 해서 대신과 임금, 전 국민이 거짓말을 반신반의하면서도 자신의 체면 때문에 누구도 진실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진실을 이야기할 만큼 자신에 대한 신뢰도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남을 의심하는 마음이 거짓을 양산합니다. 그 거짓말은 크게 자라 결국 임금님 행차라는 큰 행사로 발전하게 됩니다. 거짓말로 지어가는 것은 사상 위에 누각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무너질 때는 여지가 없습니다. 이야기에서도 벌거벗은 임금님의 정체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솔직한 말에 순식간에 폭로되고 맙니다.
  그 거짓이 폭로되고 나서도 임금은 자신의 위선을 부끄러워하고 자신의 경솔한 행동을 개선하려고 하기보다는 더욱 당당하게 처신하여 위기국면을 뚫고 나가려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경우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며 주변이나 상황에 책임을 전가합니다. 이런 태도에서 자신의 진실한 중심은 없습니다. 거짓말에는 언제나 자기 소외가 일어납니다. 거짓된 자아로 진짜 자아를 속이는 것이 자기 소외입니다. 자기(自欺)는 자기(自棄)입니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은 자기를 버리는 것입니다. 도전님께서도 “과오를 경계하기 위하여 예부터 ‘자기가 자기를 속이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自欺自棄)이요, 마음을 속이는 것은 신을 속임이다(心欺神棄).’고 하였으니 신을 속이는 것은 곧 하늘을 속임이 되는 것이니 어는 곳에 용납되겠는가 깊이 생각하라.”01고 하셨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은 내가 아닙니다. 내가 실려 있는 몸도 내가 아닙니다. 내가 사용하는 마음도 내가 아닙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무엇입니까? 양파껍질을 벗기듯 한 꺼풀씩 벗겨 내며 이것이 진실로 나인가 하고 숙고해본다면 분명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벗기고 또 벗겨서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세상을 만든 근본인 도(道)가 맨 마지막에 남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나입니다. 나는 불생불멸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도가 곧 나요, 내가 곧 도입니다. 달리는 될 수 없습니다. 도즉아(道卽我) 아즉도(我卽道)의 경지에서 나 자신이 바로 도라는 입장에서 말하고 듣고 행하여야 합니다. 도로서 듣고, 도로서 보며, 도로서 말하고, 도로서 행하여야 합니다. 도가 바로 나이기 때문에 이것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무자기(無自欺)를 근본으로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기를 속이는 것은 자기를 버리는 것이고 자신의 마음을 속이는 것은 신(神)을 속이는 것이며, 신을 속이는 것은 하늘을 속이는 것이므로 득죄어천(得罪於天) 하면 무소도야(無所禱也)라고 용납될 곳이 없는 것입니다.
  도주님께서 「각도문」에 “무릇 성인의 경전은 문장의 색채를 구하지 않고 진리를 구하며, 진인의 마음은 진실을 구하되 겉꾸밈을 구하지 않으며, 사물의 이치는 천연에서 구하되 조작을 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성인은 마음을 밝혀 도에 이르되 문달을 구하지 않으며, 글은 문장의 색채를 구하지 않고 옷은 비단옷을 구하지 않는다. 문장을 구하는 자는 성인의 심법을 얻기 어렵고 겉꾸밈을 구하는 자는 성인의 진실을 얻기 어렵도다(夫聖人之經典不求文章之色彩而求其眞理眞人之心求其實而不求外飾求其物之事理則求其天然而不求造作也故聖人明心達道而不求聞達書不求文章之色彩衣不求綾羅也求於文章者聖人之心法難得求乎外飾者聖人之眞實難得).”라고 하신 것도 무자기(無自欺)의 소귀(所貴)함을 밝히신 것입니다.
  내 몸도 내가 아니고 내 마음도 내가 아닐진대 하물며 내 몸에 걸친 옷이나 내가 소유한 재물이나 학벌, 명예가 진정한 나이겠습니까. 밖으로 향한 의식을 내적으로 관조(觀照)하여 진실로 귀중한 보배를 내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정직과 진실이 인성의 본질이므로 무자기, 즉 마음을 속이지 않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 마음을 바로 하고 의리를 세우며 모든 것을 상제님의 임의(任意)에 맡겨나가는 것이 우리의 잃어버린 본진(本眞)을 회복하는 첩경입니다.

 <대순회보> 148호

 

참고문헌

·H. C. 안데르센/ 김유경 옮김, 『안데르센동화전집』, 동서문화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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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대순지침』,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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