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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이야기무지개다리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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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2.17 조회6,6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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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선봉 동남쪽의 발연소 구역은 신계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외금강 여행의 출발지인 온정리에서 자동차도로를 따라 신계천을 지나면 발연소 구역 입구로 들어설 수 있다. 이곳에서 오른쪽 집선봉의 바위벼랑과 왼쪽 둥글고 밋밋한 흙산을 쳐다보면서 개울을 따라 오르면 거대한 너럭바위 위에 세 개의 소가 나타난다. 그 중 위쪽의 것을 웃소, 아래쪽의 큰 소를 아랫소라 하는데, 가운데 있는 것은 쪽빛 물을 담고 있는 소(沼)의 모양이 스님들 밥그릇인 ‘바리’처럼 둥글게 생겼다 해서 ‘바리소(발연소)’라 불린다. 

  바리소를 뒤로 하고 백옥을 다듬어 놓은 듯한 집선봉 봉우리들을 바라보면서 발연사(鉢淵寺)터를 향해 오른다. 발연사터에 닿기 전에 무지개를 잡아 세운 듯한 ‘무지개다리(일명 홍예교)’가 개울을 가로질러 놓여있다. 화강석을 잘 다듬어 아담하게 놓인 무지개다리는 높이 약 7미터, 길이 13미터, 너비는 3미터 정도라고 한다. 이 다리는,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소나무ㆍ참나무ㆍ단풍나무 등이 우거진 곳에 자리하고 있어 발연소 구역의 풍치를 한층 더 아름답게 해주고 있다. 

  발연사터 맞은편에는 노적01봉과 고양이봉이 있는데, 이 봉우리들과 무지개다리에는 옛날 발연사에 살았던 한 욕심 많은 중에 얽힌 전설이 다음과 같이 전해오고 있다.

  먼 옛날, 발연사에는 욕심 많은 중이 살고 있었다. 그 중은 얼마나 욕심이 많았던지 마을 사람들로부터 한결같이 미움을 받고 있었다. 그는 재산을 불리기 위해 부잣집 아낙네들에게 자기 절간에 더 많은 불공을 드리도록 아첨했으며 불행을 겪고 있는 가난한 농민들에게는 그들의 전 재산을 갖다 바치도록 온갖 권모술수를 다 썼다. 그러면서도 제(祭)를 올리거나 불공을 드린 뒤에 남아돌아가는 음식을 나누어 먹지 않았다.

  어느 날 백발의 도사가 이곳에 와서 풍수지리를 살펴보니, 개울 건너편은 고양이 한 마리가 큰 노적봉을 지키고 앉은 형국이고 발연사 자리는 늙은 쥐가 곡식밭에 내려와 앉은 형국이었다. 이를 본 백발도사는 고양이가 다리 없는 개울을 건너지 못하므로 발연사의 쥐가 민가의 낟알과 밭에 흩어진 곡식을 마음대로 훔쳐 먹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래서 그는 이 산세를 이용하여 욕심 많은 중을 혼내주려고 마음먹었다.

  그날도 절에서는 누군가 음식을 수북이 쌓아놓고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도사는 불공이 끝나자 중에게 한 끼 공양을 요청했다. 중은 허름한 옷차림의 도사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아직 기도를 드리고 있는 참이니 방해하지 말라며 거절하였다. 도사는 돌아서면서 중에게 들으라는 듯 일부러 큰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길손을 박대하면서까지 재물을 모으다니 중놈이 욕심을 아무리 부려 봤자 부자 되기는 글렀어. 개울 앞에 무지개다리를 놓아야 하는데, 그러기 전까지는 아무 소용이 없을 걸.” 중은 그 소리를 듣자 귀가 솔깃해졌다.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풍수를 좀 아는 도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은 얼른 달려가서 도사의 소맷자락을 잡고 끌었다.

  “방금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가르쳐 줄 수 없겠소?” 도사는 못이기는 척 주저하다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발연사는 늙은 쥐가 인가에 내려와 앉은 형국인데 강 건너의 고양이가 무서워서 저 들판의 곡식을 훔쳐오지 못하고 있소. 그러니 다리를 놓으면 고양이가 다리를 건너 어디론가 가버릴 것이고 쥐는 다리를 건너 낟알을 훔쳐올 수 있으니 그대는 부자가 될 것이 아니오.” 

 

  중이 주위를 살펴보니 과연 그럴 듯했다. 욕심 많은 중은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 가진 재산을 모두 털어 석재를 사고 인부를 고용해 무지개다리를 놓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다리를 놓은 후부터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불공을 드리러 찾아오는 신도들도 가뭄에 콩 나듯 했다. 다리를 놓기 위해 전 재산을 턴 데다 시주금도 줄어드니 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든 중은 풍수지리를 잘 아는 사람을 불러 다시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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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하는 말이 다리를 놓으니 고양이는 어디로 사라지기는커녕 더욱더 활동 반경이 넓어져 늙은 쥐가 꼼짝 할 수 없게 되어 들판의 곡식은 커녕 밭에 흩어진 곡식조차 주워 먹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속은 것을 알게 된 중은 땅을 치고 한탄했다. 늙은 중은 무지개다리를 헐려고 했지만 이제 그럴 기력조차 없었다.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중은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대순회보>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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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곡식 따위를 한데에 수북이 쌓음. 또는 그런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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